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시간의 흐름에 맞춰 생명을 부여한 이야기다. 역사소설의 창작 근원은 기록에 나타난 역사적 사실이다. 차 작가의 장편소설 『죽음의 섬』은 역사소설의 창작법을 역(逆)으로 이용한 창작물이다.
또한 작가는 현대 사회의 속성을 너무나 잘 분석했다. 빤히 예측되는 결과에 쉽게 싫증을 내는 현대인들의 속성을 말함이다. 이런 독자들에게 색다른 분위기와 신비로움을 안겨 주고 싶었으리라 여겨진다.
그리하여 현실과 환상을 수시로 넘나드는 특이한 의식의 주인공을 골랐다. 주인공은 자칫 정신병자가 될 위기의 인물이기도 했다. 주인공 의식의 흐름과 해무를 저울질하듯 연관시켜 꼼꼼하게 이야기를 엮었다.
여기에 역사소설 전개의 뒤집기 방식이라는 색다른 작법은, 각 절마다 제시된 주인공의 얘기는 ‘죽음의 섬’의 골격이다. 아르놀트 뵈클린의 그림이 자아내는 분위기보다 더 생생하게 섬을 묘사했다. 적어도 뵈클린의 그림에는 해무가 깔려 있지는 않다.
현실과 환상은 첨예하게 대립되는 극단이다. 이러한 극단마저도 서로 융화가 될 지경으로 작품을 이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창작 기법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어디가 현실이며 어디가 환상인가를 이야기의 곳곳에서 더듬게 만들곤 한다. 이런 기법 역시 아무나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탄탄한 필력을 바탕으로 작가의 집중력이 이루어낸 귀중한 결과라 여겨진다.
『죽음의 섬』에 대해 최수웅 단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복잡한 현실에서 소재를 추출하고, 그를 적절히 배열해서 세계관을 구성하며, 그 위에 사건을 배열하고 연결한다. 실제와 환상의 중첩, 현실과 허구의 혼융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며 “이는 우리 시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세상을 헤쳐 나갈 지도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 별빛이 그런 노력을 지켜 주리라는 희망은 낡았다”고 추천사를 적고 있다.
차노휘 작가는 “마지막을 써놓고 처음으로 돌아가는 글쓰기였다. 이미지를 만들어놓고 메인 스토리를 짜고 리얼리티를 살린 소설이었다”며 “2013년 여름부터 구상하고 쓰기 시작했다. 출판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때가 아닌 듯했다. 내가 거절하거나 거절당했다. 출판 기금 신청에서 매번 떨어졌다. 모 교수는 이 소설을 읽고 며칠 앓았다고 했다. 그만큼 기가 셌다고 농담 삼아 말했다. 기가 센 ‘이 녀석’은 나만큼이나 방황을 했다”고 그동안의 힘겨운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차 작가는 “나는 박사 논문을 통과시켰지만 일상에서 끊임없는 탈출을 시도했다. 제주도 올레길을 시작으로 지리산 둘레길을 완주하고 까미노 데 산티아고 프랑스길(900㎞)과 포르투갈길(700㎞)을 걸었다. 물 공포증이 있던 내가 이집트 다합에서 스쿠버 다이빙 다이브 마스터(DM)를 따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다시 『죽음의 섬』과 마주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차 작가는 “그동안 나는 ‘소설 불감증’을 앓고 있었다. 불감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배낭 하나 짊어지고 그 낯선 곳을 떠돌아다녔던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해왔다. 메마른 육지와 달리 풍요로운 바다를 품고 있는 이 머나먼 타국에서 내 민낯과 진솔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며 “한 아이를 품기 위해서는 한 녀석을 내보내야 했다. 서운할 것은 없었다. 이제 때가 된 것이다, 제대로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가.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중심을 잡을 거라는 믿음은 변함이 없다. 방황한 만큼 속이 더 단단해졌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깐...”이라고 덧붙였다.
허광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kw89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