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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다 급해’…쌍용차, 코란도 가솔린 급조(?)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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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다 급해’…쌍용차, 코란도 가솔린 급조(?) 출시


2개월 시차로 같은 엔진의 티볼리, 코란도 선봬…경영실적 지속 악화
코란도 9월 출시에서 연내 출시로 변경…8월 깜짝 출시로 반등 노려

판매 하락과 경영 실적 악화 등으로 쌍용자동차가 다급해졌다. 쌍용자동차(대표이사 예병태)는 가솔린 1.5 엔진을 장착한 코란도를 13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 엔진은 6월 선보인 티볼리 가솔린 엔진에 실린 엔진으로, 쌍용차가 2개월만에 같은 엔진으로 신차를 선보인 셈이다.
그만큼 쌍용차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행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쌍용차가 실적 개선을 위해 코란도 가솔린을 선보였다. 사진=쌍용차이미지 확대보기
쌍용차가 실적 개선을 위해 코란도 가솔린을 선보였다. 사진=쌍용차

앞서 쌍용차는 2009년 중국 상하이차와 결별하면서 회사가 존폐 위기를 겪었다. 다만, 쌍용차는 어려운 가운데 2.0 한국형 디젤 엔진을 개발해 2011년 초 코란도 C를 선보였다.

쌍용차는 이듬해 초 같은 엔진으로 코란도 스포츠를, 2013년에도 같은 엔진으로 코란도 투리스모를 각각 내놨다. 3년간 쌍용차의 연평균 판매 성장세는 26%.

신차가 없던 2014년 쌍용차의 내수 성장세는 8% 수준으로 급락했으며, 2015년에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출시로 내수에서 40% 중반대의 고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다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쌍용차의 내수 성장세는 5% 미만으로 추락했다. 올해 1∼7월 쌍용차의 내수 성장세 역시 전년 동기보다 5.4% 성장에 머물렀다.

7월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11.4% 급감하면서, 올해 선보인 렉스턴 스포츠 칸, 코란도, 티볼리 등 신차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코란도와 티볼리가, 현대차 베뉴와 기아차 셀토스 등 동급 차량에 밀리고 있어서이다.

이를 감안해 쌍용차가 코란도 가솔린 1.5를 서둘러 출시했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주장했다.

여기에 르노삼성이 이달 한달간 소형 해치백 클리오와 소형 SUV QM3 등에 대한 자동차 기자단 시승행사를 개최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코란도 가솔린 조기 출시에 힘을 보탰다.

지난달 르노삼성이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들여오는 이들 차량의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60.2% 판매가 급증했다.

한국GM 역시 내주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내달에는 중대형 SUV트래버스를 각각 도입하고,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와 G4 렉스턴과 정면 승부한다.

◇ 경쟁사 다양한 마케팅에 신차 출시로 쌍용차 위협


쌍용차에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다만, 최고 출력 170마력, 최대 토크 28.6㎏·m를 지닌 신형 코란도 가격이 2256만원∼2755만원으로 디젤 모델보다 최대 193만원 저렴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소형 차량의 부가가치가 낮기 때문이며, 경차의 경우 판매 마진은 5% 선이다. 현대차가 1998년 기아차와 합병 이후 경차를 기아차에 집중하고, 2002년 자사의 경차 아토스를 끝으로 경차에서 손을 뗀 이유이다.

쌍용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72%(1조7506억 원→1조8683억 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분기 순이익은 각각 769억 원과 776억원으로 전년 동기(-387억 원, -396억 원)보다 크게 악화됐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코란도와 티볼리 등의 올해 상반기 판매(2만7001대)가 전체 판매(5만5950대) 비중 48.3%를 차지해서 이다.

티볼리 1.5 가솔린은 최고 출력 163마력, 최대 토크 26.5㎏·m를 지녔으며, 차량 가격은 1678만 원부터 2532만 원이다.

2014년부터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실적 악화를 부채질 했다.

쌍용차는 2013년 7만8740대로 사상 최고의 수출 실적을 달성한 이후 유럽, 러시아 등 주력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수출이 5년 연속 크게 줄었다. 쌍용차의 지난해 수출은 3만2855대로 5년 전보다 58.3%(4만5885대)가 급감했다.

쌍용차의 올해 1∼7월 수출도 1만4030대로 전년 동기(1만8248대)보다 23.1% 크게 줄었다.

쌍용차는 20일 국내자동차 기자를 대상으로 신형 코란도의 시승행사를 갖고 초반 흥행을 노린다.

이번 코란도 가솔린에 실린 엔진과 같은 엔진을 지닌 티볼리 가솔린. 6월 시승행사 장면. 이미지 확대보기
이번 코란도 가솔린에 실린 엔진과 같은 엔진을 지닌 티볼리 가솔린. 6월 시승행사 장면.
이와 관련, 쌍용차 한 관계자는 6월 티볼리 1.5 가솔린 시승 행사에서 본지와 만나 “9월 경에 코란도에 같은 엔진을 탑재해 선보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성능에서는 티볼리 가솔린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말 본지를 만난 다른 쌍용차 관계자는 “코란도 가솔린은 올해 안에 출시할 것”이라며 “현재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코란도 가솔린이 급조됐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2014년 수입차의 선전으로 판매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새로 개발한 2.2 디젤 엔진으로 같은 해 3월 기아차 신형 카니발을, 6월에는 같은 엔진으로 현대차 그랜저 디젤을, 8월에는 다시 같은 엔진으로 신형 쏘렌토를 각각 선보인 바 있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는 동급의 라인업, 급이 다른 라인업에서도 모두 같은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과도한 엔진 우려먹기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고유의 브랜드 색깔을 잃으면서 현대차는 2013년부터 지난해 까지 6년 연속 경영 실적이 하락했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