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기관투자자의 '주식 등의 대량보고·공시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5%룰은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5일 이내에 보유목적과 변동사항을 상세 보고·공시하도록 한 규정이다.
경영계는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강한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국내 주요 상장사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할 수 있는 자금력이 국민연금 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의 경영개입 노골화라는 지적이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전무는 “연기금이 경영참여 선언 없이 정관변경 요구, 임원의 해임청구 등을 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증가시켜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또한 사외이사의 임기 제한은 인력운용의 유연성과 이사회의 전문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경영의 자율성 침해는 결과적으로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정부에 재논의를 요구했다.
경영계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서도 ‘과잉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이번 개정안을 적용하면 올해 3월 새로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사는 566개 달하고 선임할 사외이사는 718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총은 상법 개정안 시행령이 지난 17일 차관회의를 통과하자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은 외국에서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과잉 규제”라며 “유능한 인력도 6년 이상 재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다. 그러면서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외부의 정치적‧사회적 영향을 감안할 때, 이러한 임기제한이 기업 경영에 대한 외부 개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참담하다”라고까지 했다.
올해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 인력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59개 대기업집단의 26개 상장사 사외이사 853명을 대상으로 재임 기간을 분석한 결과, 올해 주총에서 물러나야 하는 사외이사는 총 76명으로 집계됐다. 삼성과 SK가 각각 6명의 사외이사를, LG·영풍·셀트리온은 각각 5명씩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
2022년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된다. 2022년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까지 포함하면 6년 이상(계열사 포함 9년 이상) 재임한 사외이사는 총 205명이다. 전체의 24.0%를 2022년 교체해야 한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