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위안화 가치와 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하게 보이기 때문에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을 재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원화 가치는 한 달 사이에 5% 이상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월 1일의 1163원 이후 한 달 만인 6월 2일의 1191원, 7월 1일의 1156원으로 상승하더니 급기야 8월6일에는 1211원으로 1200원 대를 돌파했다. 13일에는 1223원을 기록하며 2016년 3월2일의 1227.5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위안화 환율 상승으로 원화도 동반 상승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14일 위안/달러 기준환율을 7.031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로써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인식되는 중간환율이 5거래일 연속으로 7위안 이상을 넘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 원화 가치가 위안화와 동조화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높은 대(對)중국 수출 비중, 양국 증시 상관 계수가 높은 점,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원화로 헤지 하는 것을꼽았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은 약 2686억달러로 전체 무역의 23.6%(수출 기준으로는 26.8%, 수입 기준으로는 19.9%)를 차지한다.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에서는 위안화 약세가 중국의 구매력 약화에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도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증시의 상관관계가 크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상하이종합지수 간 상관계수는 이날 기준 0.76으로 코스피와 다우존스 지수(0.2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0.21)보다 월등히 높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우려한 다른 국가의 투자자들도 한국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로 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원화가 위안화에 동조되는 이유다. 김 연구원은 “환헤지는 주로 선물환이나 NDF(역외차액결제선물환)를 통해 이뤄지는데, 위안화에 비해 원화가 유동성이 풍부해 거래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위안화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IBK경제연구소는 "과거와 달리 중국 정부도 7위안 수성에 적극적이지 않아 미·중 무역 분쟁이 해소될 때까지 위안화 약세는 지속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바라는 대로 순순히 위안화를 절상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통화정책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통화 완화에 그쳤던 연준이 비둘기파적 시그널을 보인다면 위안화 가치 상승, 한국과 중국 증시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n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