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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로 집값안정, 공급난 없다" 김현미장관 발언에 '아전인수식 해석'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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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로 집값안정, 공급난 없다" 김현미장관 발언에 '아전인수식 해석' 비판

전문가들 "국토부 입맞 맞춘 해석" 로또분양·음성투기 우려
국토부 통계자료에 "공급감소땐 경기탓, 안정땐 상한제 덕분" 이중잣대 일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1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1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까지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시행하기로 지난 12일 결정하자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뿐이라며 정책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전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부동산시장이 안정됐을 것’이라고 언급한 내용이나 국토부가 김 장관의 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근거자료도 전문가들은 ‘짜맞추기식 해석’이라며 비판했다.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정책효과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한제 실시 이후에 일시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향후 더 큰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낮은 분양가격으로 ‘로또 분양’이 나타나 시세차익에 따른 청약 과열과 음성적 투기열풍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국토부가 분양가상한제 실시를 발표한 다음날인 13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권이 끝나면 부동산 정책이 또 바뀌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 정권이) 부동산 규제를 모두 풀었는데,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부동산시장은 안정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분양제도·세제·금융 등을 손보고, 2007년 분양가 상한제도 도입해 부동산시장이 안정됐는데 정권이 바뀐 2013∼2015년 관련 규제가 모두 풀리는 바람에 부동산시장이 과열되고 과도한 가계 부채가 발생해 결국 내수침체로 연결됐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 시행 후 공급 위축 가능성에 김 장관은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 뒤 약간의 등락폭은 있지만 2010년부터 1만 8000가구가 공급되고 이같은 추세가 2014년까지 이어졌다”면서 “2006년 분양가상한제 실시 이전보다 훨씬 많은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이뤄진 만큼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재건축·재개발조합과 건설사의 이익 감소가 주택공급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몇 년 뒤에는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 오히려 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김 장관의 발언을 비판했다.

권 교수는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주택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로 가격을 낮추기보다 가격이 오르는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도 김 장관의 발언을 옹호하기 위해 서울 아파트 인·허가 통계를 제시하며 아파트 공급 위축 우려를 반박했다.

즉, 2007년 분양가 상한제가 처음 시행된 뒤 2008년과 2009년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만1900가구, 2만6600가구로 2007년 5만가구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상한제 시행 전 밀어내기식 인·허가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해명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 의무적용 시기(2007∼2014년)에 서울 주택 전체와 아파트가격 평균 상승률은 각각 1.13%, 0.37%이었으나, 분양가상한제를 완화한 시기(2015∼2018년)의 주택과 아파트 상승률은 4.15%, 5.67%로 높아졌다고 국토부는 말했다.

이같은 국토부의 주장에 전문가들은 “국토부 입맛에 맞춘 해석”이라고 공박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8∼2009년 서울의 경우 아파트 인·허가가 반 토막이 아니라 아예 3분의 1 토막이 났던 시기”라면서 “이를 국토부가 분양가상한제가 아니라 모두 경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심 교수는 “반대로 2007∼2014년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아파트 값이 안 올랐다기보다 이 시기가 경기 침체 등에 따른 부동산경기 하강기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