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Biz 24] 아베의 어설픈 트럼프 흉내내기로 한·일 갈등 악화

공유
0

[글로벌-Biz 24] 아베의 어설픈 트럼프 흉내내기로 한·일 갈등 악화

뉴스위크 "아베정권, 경제에 정치개입 잘못 후회할 수도"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제외한 것에 항의하는 한국민들이 지난 2일 반일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제외한 것에 항의하는 한국민들이 지난 2일 반일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일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아베정권이 기존의 경제제일이라는 외교방침을 바꾸어 무역을 정치무기화하는 '압력외교'로 바꾸려고 하지만 아직 미숙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한국도 과장되게 주장하며 소란을 피우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뉴스위크는 8일(현지시간) 격화하고 있는 한일간 갈등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일본 외교정책 변화가 반영된 것이지만 '트럼프류'의 아베정권의 새로운 외교정책이 초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한일 대립의 발단은 일본정부가 내렸던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기술적인 두가지 판단이었다. 일본정부는 지난달 4일 반도체 재료 3개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관리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렸다. 또 이달 2일에는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제외시키는 의결을 각의에서 통과시켰다.

한국이 대량살상무기로 전환될 수 있는 전략물자에 관해 제3국에의 부정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해 왔다. 일본정부는 수개월전부터 한국측에 대화를 요청해왔지만 그 때마다 거절당했다고 분노섞인 주장을 했다.

한국정부는 이를 부정하면서 일본정부의 조치를 강하게 비난했다. 한국정부는 대북한 제재의 감독을 맡은 유엔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0)의 규정에도 위반한다면서 WTO에 제소할 준비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 차원에서도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취소 등 일본 보이콧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한일간 갈등의 배경에는 2차대전중에 일본기업이 한국인을 강제적으로 동원해 중노동시킨 소위 강제징용' 문제가 깔려있으며 한국에 압력을 가하고 싶은 게 일본측의 의도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기업에 강제징용에 대한 손해배상 지불을 명한 것이다.

한일 양국이 1965년 국교정상화 시점에서 한일청구권 협정을 맺고 한국에 5억 달러의 경제지원을 한 것으로 강제징용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측의 인식이다.

일본정부에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에 초조해하며 한국에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무기를 찾아왔으며 전부터 문제시 돼 왔던 대한 수출 문제에 눈을 돌려 경제산업성 관할인 문제를 총리실로 끄집어 올린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아베 총리의 행동은 무역을 정치 무기로 사용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방식과 여러 가지 의미에서 닮았다. 지난 7월의 일련의 정부발표가 성명과 수정과 전략변경이 섞여있는 점은 흡사 '트럼프류'다.

'트럼프류'의 발표를 할 시점에는 적어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미디어와 외교관계자에의 배경설명, 거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설명이 필요하다. 일관성을 가지기 위해 모든 정보를 하나의 사무실을 통해서 발표하고 코멘트도 한 명의 대표가 수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외의 전개(대표적인 게 불매운동)에 대비해 긴급 대응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일본정부의 대응은 이 기본을 지키지 않고 정부당국자들은 모순된 성명과 애매한 발언을 반복했다.

일본정부의 기본적인 주장은 극히 실무적인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어떤 수출국에도 인정되고 있는 권리로서 공급자에 '앞으로는 개별 출하마다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라고 통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미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에 대해서도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중국도 메모리칩의 생산이 번성한 타이완도 일본의 화이트국 리스트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상당한 반발을 상정해 준비해야만 했던 것이다.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사업에 위협이 닥치면 어떤 정부라도 저항할 것이다. 그러나 세코 히로시케(世耕弘成) 경제산업성 장관은 수출관리가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정권 고위인사들은 세코 장관이 부정하고 있는 강제징용 소송에의 보복의혹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수출관리는 안전보장상의 이유라고 말하면서도 "한국이 G20 정상회담까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만족스런 해결책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됐다"라는 생각을 내비쳤다.

아베 총리는 일본정부가 안전보장상의 이유를 전면에 내세운 직후에 역사문제를 끄집어 냈다. 강제징용 소송의 대법원 판결에의 대응에서 "한국은 국가간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해졌다. 무역관리에 있어서 지키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라고 TV프로그램에서 말했다.

아베총리와 스가 장관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화의 규모를 예상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한국에서 18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의류대기업 유니클로는 한국시민의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아 백화점 등 매장의 매출이 50% 가까이 줄었다. 한국에서는 외국산 맥주 중 일본산 맥주가 단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슈퍼와 편의점 진열대에서 일본산 맥주가 사라져 아사히 등 맥주업체가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수는 750만명이다. 한국 여행사에 따르면 최근 수주 간에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객수는 급감했다. 지금은 일본방문 방문객이 경기 회복에 공헌하고 있고 그 중에 한국인 방문객이 가장 많다.

일본은 지난해 한국 수출로 200억 달러 전후의 흑자를 올렸다. 이는 대미수출에 이은 2번째 큰 무역흑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2일 TV로 생중계된 긴급 국무회의에서 '두번 다시 일본에 질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일본과 경제전쟁에 돌입하겠다는 인식을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다.

한편에서는 한일 쌍방 모두 경제적인 타격은 최소한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기업에 계속된 구매의사가 있다지만 일본정부의 조치로 수입할 수 없게 된 품목은 거의 없다는 게 미 금융대기업 골드만 삭스의 지적이다. 또한 무역이 활발한 대신에 일본기업의 한국에의 직접투자는 적고 일본기업의 중장기적인 리스크는 한정적이다. 일본은행의 2018년 회계연도 통계에 따르면 일본기업의 한국투자는 글로벌 대외투자의 2.3%에 불과하고 대미투자액의 거의 10분의 1에 그친다.

일본 재계는 한일 마찰에 대해 침묵하고 있고 잠재적인 비용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이 뽑은 조치를 대략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같다. 경제동우회 사쿠라다 켄고(桜田謙悟) 대표간사는 "일본 경제계가 일한관계의 조기 정상화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어떤 재계인사는 개인적인 견해로 "일본이 앞서 강경자세를 취할 리는 없으며 한국이 대단하게 시끄럽게 나서지만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확한 발언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일본기업으로서 우려할 요소는 삼성을 비롯한 한국기업이 조달처를 일본에서 '신뢰할 수 있는' 대체기업으로 전환할지 여부다. 한국정부는 지난 5일 일본에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연구개발에 640억 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연구개발에는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들기 때문에 한국기업은 일본의 조치에 보다 실제로 얼마만큼 수출이 제한될지를 냉정하게 지켜보며 '탈일본'을 진행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문가는 전망했다.

불매운등과 탈일본 등 많은 리스크가 있는데도 아베 정권은 양보할 자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에 초치한 일본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은 강제징용 문제로 한일이 공동으로 재단을 설립하자는 해결책을 설명하는 남 대사의 말을 중간에 끊고 일본정부는 이미 이 안을 거부했다는 것을 이유로 "알지 못하는 척 하면서 다시 제안하는 것은 극히 무례하다"라고 TV 카메라 앞에서 질책했다.

고노 장관의 질책 탓인지 강경하게 나온 것은 일본정부라는 인상이 짙다. 남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 측근으로 새롭게 취임한 한국대사로서 6월에 아사히(朝日)신문의 취재에 관계 경색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외교관의 임무이고 한일관계 개선에 진력하고 싶다고 온건하게 말한 인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틀린 관계을 바로 세울 중재역으로서 기대했던 것이 트럼프 정권이다. 그러나 한일 양국을 연이어 방문한 존 볼튼 미국대통령 보좌관(국가안전보장문제담당)은 타고난 강경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 문제에 개입을 꺼려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아세안지역 포럼 출석을 위해 방문한 태국 방콕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지만 형식적인 중재에 머물고 고노 외무장관과 강경화 한국 외무장관의 교섭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한국이 일본과 2016년 체결한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를 파기한다면 일본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한국의 정보는 직접 받을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한일의 연계를 전제로 한 미국의 아태전략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래도 지금의 미국은 한일 쌍방에 '반성'을 촉구하는 데 머물면서 발을 들여다놓은 중재를 피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에서 목표선을 크게 상회한 의석을 확보해 안도한 아베 총리지만 외교에서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교섭에서는 사실상 장막 밖에 놓여져 있고 북한 김정원 국방위원장과는 납치문제의 해결 등 만남의 조건을 모두 백지화해 회담을 가지려고 해도 상대해주지 않고 미국정부로부터는 호르무즈 해협 등의 항행의 안전확보를 위해 '유지연합' 참가 요청과 미일 무역협상의 조기타결 압력을 받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가 겨냥한 듯이 손을 잡고 한미일 동맹을 흔들려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동해와 동중국해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독도의 영공을 러시아기가 침범했다. 다음은 일본이 지배하고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동중국해 센가쿠(尖閣)제도에서도 도발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강경외교에는 위험이 따른다. '호인'외교가 득책이고 비즈니스에 정치를 개입시킨 것은 잘못된 길이었다라고 아베총리는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