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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열전] “하급 생두 빼고 진짜만 저렴하게”…커피의 진실 ‘왕의 커피(카페도헤이)’ 오진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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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열전] “하급 생두 빼고 진짜만 저렴하게”…커피의 진실 ‘왕의 커피(카페도헤이)’ 오진욱 대표

‘우후죽순 커피전문점과의 차별화’…브라질에서 인증 받은 1등급 스페셜 생두 고집

브라질에서 인증 받은 1등급 생두만을 사용해 커피의 본질을 알리겠다며 2012년 설립된 ‘왕의 커피(카페도헤이, Cafe Do Hei)’ 오진욱 대표. 사진=정영일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브라질에서 인증 받은 1등급 생두만을 사용해 커피의 본질을 알리겠다며 2012년 설립된 ‘왕의 커피(카페도헤이, Cafe Do Hei)’ 오진욱 대표. 사진=정영일 기자
우리나라를 소위 ‘커피공화국’이라고 부른다. 20세 이상 인구 기준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약 353잔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인구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인 132잔보다 3배가량 많다. 이로 인해 커피 프랜차이즈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월 19일 발표한 ‘가맹계약과 가맹사업 시장제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프랜차이즈 전체 브랜드 5741개 가운데 외식업 브랜드가 75.6%인 4341개에 달했다. 이중 치킨(22%)과 한식(17%)에 이어 커피가 11%를 차지했다.
치킨이나 한식은 국내 생산이 가능하지만 커피의 경우 사실상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에 커피전문점이 많다는 사실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커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기업마저 글로벌 브랜드까지 수입해 커피전문점을 잇따라 개점해 포화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치열한 격전장이 된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세계 제1의 커피 원산지인 브라질의 1등급 생두만을 고집스럽게 수입·사용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왕의 커피’를 운영하는 오진욱 대표다.

오 대표가 2012년 설립한 회사의 이름은 ‘카페도헤이(Cafe Do Hei)’다. 브라질 말로 ‘왕의 커피’를 의미한다. 그는 이를 지금까지 상호로도 사용하고 있다.

오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88년 7월 가족들과 함께 브라질로 이민했다. 그러나 고국을 잊지 못하는 부모님을 위해 24년 만인 2012년 귀국했다. 브라질 현지에서 그곳 경찰관 등을 대상으로 특공무술을 지도해 온 오 대표는 귀국 전 6개월 동안 한국에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 고민했다고 한다. 마침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던 커피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면밀하게 조사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오 대표는 커피전문점들이 A급과 B급 커피를 블렌딩(혼합) 해 고가에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특히 본인이 브라질에서 보고 배운 커피 상식에 비해 국내 커피 시장은 ‘소비자 중심이 아닌 점포 이익 중심’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한다. 결국 오 대표는 “내가 국내 커피 시장을 올바르게 바꿔 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매장을 오픈했다.

오 대표는 브라질 세하도 현지인들과의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그 지역에서도 엄선된 최상품 커피를 국내에 들여왔다. 1년에 무조건 3회 이상 브라질 현지를 방문해 생두를 직수입하고 거품을 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최소의 마진으로 판매하고 있다.

△저가의 생두를 사용하지 않는다 △최고의 스페셜 1등급 원두만을 사용한다 △항상 최고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등의 3가지 원칙도 정했다.

오 대표는 “아직도 일부 점포를 지나다보면 ‘갓 볶은 커피’라는 문구를 내걸고 홍보한다. 하지만 갓 볶은 커피가 결코 맛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생두를 로스팅(볶음) 한 후에는 식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좋은 원두는 시간이 지나도 오랫동안 좋은 맛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브라질 스페셜티 인증을 받고 엄선해 들여온 브라질 생두는 매일 아침 5시 경기 고양시 성석동에 있는 로스팅실에서 오 대표의 손을 거쳐 볶아진 후 숙성돼 고객에게 제공된다.

로스팅은 최상의 커피 맛을 뽑아내는 과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생두다. 로스팅의 달인이라고 해도 저가의 생두에서 질 좋은 커피 맛을 뽑아낼 수는 없다는 얘기다다.

다만 저가의 생두에서 나오는 안 좋은 맛과 향을 로스팅으로 어느 정도 보완은 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커피들의 특징 중 하나는 강한 로스팅인데, 이는 생두의 질 때문이라고 오 대표는 설명했다.

“국내 대부분의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커피의 단맛을 살리거나 생두의 낮은 품질을 감추기 위해 로스팅을 강하게 한다. 강하게 볶아내면 저가의 생두가 가진 안 좋은 맛을 숨길 수 있고 쓰고 탄 맛을 두드러지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로스팅을 하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일정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로스팅을 강하게 하면 좋은 생두를 쓸 이유가 없어 많은 커피전문점들이 이를 선호한다.”

오 대표는 좋은 생두는 강하게 볶아내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커피 본연의 좋은 맛은 사라지고 쓴 맛과 함께 마시면 목이 칼칼해지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도 입안이 개운치 않아 물을 찾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진욱 대표가 브라질에서 인증 받은 1등급 생두만을 사용해 커피의 본질을 알리겠다며 2014년 1월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웨스턴돔에  ‘왕의 커피(카페도헤이, Cafe Do Hei)’. 바로 옆에 글로벌 커피브랜드 매장이 위치해 있다. 사진=정영일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오진욱 대표가 브라질에서 인증 받은 1등급 생두만을 사용해 커피의 본질을 알리겠다며 2014년 1월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웨스턴돔에 ‘왕의 커피(카페도헤이, Cafe Do Hei)’. 바로 옆에 글로벌 커피브랜드 매장이 위치해 있다. 사진=정영일 기자


그는 2014년 1월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웨스턴돔에 본사격인 대형 커피매장을 오픈했다. 그것도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바로 옆에. 맛은 물론 가격으로 승부해도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오픈 때부터 다른 곳과 다른 1등급 생두를 매일 로스팅 해 공급하는 왕의 커피의 진정한 맛을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어한다. 이런 노력으로 현재 가맹점 23개, 매월 로스팅한 원두를 공급받는 커피전문점 등도 500여 곳에 달한다.

가맹점이라고 해도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와 달리 가맹비 등은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인테리어나 매장 면적 등도 가맹점주가 결정하면 된다. 다만 고른 커피 맛을 내기 위해 원두사용과 교육은 필수라고 한다.

가격 경쟁력도 월등하다. 대표 제품인 왕의 커피와 여왕의 커피(각각 라지)가 2700원에 불과하다. 요일별 이벤트로 월요일에는 왕의 커피, 화요일에는 여왕의 커피를 2000원에 할인 판매한다. 수요일부터 일요일에는 아메리카노가 2000원이다.

그는 고양시에서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재능기부로 커피 사업과 관련한 강의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또 본사 직영점을 고양시의 일자리카페 ‘청취다방’으로 정하고 모임 때 장소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오 대표는 “무조건 브랜드를 선호하기보다는 내가 마시는 커피가 과연 얼마나 좋은 생두로 볶아져 나온 건지 알고 있어야 한다”며 “왕의 커피가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즐겁게 만나 저렴하고 좋은 커피를 왕의 입장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jddud@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