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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에 부담되는 '상호접속고시' 개정 주장 봇물…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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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에 부담되는 '상호접속고시' 개정 주장 봇물…향배는?

체감규제포럼 오픈넷 상호접속고시 개정 세미나
학계 "ISP-CP 상생할 무정산 방식으로 복구해야"
CP, 상호접속고시로 비용증가해 사업 어려움 호소
이통 3사, 중소 CP망이용료 부담 감소 방안 준비중

체감규제포럼과 오픈넷이 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개최한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 특별 세미나 현장. 사진=박수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체감규제포럼과 오픈넷이 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개최한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 특별 세미나 현장. 사진=박수현 기자.
인터넷망사업자들(ISP)이 망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비용 지불을 요구하는 것이 '망 중립성'에 기반한 인터넷 정신에 어긋난다는 내용의 지적이 잇따르는 등 '종량제' 기반의 기존 상호접속제도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2016년 인터넷 망 상호접속 고시 개정에 따라 통신3사 간 상호접속료 정산방식이 기존의 '무정산'에서 이후 '트래픽에 따른 상호정산'방식으로 바뀌면서 콘텐츠사업자(CP)의 비용을 증가시켰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마디로 인터넷 비즈니스는 통신망 이용없이는 불가능한데 ISP가 망 이용료를 계속 늘려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사단법인 체감규제포럼과 오픈넷이 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공동 주최한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 특별 세미나'에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학게는 이 같은 내용의 주장을 펼치며 기존 '상호접속고시'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통신3사간 상호접속료 정산방식이 '무정산'에서 '트래픽에 따른 상호정산방식'으로 바뀌었다. ISP가 각자 보유한 망에서 다른 사업자의 망으로 접속할 경우 '상호 정산'해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망을 사용해 KT의 인터넷망으로 접속한 정도(누적 트래픽 양)를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그 반대의 경우 금액보다 더 높았다면, SK브로드밴드가 그 차액을 지불토록 하고 있다. 크게 보면 누적 트래픽 양을 기준으로 요금을 매기는 '종량제' 류의 정산 방식이다. 같은 기간사업자 지위를 가진 기업들 간에 서로 요금을 정산토록 했다는 점에서 논란거리가 돼 왓다.

이날 박 교수는 "망 중립성의 개념이 '전기', '가스'와 같은 개념의 공공재라고 하는데, 공공재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전달에 대한 대가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며 "인터넷 사용에 있어 기본적인 약속은 본인의 정보를 '옆으로 전달해주는 피어링(Peering)'으로서, 경제학자들 역시 정보를 전달해 주는 데 드는 비용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이용자들이 내는 것은 정보전달료가 아니라, 망 접속료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인터넷 구동 기본 원리에 근거하면 현재 ISP들이 콘텐츠공급자(CP)들에게 요구하는 망 이용료는 이치에 어긋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은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정보를 공유 할 수 있게 한 플랫폼인데, 여기에 대해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정보를 올리기 두렵게 만드는 것 아닌가"라면서 "(CP 외에도) 정보 소비자들은 이미 각 지역 망 사업자들에게 접속료를 내는데, 글 올린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 봤는지에 따라 돈을 요구하는 망 이용료는 정보 전달료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인터넷 구동원인 망 중립성이 보호해주려고 했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접속고시에 대해 제도적 차원으로 바라본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6년에 개정된 상호접속고시 정산방식 원칙이 지난 2014년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비중요' 사안으로 결정돼 심사를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당시 비중요 결정 사유가 현재 상황과 모순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규제개혁위에 결정 사유를 질의하니 피규제자인 통신사와 협의를 거쳐 '최대 수용량 기준으로 상호 비례해 정산하도록 개선한 것이며, CP들은 직접 비용부담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를 밝혔다"면서 "CP가 비용 주체가 아닌데, 우리가 왜 지금 정산방식이나 망 이용료를 두고 이런 논의를 하고 있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현경 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의 상호접속고시는 "국제 기준에 어긋나는 예외적 규정"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처럼 초고속인터넷 상위 3개업체 간 망 접속시 서로 비용을 정산해주는 경우를 고수하는 비율은 전 세계 통틀어 0.02%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햇다. 김 교수는 이어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5G, 인터넷 연결성 최고위에 속하는 국가임에도 인터넷망사업자들의 글로벌 망 구축 정도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일본이나 홍콩, 인도도 우리보다 더 높은 수준의 망 구축을 한 상황으로, 이는 국내 ISP들이 내수 중심의 근시안적 망 운영 정책을 펼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ISP가 영위하는 산업 자체가 공공재에 준하는 통신망인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피력됐다. 정보의 성격이 기존 텍스트, 이미지에서 많은 트래픽양을 요구하는 영상콘텐츠 등으로 점점 변화하고, 정보 전달 양 역시 늘어나게 되면서 가중되는 ISP의 입장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김민호 교수는 "망 사업자 ISP 입장에서 보면, 지난 2016년 정산방식 변경시 망 구축 비용이나 ISP 사업자들의 재정적 어려움 이런 것들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있었던 것은 같다"면서 "민간사업자 채산성이 공익 목적 부합되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해당 사업이 이용자(시민)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경우 부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필수 설비'라는표현을 쓰는 인터넷망에 대해 국가에게도 책무가 있다"면서 "ISP끼리 서로 돈을 주고받는 구조 만드는 것은 결국 정부이며, 책임이 가장 크다"고 피력했다.
학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와 업계 일각에서는 CP 지지층의 주장이 지나치다는 요구도 나온다. 상호접속고시 도입취지가 단순히 CP의 이용부담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ISP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인터넷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기업을 임의 차단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CP업계는 정부의 '상호접속고시'에 따른 비용증가로 비즈니스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해 왔다.

이날 행사 내용과 별도로 ISP인 이통3사는 중소 CP들의 망 이용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내 이와 관련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