닫기

글로벌이코노믹

LG생건, 첫 女 CEO 탄생…인사 키워드 '세대교체'

공유
0

LG생건, 첫 女 CEO 탄생…인사 키워드 '세대교체'

마케팅 전문가·그룹 최초 공채 출신 이정애 사장 CEO 내정

LG생활건강 이정애 신임 사장. 사진=LG생활건강.이미지 확대보기
LG생활건강 이정애 신임 사장.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18년만에 사령탑 교체를 선택했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최근 몇년간 꾸준한 실적 상승으로 '마이다스 손'으로 통했던 차석용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데다 최초의 여성 사장이란 파격 인사가 단행됐다는 점이다.

24일 LG생건은 이사회를 열고 현재 Refreshment(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을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CEO로 내정했다.
LG생건 측은 "디테일한 면까지 꼼꼼히 챙기는 여성으로서의 강점뿐만 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궁중 화장품 '후', 매출 2조 달성·명품 브랜드 견인한 주역


이 신임 사장은 LG생활건강 신입사원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임원이다. 1986년 입사해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한 이후 헤어케어, 바디워시, 기저귀 등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해 왔다.

지난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 선임 이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어려운 사업환경을 뚝심있게 헤쳐왔으며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생활용품시장 일등 지위를 확고히 강화한 성과를 인정받아 LG그룹 최초의 공채출신 여성 부사장이 됐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2015년 말부터는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 LG생활건강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궁중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는 ‘왕후의 궁중문화’라는 차별화된 감성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하며 럭셔리 마케팅을 적극 펼쳐 2016년 단일브랜드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어려운 대외환경에도 성장을 거듭해 2018년에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매출 2조원을 넘었다. 또 자연 발효 화장품 브랜드 ‘숨’은 글로벌 고객 기반을 넓히며 차세대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이 사장은 2019년 이후 음료 사업을 맡아 소비트렌드에 발맞춘 제품 육성과 적극적인 마케팅, 유연한 채널 전략으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가 발생한 ‘20년 이후 야외활동이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고, 소비 패턴의 변화로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과 배달음식 채널의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등을 통해 ‘코카콜라’, ‘몬스터에너지’, ‘씨그램’ 등 주요 브랜드들이 지속 성장했다.

◆'최장수 CEO' 용퇴의 배경, 실적하락vs세대교체


LG생건의 첫 여성 사장 탄생이 예견된 수순이었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LG생건은 지난 2019년 30대 여성임원을 등용했고, 2020년에는 신구 선임 임원 5명 중 2명을 여성으로 채우는 파격인사를 실시해왔다. 특히 2020년 임원인사로 이번 LG생활건강의 여성 임원은 11명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다만 그동안 회사 성장을 이끌어왔던 차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차 부회장은 지난 2012년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외부영입인사로는 처음으로 부회장에 승진하기도 했던 주인공으로, 그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LG생건은 매년 실적 성장세를 보이는 기염을 토했다. '차석용의 매직'이란 별명까지 얻으면서 7연임에 성공한 차 부회장이었지만, 올해부터 실적이 역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단 게 업계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고령의 나이에 들은데다 이례적으로 18년 연속 '최장수 CEO' 타이틀을 가진 차 부회장의 최근 추진중인 '세대교체' 흐름과 맞지 않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실제 차 부회장은 1953년생으로 올해 70세다. 또 LG그룹은 지난해 구광모 회장의 취임 이후 최대 규모의 인사가 이뤄지는 등 젊은 조직으로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따라서 LG생건 측이 밝힌 말대로 차 부회장은 후진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스스로 부회장직을 내려놓는 용퇴를 결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