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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벨라루스 바레인 등 小國, 가상화폐 허브 구축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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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벨라루스 바레인 등 小國, 가상화폐 허브 구축 혈안

규제 풀고 안전성 높여 투자 유치…돈세탁 등 단점 줄이고 세제 등 혜택

벨로루시와 바레인 등 小國이 '암호 자산 허브'를 목표로 룰을 정비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이미지 확대보기
벨로루시와 바레인 등 小國이 '암호 자산 허브'를 목표로 룰을 정비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2017년 3월 벨로루시의 알렉산데르 루카셴코(Alexander Lukashenko) 대통령과 VP캐피탈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빅토르 프로코페냐(Viktor Prokopenya)는 당초 1시간으로 예정된 회담을 무려 3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암호 자산(가상화폐)과 관련된 대화로 두 사람 모두 깊은 관심을 표명했으며, 미래의 방향성에 대한 검토로 인해 회담은 시간가는 줄 몰랐다.

회담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으로부터 국내 IT 산업의 부흥을 위해서 규제안을 제언해달라고 요청받은 프로코페냐 CEO는 이후 IT 기업과 변호사들과 협력하여, 장래 두각을 나타낼 디지털 산업에 대한 지침안 마련에 나섰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드디어 벨로루시의 독자적인 '가상화폐 룰(규칙)'이 갖추어졌다.
투자자들은 프로코페냐 CEO가 운영하는 거래소에서 암호화 자산인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코인을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도 독자적인 암호화 자산 플랫폼을 시작하는 회사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자유로워야 할 면은 자유롭게 하고, 다른 면(규제)은 매우 엄격하게"라는 것이 가상화폐에 대한 룰을 만든 프로코페냐의 지론이다. 결국 벨라루스는 블록체인 기술에 관해서 만큼은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우뚝섰다.

또한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리브라' 프로젝트를 공표한 이후 미국 정치계와 유럽연합(EU)의 강력한 반발로 잠시 주춤하던 시장에서 벨로루시와 바레인 등 소수의 소국(小國)들이 발 빠르게 암호화 자산의 규칙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만약 미국과 EU가 이대로 규제에만 집중한다면, 머지않아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관련된 산업의 중심을 이들 소국에 빼앗길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의 최신 동향에 대해 분석한다.

<편집자 주>


■ 페이스북 '리브라' 탄생 방해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의도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 도입에 대한 보편적인 업계의 시각을 살펴보면, 페이스북이라는 든든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리브라의 탄생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제도권 시장에 편입될 가능성을 높이고, 가상화폐 시장도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모로 파급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상화폐의 계좌 수는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약 1억4000만 계좌 정도(2018년 3분기 기준)로 집계된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월간 액티브 유저는 이미 24억 명에 육박하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의 10%가 계좌를 개설한 것만으로도 가상화폐 계좌 수가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물론 그 속에서 중복 가입자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를 빼고서도 목표 달성은 충분하다.

그만큼 페이스북의 가상화폐는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사실상 전 세계 첫 번째로 대중화된 디지털 통화의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많다. 또 계좌 수가 세계적으로 확대된다면, 리브라의 국제 송금도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국제은행간금융통신 협회(SWIFT)가 독점하는 국제 송금의 틀에 바람구멍을 여는 것이다. 이러한 리브라의 성과는,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송금 수단으로의 활용에 대한 기대를 높일 것이다.

가상화폐인 리브라가 도입될 경우 송금과 결제시장의 지각변동도 예고된다. 페이스북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러시아, 브라질, 폴란드, 일본, 베트남, 중국 등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브라가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에서 송금이 자유롭게 된다면, 가상화폐가 전 세계 송금 시장의 결제수단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 상·하원 의원들은 리브라 계획이 실행되면, 페이스북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불안정하게 할 정도의 엄청난 경제력을 지니게 되어, 한 국가의 중앙은행을 넘는 거대한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가상화폐가 미래 화폐의 이상적인 대안이긴 하지만 넘어야 할 장벽은 아직도 높다.

■ 거대 금융 센터 '관망'하는 사이, 小國 룰 정비로 시장 형성


유럽의 벨라루스나 중동의 바레인 등 작은 소국(小國)들이 자발적으로 암호화 자산의 규칙을 정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적인 암호화 자산 시장의 발전과 거래 플랫폼에서 브로커에 이르기까지 시장 참가자의 증가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암호화 자산기업이 거점을 선택할 때, 지금까지는 '극과 극' 양단의 선택밖에 없었다. 런던과 뉴욕 등 주요 금융 센터는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의 규제를 암호화 자산 섹터에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을 요구하는 대형 기관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암호화 자산 스타트업 기업의 상당수는 규정 준수의 복잡성과 비용의 높이에 의해 진입 자체가 방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인도양 3대 휴양지로 불리는 세이셸(Seychelles)이나 남미의 벨리즈(Belize) 등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는 시장 접근은 훨씬 간단하다. 물론 이러한 작은 국가에서는 투자자의 보호 조치가 적어 위험성이 높고, 돈세탁(자금 세탁)이나 불법 자금 활용과 관련한 범죄율이 높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암호화 자산의 선도주자라 할 수 있는 벨라루스의 뒤를 따라, 바레인과 몰타(Malta), 영국령 지브롤터 등 암호화 자산 산업에 신규 진입한 국가와 지역들이 '제3의 길'을 제공하려고 노리기 시작했다. 암호 자산 특유의 규칙을 만들어 규제 측면에서의 안전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세제 혜택 등의 장점을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려는 목적이다.

물론 100%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 지역에 있어서의 암호화 자산은 떠오르는 시장의 몫을 차지할 값진 기회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미국과 EU 등 거대한 금융 센터가 '관망'하는 현실 사이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 암호 자산 거래 플랫폼 유치엔 당근만 잔뜩 제시, 채찍은 없어


싱가포르의 암호화 자산기업 'ZPX'는 다음달 'HFT'라는 초고속 거래 업체와 헤지 펀드 등의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암호 자산 거래 플랫폼 'Qume'를 시작한다. 사업 거점으로는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를 선택했다. ZPX가 장소 선정 시 고려한 문제는 이 업계의 많은 기업이 직면한 딜레마를 상징하고 있다.

ZPX의 라마니 라마찬드란(Ramani Ramachandran) CEO는 "규제가 느슨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하는 '세금 역외지역(offshore jurisdiction)'은 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규제 당국과 정치인들이 암호화 자산에 점점 독기 서린 눈을 번뜩이는 가운데, 주요 투자자를 멀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레인은 지난 2월 암호화 자산기업에 대한 독자적인 규칙을 도입했다. 규칙에는 고객의 신원 조사, 기업 지배 구조 기준, 사이버 보안상의 위험, 리스크 제어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라마찬드란 CEO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제정하지 않았던 규칙이 마련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바레인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바레인과 같은 작은 나라에서의 거점 설립은, 주요 금융 센터에 비해 규정 준수 및 운영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ZPX의 추계로는, 바레인이라면 연간 20만 달러 안팎에서 사업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를 런던에서 운영하게 된다면 적어도 75만 달러는 들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ZPX의 공동 창업자 아디티야 미스라(Aditya Mishra)는 "규제 당국자와 긴밀한 연락을 취할 수 있다는 것도 소국만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바레인은 걸프 시장에 대한 접근성도 매우 좋은 지리적 이점마저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암호 자산 거래 플랫폼 '아이익스체인지(iExchange)'는 이번달 벨로루시의 수도 민스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의 거대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이고르 스니츠코(Igor Snizhko)는 "벨라루스는 이 지역의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의 틀이 갖추어져 있어 '최선의 선택'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CIS 시장의 대부분은 매우 유망한 동시에 매우 위험하다. 대기업이자 전통 시장 참가 기업의 상당수는 지금도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투명성의 부족이다"라고 지적하며, ”우리는 '회색 법역'에서는 활동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벨라루스는 암호화 자산 발행 기업에 대한 감사를 의무화하고, 프로젝트의 세부 사항을 제출하는 등의 규제를 도입해 이미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투명성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신뢰성을 쌓기에는 최적의 선택지라 할 수 있다.

한편 이외에도, 암호화 자산의 마이닝(광산) 및 거래에 종사하는 기업에 대한 세금 공제를 실시하거나, 통화 관리와 비자 규제를 완화시키는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암호화 자산의 거래에 엄격하게 과세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자본 이득에 대해 과세가 적용된다.

물론 벨라루스와 바레인 등 국가의 이 같은 관행에 대해, PwC는 "당근만 잔뜩 제시하고, 채찍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 주체나 투자자, 그리고 일국의 정치 및 엄연한 법률과 연동한 암호화 자산사업의 유치에 대해 항의나 반대를 주창할 대의는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재빨리 시장을 선도해나간 벨라루스와 바레인의 지혜를 닮아야 한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정확을 기하고 독자적인 암호화 자산 규칙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벨라루스와 바레인 같은 소국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와 일본과 같은 일부 경제 대국도 이들과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 세계를 향해 자국의 이익을 외치는 미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결코 좌시하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만간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규제와 원칙으로 보강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전망할 수 있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