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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가 흑자 둔갑, 시중금리보다 낮은 대출, 성과급 잔치...문재인정부에도 공기업 방만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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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가 흑자 둔갑, 시중금리보다 낮은 대출, 성과급 잔치...문재인정부에도 공기업 방만경영

감사원, 23개 공공기관 '2018년 결산검사' 발표
전체 매출, 당기순이익 감소하고 부채비율 높아져
일자리 늘리고 성과급 등 과다 혜택...코레일은 3천억 실적 부풀렸다 적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전 본사 전경. 사진=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전 본사 전경. 사진=한국철도공사
공공기관의 '고질병' 방만경영이 문재인 정부 들어 개선되기는커녕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기획재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16일 '2018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검사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결산검사서는 한국전력·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정부 출자지분율 50% 이상인 2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018회계연도 재무상태와 위법·부당사항을 감사한 결과를 담은 종합보고서이다.23개 공공기관에는 한전 자회사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기업과 일부 준정부기관이 포함돼 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검사대상 23개 공공기관들의 경영 실적은 전년도인 2017년보다 더 나빠졌다.

지난해 검사대상 23개 공공기관들의 전체 매출액은 전년대비 2.5% 줄었으며, 전체 당기순이익 금액은 1조 4298억 원으로 전년도(4조 8202억 원)과 비교해 무려 70.3%나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3개 공공기관의 총자산순이익률(총자산 대비 당기순이익), 자기자본순이익률(지배주주귀속 자기자본 대비 당기순이익), 매출액순이익률(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은 일제히 1년 전보다 낮아졌다.

반대로 부채비율은 지난해 23개 기관 평균 234.5%로 전년도 말 기준 233.8%에 비해 0.7%포인트 상승했으며,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평균 29.9%로 전년(30.0%)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생산성 지표인 총자본투자효율(총자본 대비 부가가치액)과 부가가치율(매출액 대비 부가가치액)도 전년도보다 낮아졌다.
이같은 공공기관의 지난해 실적 악화에는 대상기관 중 가장 덩치가 큰 한전의 실적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한전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16년 7조 1483억 원에서 2017년 1조 4414억 원으로 급감한데 이어 급기야 지난해 '순손실 1조 174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떨어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과도한 성과급 지급 등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방만경영에 더해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이 공공기관 실적 악화 눈덩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4~2019년 공공기관 인건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 전체 임직원 수는 38만 3391명으로 전년도(34만 6944명)보다 10.5% 늘었다.

한전을 예로 들면, 정규직 임직원 수(무기계약직 포함)는 지난해 2만 2706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580명 늘었다. LH도 지난해 9111명으로 1년 사이 860명이나 늘었다.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들 역시 지난해 임직원 수가 전년도보다 수십명에서 수백명씩 증가했다.

현재 공공기관은 자율조정정원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신규 채용 등 일자리 증대에 앞장 서고 있다.

공공기관의 급여와 복리후생비도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6798만 원으로, 2017년 국내 전체 근로자 평균 연봉 3519만 원의 거의 2배에 이르지만 여전히 매년 1~2%씩 꾸준히 오르고 있다.

339개 공공기관의 예산상 복리후생비는 지난해 총액 8955억 원으로 전년대비 9.5% 늘었다.

특히, 이같은 급여와 복리후생비 조건이 주어지고 있음에도 상당수의 공공기관들은 임직원에게 주택관련 대출금을 지원하면서 일반국민에 적용되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3% 대보다 매우 낮은 0.5~1.5%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게 드러났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이 도를 넘어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92명의 임직원에게 0.5~1.5%의 금리로 총 80억 8600만 원의 주택 대출을 해줬고, 한국관광공사는 87명에게 73억 3600만 원어치를 1.6% 금리로 대출 혜택을 베풀었다.

산업은행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도 각각 40억 원, 7억 6500만 원 규모에 이르는 주택 임차 또는 구입 대출을 1~2%의 저리로 지원했다.

더욱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번 감사원 결산검사에서 지난해 회계처리 과정에 수익을 3943억 원이나 과다계상해 실적을 부풀리고, 이를 근거로 성과급을 과다하게 지급한 것으로 적발됐고 '분식회계' 의혹까지 받고 있다.

즉, 코레일은 지난해 실적 관련 공시에서 2893억원 흑자(당기순이익)로 발표했지만, 감사원 검사 결과 1050억 원 적자(당기순손실)로 밝혀졌다.

코레일은 뒤늦게 법인세법 개정 내용을 인지하지 못해 수익이 과다계상됐다고 인정하고 감사원 검사 이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레일이 경영실적을 좋게 보이려고 이익을 부풀린 사실상의 '분식회계'을 저지른 것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만성적자인 코레일이 이같은 수익 과다계상을 근거로 지난해 임직원 2만 8000여명에게 전년도보다 1인당 300만 원 가량 늘어난 1인당 평균 1081만 원의 성과급과 상여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잘못된 경영실적을 근거로 코레일은 지난 6월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전년도보다 한단계 오른 B등급(양호)을 받기까지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출자비중이 높은 공공기관의 적자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면서 "총 339개 공공기관 중 23개에 불과한 감사원 결산검사 대상을 확대하는 등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에 감시체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