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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마켓 보고서] 코로나19 新놀이터 ‘메타버스’…체험·재미 중시에 대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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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마켓 보고서] 코로나19 新놀이터 ‘메타버스’…체험·재미 중시에 대세로

④ MZ세대는 이미 메타버스에 ‘탑승’했다
명품·글로벌브랜드, 앞다퉈 메타버스에 입점
모건스탠리 "메타버스 명품 소비, 2030년엔 59조 시장"
윤리문제·세대간 소통 부재·비용 등 숙제도 많아

'MZ세대'는 지난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한다. 내년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이 MZ세대의 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거나, MZ세대 공무원이 공직사회 조직변화와 혁신을 주도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이들 세대의 위상과 영향력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

최근 유통가의 흐름도 사실상 MZ세대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작은 참여라도 소중히 여기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을 반영해 ‘가치소비’, ‘이색협업’ 등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국내 유통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유통업계 움직임과 대표 상품 등을 <MZ세대 마켓 보고서>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스타벅스는 지난 17일 오후 5시 제페토 내 '산타광장' 맵에 스타벅스 가상공간을 구현했다. 이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조성됐으며, 앞으로 한 달간 운영될 예정이다. 사진=스타벅스이미지 확대보기
스타벅스는 지난 17일 오후 5시 제페토 내 '산타광장' 맵에 스타벅스 가상공간을 구현했다. 이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조성됐으며, 앞으로 한 달간 운영될 예정이다. 사진=스타벅스


MZ세대는 올해 한해 ‘부캐’ 트렌드에 열광한 데 이어 ‘메타버스’ 생태계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며 문화 향유 주체로 우뚝 섰다. 다양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멀티 페르소나’ 특성은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소통하는 신문화에 적절히 녹아들며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힘을 보탰다.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기업들은 앞다퉈 메타버스 열풍에 합류하며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고 이들을 잠재 고객으로 삼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개성을 표출하고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제2의 삶의 터전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비용과 윤리적 이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타버스 대표 플랫폼인 '제페토'는 출시 3년 만인 지난 3분기 말 기준 누적 2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게임 ‘로블록스’의 올해 3분기 기준 하루 이용자 수는 4700만명이 넘는다. 메타버스 관련 산업 규모는 지난해 1900억달러에서 2025년 2800억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사전적으로는 현실세계를 초월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양방향으로 연동하는 개념까지 포함한다.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에 쓴 공상과학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유래됐다.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의 모습으로 서로 대화도 하고 셀카도 찍고 공놀이도 즐길 수 있다. 심지어 아바타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고, 가상 편의점에서 소비하며 캠페인에 참여해 기부까지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게더타운, 이프랜드 등 메타버스 플랫폼은 대학교 입학식과 축제, 신입 사원 연수, 재택근무를 위한 가상 오피스 그리고 수용 인원 제한이 있는 결혼식을 생중계하기 위해서 쓰이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대면 모임들이 메타버스에서 개최되면서 메타버스의 인기는 급물살을 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붐을 주도했던 페이스북은 메타버스로 돈을 벌겠다며 사명을 ‘메타’로 바꿨고, 나이키와 구찌, 소더비 등도 메타버스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잠재성만 추정될 뿐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단계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메타버스에 탑승’했다.

유통기업들도 재미와 체험을 중시하는 MZ세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상품 전시와 구매가 가능한 메타버스 백화점을 내겠다고 선언했고,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메타버스 대표 플랫폼인 ‘제페토’에 ‘하이마트 점프맵’을 오픈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 5월 VR로 매장을 둘러볼 수 있는 ‘VR 판교랜드'를 열었다.

구찌, 디올, 자라, 나이키, 랄프로렌 등 패션 브랜드도 제페토에 입점해 가상 쇼룸을 구축했다.

이외에 이디야커피, GS리테일, BGF리테일, 이마트, 홈플러스, 아모레퍼시픽 등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매장을 내거나 신입사원 채용 설명회 등을 개최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해 “국내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사용자들이 방문하는 빈도가 높다"며 "글로벌 시장에 브랜드를 알리는 온라인 채널로서 역할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가 뜬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1년 넘게 비대면 생활이 지속되면서 소통과 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10~30대는 남과 다른 차별화 욕구가 강해 VIP 등 체험 소비는 물론 인스타 등을 통해 과시하려는 소비경향이 있다”면서 “기존 고정관념을 깨는 MZ세대 주도의 소비문화가 앞으로 여러 분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오는 2030년까지 메타버스를 통한 명품의 추가 수요는 500억달러(약 59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메타버스에 긍정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시장을 달궜던 토종 SNS ‘싸이월드’처럼 반짝 인기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 지금보다 다채롭고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빅데이터와 음성 인식 등 추가해야 할 기술적 요인들이 적지 않다. 편의점이나 슈퍼 등 유통채널에서 완벽히 가상세계를 구현하더라도 여전히 오프라인 점포 운영을 병행할 수밖에 없어 이중으로 비용이 나간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메타버스 내에서 윤리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제재할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메타버스 산업진흥법 도입 등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메타버스가 젊은 층의 전유물로 전락해 세대 간 불통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보완해야할 문제도 많지만, 확실한 것은 메타버스가 MZ세대의 소통에 대한 욕구를 충족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유통 기업의 마케팅을 넘어 팬미팅, 전시회, 강연까지 메타버스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의 대중화로 MZ세대는 이미 메타버스에 친숙해졌다"며 "앞으로 메타버스와 대면 모임은 공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