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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회사채 발행 봇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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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회사채 발행 봇물 '왜'

대형사에서 중소형증권사로 확대
저금리기조, 자금조달비용절감 영향

최근 증권사들이 회사채발행 등으로 자금조달수단을 다양화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회사채발행 등으로 자금조달수단을 다양화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자금조달수단이 회사채 발행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리인하 분위기 속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한데다. 자본확충의 경우 주주들이 부담이 크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보· 대신증권 등 애초보다 발행금액 확대


증권사의 회사채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들은 상반기에 회사채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규모도 만만치 않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국내에서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해외에서 6억 달러(약 7000억 원) 규모의 달러채를 발행하는 등 총1조7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KB증권은 5000억 원, 메리츠종금증권도 3000억 원의 회사채발행으로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회사채 발행 붐이 중소형 증권사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교보증권의 경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선순위 공모채를 발행했다. 교보증권은 트랜치(tranche: 채권분류)를 3년과 5년으로 나눴으며 각각 1800억원, 700억원을 배정했다. 대신증권도 3년·5년·7년물 등 2000억 원 규모의 공모회사채를 발행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모두 기관들의 ‘사자’세에 힙입어 애초보다 발행규모를 증액했다는 점이다.

수요예측에서 교보증권은 2500억 원 모집에 1조4300억 원(3년물 1조700억 원, 5년물 36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대신증권은 2000억원 모집에 1조1700억 원(3년물 5900억 원, 5년물 4300억 원, 7년물 1500억 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기관투자자들의 뜨거운 인기가 반영되며 발행금액의 경우 교보증권은 애초 2500억 원에서 4000 억원으로, 대신증권은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증액됐다. 이 과정에서 이들 증권사들이 제시한 금리밴드보다 약 21~30bp가량 금리를 낮춰 발행하며 조달비용도 절감했다.

회사채 흥행을 이어갈 다음 주자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2일 3년 만기 회사채 1200억 원어치 발행에 대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지난 2월 3000억 원어치 발행 이후 6개월 만이다.시장에서는 기관들의 수요가 몰릴 경우 증액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회사채 수요 탄탄, 자금조달수단 다양화로 재무건전성 강화


최근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 대열에 합류하는 이유는 수요도 괜찮고 금리도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는 등 여러 측면에서 발행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박진영 현대차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최근 실적 공시를 앞두고 수요예측 진행 건이 많지 않고, 일반 회사채에 비하면 증권사 회사채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증권사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자금조달수단을 자본확충이 아니라 회사채발행으로 방향을 튼 것은 자본확충에 따른 주주부담, 신구 영업순자본비율(NCR)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교보증권과 대신증권의 경우 지난 2010년 이후 별다른 자본확충 없이 회사채 등 부채를 늘리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교보증권, 대신증권의 지난 3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각각 814.2%, 886.6%에 이른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최근 신용평가사들과 신구 NCR적용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케이스다.

NCR은 증권사의 파산시 고객과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1997월 4월 1일부터 도입됐으며 통상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파악지표로 활용된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구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4년 자본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신NCR제도를 도입했으며 현재는 구NCR이 아니라 신NCR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신NCR은 구NCR과 달리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값을 분자에 놓고, 필요유지 자기자본을 분모에 둬 자기자본이 많은 대형사가 높게 나온다.

구NCR과 신NCR의 차이는 총위험액에 대한 자기자본을 많이 혹은 덜 반영하느냐다 신NCR을 적용하면 위험액에 꽁꽁 묶인 자기자본을 투자에 더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구NCR로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이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초대형IB의 구NCR은 지난 3월 말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 126.5%, 미래에셋대우 138.2%다.

구NCR이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150%를 밑도는 증권사는 2014년 이전까지 ‘시정조치(경영개선 권고)’ 대상이다. 이를 근거로 신평사들이 재무건전성 강화를 압박하며 NCR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회사채발행으로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했다는 관측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회사채발행만 놓고 보면 신구NCR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며 “대부분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을 위험투자가 아니라 운영자금으로 쓰는 것도 재무건전성관리와 관련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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