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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대통령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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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대통령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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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에게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한반도>를 강조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새로운 <한반도>’다.

뉴시스가 창사 18주년을 맞아 문 대통령의 연설문을 분석했더니, 자그마치 1435회에 걸쳐서 <한반도>를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도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였다.

대통령의 말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언론도 당연히 <한반도>였다.

<반도(半島)>가 뭔가. ‘3면이 바다인 반쪽짜리 섬’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

그러나 <반도>는 없어져야 할 말이다. 일제가 우리 영역을 <반도> 이남으로 오그라뜨려 민족정기를 말살시키려고 의도적으로 주입시킨 말이기 때문이다.

일제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자기들 땅만 제대로 된 <완전한 섬>이고, ‘3면이 바다’인 우리 땅은 섬이 되다가 만 반쪽짜리 <반도>라고 깎아내렸다. <반도근성>이니 뭐니 하면서 멸시하기도 했다.

그랬던 <반도>라는 표현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우리 땅을 스스로 <반도>라고 낮춰서 부르는 것이다. 헌법마저 우리 땅을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일본 땅을 <열도(列島)>라고 부르고 있다. ‘열도’는 ‘줄로 늘어선 섬’이다. ‘제대로 된 섬이 죽 늘어서서 줄을 잇고 있다’고 추켜올려 주는 셈이다.

옛날에는 일본 사람을 ‘삼도왜인(三島倭人)’이라고 했었다. 일본 사람들은 ‘3개의 섬’에서 사는 왜인에 불과했다. 그 일본 사람들이 자기들 땅을 ‘열도’라고 한다고, 우리도 그렇게 불러주고 있다.

광활한 대륙을 누볐던 고구려와 발해를 생략하더라도 애당초 우리 땅은 <반도>일 수가 없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대륙의 일부인 ‘간도’를 영토로 하고 있었다. 남한 면적의 절반이나 되는 좁지 않은 땅이다. 일제는 만주철도 부설권을 받는 조건으로 이 간도를 청나라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소위 ‘간도협약’이었다.

남과 북이 갈라져 있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지도를 펼쳐놓고 신의주에서 함흥 근처까지 줄을 쳐보자. 그러면 그 북쪽은 절대로 ‘3면이 바다’가 아니다. 동해안 쪽만 바다다. 3면이 아닌 1면만 바다다. 신의주∼함흥 이북은 분명히 대륙에 속해 있다. 수천 년 우리 역사에서 섬나라 일본이 우기는 <반도>국가는 현재의 남한일 뿐이다.

한글학회는 진작부터 <반도>라는 말을 버리자고 촉구했다. 필요할 경우 우리나라, 또는 남북한이라고 표현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제안했었다. 그런데, 대통령부터 <반도>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인터넷 홈페이지 안내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한 공공기관을 엄중하게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라는 표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