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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수장들, 日 수출규제 한 목소리”…허창수 GS회장 ·박용만 상의회장 ‘다른 듯 같은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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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수장들, 日 수출규제 한 목소리”…허창수 GS회장 ·박용만 상의회장 ‘다른 듯 같은 주문’

허창수 GS 회장.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허창수 GS 회장.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일본 정부가 사실상의 경제보복인 수출규제로 국내 기업들의 목을 조이고 있는 가운데 재계수장들이 내부 단속과 국회·정부의 화합을 주문하고 나섰다.

허창수 GS 회장은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타워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정확한 예측 노력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우려가 큰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가 새로이 진행되고 있다”며 “반도체, 정유·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차별화된 핵심역량 확보,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업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선제 투자해서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사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어려운 때일수록 진정한 실력 차이가 드러나기 마련으로, 변화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역량을 확보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혁신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고객의 니즈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근본적으로 대응하려면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이미지 확대보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의 자구책 마련은 물론 국회와 정부의 협조까지 당부했다.
박 회장은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회사에서 “기업들이 소재의 국산화 등 미래 대응을 위한 R&D와 공장 설립 등을 추진하려면, 복잡한 인허가나 예상치 못한 장애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단의 대책을 세운다는 생각으로 기업들의 대응책에 전폭적으로 협조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범국가적인 사안으로 생각하고 여와 야, 정부와 국회, 나아가 민과 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처해 나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국 간의 갈등으로 기업들의 수출길이 좁아지고, 대내적으로는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한 구조적 문제들도 쌓여 있다”면서 “우리의 시선을 미래에 고정하고, 기업의 역동성과 혁신 의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국가 역량을 결집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기업들이 대내외적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젊은 기업인들이 규제 애로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성세대가 잘못해서 놓인 덫이 그들의 발목을 옭아매는 것 같아 안타깝고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이다”라며 “관문식 규제 심의를 넘기 위해 젊은이들이 낭비하는 에너지가 너무 크다.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 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선진국형 규범을 국내에 안착시키기 위한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회장은 “그간의 입법 관행을 보면, 부작용을 상정하고 이를 원천 예방하는 쪽으로 흘러 온 경향이 있었다”며 “법의 테두리는 넓어진 반면, 자율 규범이 들어 설 자리는 줄고, 각종 규제가 사라지면 토탈 케이오스(total chaos)가 올 것 같은 공포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솔선해서 페어플레이(fair play)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당국에서도 기업이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만 법에 담는 선순환이 필요하다”며 “10년 후를 내다보며 선진국형 규범을 정착시키기 위한 공론화가 이제는 시작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 경제, 혁신과 성장의 새로운 길 찾자’라는 슬로건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김창범 한화케미컬 부회장 등 600여명의 국내외 석학과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제주포럼 첫째날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국제경제대학원 교수가 강연에 나섰다. 둘째날인 18일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혁신 성장'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최태원 SK 회장도 강연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18일 오전 예정됐던 강연일정을 취소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일본 수출규제 관련 내부 회의와 보고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jddud@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