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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기업, 스피드 중시하며 모방전략으로 일본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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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기업, 스피드 중시하며 모방전략으로 일본 위협

일본 언론이 평가하는 '한국의 반도체 재료 국산화를 얕볼 수 없는 이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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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을 둘러싼 한국 대법원의 판결로 촉발된 한일 분쟁이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아베 내각의 결정에 동조하면서 한국의 대응을 조롱까지 해왔던 일본 언론이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8일자 도요게이자이(
東洋經濟) 온라인의 장문의 해설 기사 '한국의 반도체 재료 국산화를 얕볼 수 없는 이유'를 상하(上下)로 정리했다. [편집자 註]

한일관계가 전후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다. 이미 많은 미디어가 정치, 외교상의 난제에 관해 논하고 있어 본 기사에서는 경영전략의 시야에서 일본기업이 빠뜨리기 쉬운 점에 관해 지적하고 싶다.

지난 2일 일본 정부는 한국을 수출관리상의 우대 국가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을 각의에서 결정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앞으로 다양한 대항조치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주장에 일본은 줄곧 강경자세


일본이 반도체재료의 대한 수출 규제를 실시한 직후 한국은 '반도체 소재 국산화'라는 대응을 들고나섰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재료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받아들여 한국 정부는 반도체의 재료나 부품, 설비 등을 국산화하기 위해 연구개발투자에 매년 1조 원 규모를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5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판화학 6개 분야에서 100개 품목을 전략품목으로 지정하여 7년간 7조7000억 원을 투자하는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정부가 수출 규제의 대상으로 일본기업이 세계 점유율 70~90%를 차지하는 반도체 재료, 고순도 불화수소, 레지스트(감광제), 불화폴리이미드 등을 포함한 20개 품목을 1년 이내에 일본 의존도에서 벗어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만, 전부 국산화로 대응하여 공급안전화를 꾀하는 것은 아니고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 조달하는 수입처 다변화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국산화 가능에 의문 표시하는 고자세의 일본 기업들


이러한 한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본 관계자들은 "일본 회사들이 장기간에 걸쳐 축적해온 기술을 따라잡는 데(국산화 하는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면서 고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렇게 고자세를 보여왔던 분야인 가전, 반도체, 액정, 유기 EL패널, 2차전지, 스마트폰 등은 한국이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품목에 따라서는 일본이 뒤처지는 품목도 있다.

왜, 한국기업은 일본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일본의 주요 산업을 따라 잡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모방'과 '수평 분업'을 중점으로 구사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특기가 고도의 생산시스템인 것에 비해 한국기업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스피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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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모방 속에서 경쟁력 키웠다"


모방은 일반적으로 '교활하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경쟁 상대방을 뛰어넘을 수 있으며 굉장히 똑똑한 경영전략이다. 때로는 라이벌의 실패를 보고 반면교사로 삼기도 한다.

고베 대학 대학원의 가호야 타다오(加護野忠男) 교수는 "파나소닉이 가장 경쟁력을 발휘한 것은 베낀 전자기기였다. 후지쯔도 '타도 IBM'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대형 컴퓨터에 경쟁했던 시기에도 모방은 언제든지 있었다"고 말한다.

모방은 연구개발에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주력 상품'이 되는 기술을 간단하게 손에 넣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은 M&A와 매우 닮아 있다. 연구개발 투자와 시간을 절약하는 대신 개선에 시간을 투자한다. 하나부터 축적해 가는 독자 개발과 비교하여 완성도가 높은 기술을 베이스로 한 모방은 개선의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뿐만이 아니다. 모방하면서 많은 것을 배워 그 과정에서 혁신과 아이디어도 생긴다.

모방으로 경제 발전 해온 일본


예를 들면 '카이젠(kaizen, 한자어 改善에서 유래)'이라고 하는 영어단어까지 생겨 세계 산업계에 퍼진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타 생산 시스템'도 창업자인 도요타가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견학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따라잡아 뛰어 넘자'는 신념으로 필사적으로 모방해온 과정에서 생긴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기업은 미주 및 유럽 기업의 기술을 모방했지만 일본 독자의 개량 노하우에 따라 내재화 하는 것에 열정을 쏟았다.

예를 들면 샤프의 창업자 하야카와 토쿠지(早川徳次)는 일본 처음으로 국산 라디오를 제품화 했을 때 오사카 신사이바시에서 팔던 미국산 라디오를 집에 가져와 분해하여 눈대중과 눈썰미로 하나하나 손으로 제작했다.

요즘 하는 말로 수직 통합인 것이다. 회사에서 뭐든지 만드는 것이 일본의 상식이고 자랑이었다. 연결은 일본의 자랑이었다.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도 일본은 반도체 회사가 중심이 되어 제조장치, 재료 회사를 육성하여 네트워크화를 꾸리게 되었다. 액정 패널도 같은 형태의 에코시스템(생태계)이 구축되었다.

그런데 한국회사들은 제조 장치와 재료를 미국과 일본에서 조달하는 수평 분업을 일관하여 스피드 중시형의 경영을 핵심 역량으로 하는 모방의 전략을 구사해 왔다.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으면 음료가 나오는 것처럼, 제조 장치와 재료를 투입하면 반도체와 액정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형 대량생산에는 풍부한 자금력을 뒷받침하는 대담한 투자가 가능한 한국의 재벌 자본주의가 적합한 시스템이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