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콜마 회장의 ‘정중한 사과’

기사입력 : 2019-08-14 06:05

  • 인쇄
  • 폰트 크기 작게
  • 폰트 크기 크게
공유 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 공유하기




left


프랑스의 어떤 연극배우가 평론가에게 막말을 지나치게 쏟아냈다. 평론가는 뿔이 단단히 났지만 ‘정중한 사과’를 받고 용서하기로 했다. 그 대신, 배우가 평론가의 집으로 찾아와서 여러 증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사과를 받는 날, 평론가의 집에 증인이 모두 모였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현관의 벨이 정확하게 울렸다. 기다리던 평론가가 얼른 문을 열었다.

반쯤 열린 문틈으로 배우가 머리를 들이밀더니 대뜸 물었다.

“여기가 상인 아무개의 집입니까?”

평론가는 얼떨결에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배우가 고개를 깊게 숙이며 사과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재빨리’ 사라졌다. 어쨌거나 고개를 낮춘 정중한 사과였다.

대통령에 대한 막말 비판과 여성 비하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으로 물의를 빚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공휴일’인 일요일에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퇴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글쎄’다. 달랑 ‘2분짜리 사과문’만 읽고 기자 질문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경영을 아들에게 맡기고, 윤 회장은 최대주주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인지, “쇼다, 뒤에서 회장 노릇을 할 것이다, 그래도 불매운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등의 소비자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 과거에도 그런 사과를 접한 경험이 좀 있었다. 언젠가는 어떤 국회의원이 이미 발표했던 ‘사과의 말씀’ 자료를 글자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언론 앞에서 ‘낭독’한 적 있었다. ‘재탕 사과’였다. 그러고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몇 해 전, 준비된 원고를 9분 동안 읽은 후 언론의 질문도 받지 않고 퇴장했었다. 권위의식이 간단치 않았다. 국민은 ‘사과’였는지, ‘담화’였는지 헷갈려야 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오늘의 핫 뉴스

실시간 속보

금융 최신기사

가장 많이 공유 된 기사

생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