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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일본 언론, 깊은 한일 갈등에 무너지는 동아시아 밸런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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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일본 언론, 깊은 한일 갈등에 무너지는 동아시아 밸런스 지적

한일 중재 실패로 미국 영향력 저하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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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나 미키오
최근 일본의 한 언론인이 방송 대담 프로에서 깊은 한일 갈등으로 동아시아 밸런스가 무너지고있으며 미국이 한일 중재 실패로 영향력 저하를 노출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도통신의 워싱턴 지국장 등을 역임한 언론인 하루나 미키오(春名幹男氏)는 역사 인식 문제에 통상 문제를 들고나온 일본 정부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일 관계의 악화가 동아시아의 파워 밸런스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일본은 어떠한 대응을 취하는 것이 국익에 이바지하는 결과가 되는 것인지 하루나가 저널리스트 진보 테츠오(神保哲生) 사회학자 미야다이 신지(宮大眞司)와 인터넷 방송국 '비디오 뉴스 닷컴'에서 토론한 내용을 간추려 정리했다. [편집자 註]

지난해 10월 한국의 대법원이 일본제철(옛 신일본 제철)을 상대로 강제징용에 대한 손해배상 지불 판결을 낸 이후 한일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 사법당국이 일본제철의 주식 차압을 통보한 데다 일본 측의 잦은 협의 제의에도 한국 측이 응하지 않자 일본 측은 마침내 통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7월 반도체 재료의 수출 규제를 실시한 데 이어 8월 2일에는 한국을 무역 관리 상의 우대 조치를 받게 되는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각의에서 결정하는 등 한국의 아킬레스 건인 통상 문제로 일본은 공세에 나서고 있다.

또 악화일로의 정부 관계에 호응하듯 지자체 간, 민간차원의 다양한 교류 사업도 취소되고 양국을 찾는 관광객의 수도 급감하는 등 한일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일본정부는 애써 "강제징용 판결과 수출규제는 별개"라고 주장하나 누구도 안 믿어


지금으로서는 일본 정부는 일련의 조치는 어디까지나 통상정책상의 조치이며 강제징용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수출 규제를 발표하는 기자 회견에서 관방장관도, 경제상장관도 모두 징용 문제로 양국의 신뢰관계가 무너진 데 따른 조치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것은 기록에도 남아있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를 WTO에 제소할 경우 일본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루나는 지적한다.

수출규제는 그것 자체로 충분히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한일 관계가 악화됨으로써 더욱 심각한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파워 밸런스(세력균형)의 변화다.

현재 동아시아 안보는 중국 러시아 북한이라는 이해당사국에 대해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한일 양국이 국내에 미군 기지를 제공함으로써 아슬아슬한 파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번에 미국이 한일 중재에 실패함으로써 미국의 영향력 저하도 드러나고 말았다. 동아시아 질서 변경에 야심을 불태우는 나라가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게다가 지금 한국은 북한에 친화적인 문재인 정권이다. 일본이 화이트국에서 제외를 각의 결정한 날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마음이라면 "한국은 북한과 함께 일본에 이기겠다"고 까지 발언하고 있다. 이대로 양국의 갈등이 계속된다면 일본은 한국을 다른 편으로 밀어낼 수도 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러시아 총리의 북방 영토 방문


실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바라보며 중국과 러시아가 동 아시아에서 첫 공동 순찰을 시작하거나 러시아군기의 A50조기 경보기가 독도 주변 영공을 침범하는 등 한일 미국 3국 안보 체제를 흔드는 도발 행위도 발견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총리의 북방 영토 방문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또 북한은 7월 이후 5차례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거듭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한일 관계에 새로운 상황을 낳고 있다. 이번에 발사된 단거리미사일은 미국 본토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일 양국은 충분히 사정거리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곤란한 것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상대에게 어려운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정권의 지지율을 부상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 정권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도입은 참의원 선거 직전에 실시되었으며, 실제로 게이오 대학의 조사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한국에 대한 강압적인 스탠스가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일본에 대한 식민지 피해의식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


한편 문재인 정권도 처음에는 한국 경제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었지만 일본과의 갈등이 결정적인 것이 되면서 지지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서로 혹독한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국내 정치적으로는 장점이다.

그는 일본이 강력한 대항조치를 취할수록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한국측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에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끈질긴 피해 의식이 있어 일본 측에게는 충분히 정당한 조치라도 한국 측에서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될수록 동아시아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이는 일본의 안전보장에는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고 하루나 씨는 말한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