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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大변혁의 주역"…'여장부' 임일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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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大변혁의 주역"…'여장부' 임일순 대표

'주부의 마음' 담은 홈플러스 스페셜 가시적 성과…직원·협력사 소통에도 앞장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최근 홈플러스 인천계산점을 방문해 점포 근무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홈플러스이미지 확대보기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최근 홈플러스 인천계산점을 방문해 점포 근무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CEO’, ‘아줌마 CEO', ‘남성 대표도 이루지 못했던 일들을 성사 시킨 여장부’

2017년 10월 취임한 홈플러스 임일순 사장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이외에도 많다.

최근 임 사장은 기존의 어떤 대형 유통업체도 해내지 못한 통 큰 결단을 내렸다. 국내 최대 규모의 ‘조건 없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뤄낸 것이다. 7월 1일부터 단행한 무기계약직 사원 1만4283명의 정규직 발령. 전체 임직원의 약 62%에 이르는 인원이다.

이번 조치로 전체 임직원 2만3000여명 중 정규직 비중은 99%(2만2900명)를 기록하게 됐다.

그동안 일반적인 국내 기업에서 직장 내 차별과 소외의 주범이었던 비정규직과 정규직이라는 경계를 무너트리는 과감한 시도다.

다른 기업들이 ‘차별없는 직장’을 만들겠다고 외치면서도 엄두를 내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정적으로 큰 비용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7.6% 급감했고 매출액도 소폭(3.7%) 감소한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홈플러스가 존폐의 위기를 겪을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을 결합한 신개념 유통 채널 ‘홈플러스 스페셜’이 자리를 잡으면서 실적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쾌적한 쇼핑환경을 구현하면서도 수요예측과 박스단위 진열 등으로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 남는 여력을 고객 서비스에 투입해 편의성과 가성비, 운영효율을 높인 유통모델을 구현했다.

이 같은 신개념 유통채널은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한 ‘주부CEO’인 임일순 사장의 경험에서 나왔다.

실제로 임 사장이 취임한 직후인 2017년 말부터 주부들을 대상으로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면접)를 진행해 주부들이 원하는 대형마트의 모델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 구현한 것이 바로 ‘홈플러스 스페셜’이다.

임 사장은 FGI를 통해 오직 대용량 상품만을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 담겨있는 신선식품 구매를 꺼려해 창고형 할인점에서 쇼핑한 후에도 간단한 찬거리를 사러 별도로 집 앞 대형마트를 찾는다는 주부들의 경험담을 듣고 자신의 쇼핑 경험과 접목해 홈플러스 스페셜 모델을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대구점(6월 27일)을 시작으로 시흥점(12월 20일)까지 총 16곳을 전환 오픈했다.

1998년 처음 한국에 진출해 11년 만에 16호 점을 오픈한 코스트코와 2010년 1호점을 오픈한지 9년여 만에 16호점을 선보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출점 속도와 비교하면 불과 6개월 만에 16개 점포를 전환 오픈한 속도는 놀랄만한 성과다.

특히 홈플러스 스페셜 16개 매장은 오픈일부터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0%에 육박하는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일 정도로 고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객단가 역시 두자릿 수 성장률을 지속 기록 중이다.

홈플러스는 올 연말까지 기존 점포 20여곳을 추가로 전환 오픈해 연내 36호점을 돌파, 규모 면에서도 경쟁사 창고형 할인점들을 압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 선보일 홈플러스 스페셜은 지난 1년 동안 운영하면서 겪은 노하우를 반영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홈플러스 스페셜 시즌2’로 그 포문을 연다.

우선 홈플러스 스페셜 전용 상품에 변화를 준다. 그동안 2400여종을 운영해왔던 홈플러스 스페셜 전용 상품 종류(SKU)를 1800여종으로 과감하게 줄인다. 주로 의류와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에서 약 800종을 줄일 계획이다. 하지만 반면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은 오히려 약 130종 늘리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펼친다.

이는 창고형 할인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가공식품을 대폭 확대하고, 부진한 유통환경 속에서도 오프라인만의 대표 강점으로 꼽히는 신선식품의 구색 역시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과일·축산·냉동(chilled) 카테고리는 홈플러스 스페셜 전용 상품을 추가 개발하는 한편, 채소나 신선가공식품은 소용량 상품의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또 홈플러스 스페셜만의 차별화 상품을 개발·운영해 기존 대형마트(하이퍼)와의 상품 중복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대형마트 대비 10% 이상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프로모션 면에서도 팝업숍(Pop-up Shop)과 시식행사 운영을 늘려 고객들의 쇼핑재미를 더할 계획이다. 팝업숍의 경우 기존에는 6개 점포에서만 각각 1곳씩 운영했다. 올해부터는 모든 점포에 1~2곳씩 팝업숍을 설치해 운영키로 했다.

임일순 사장의 단순히 매출 제일주의의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6월 14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직접 자필로 작성한 ‘손 편지’를 임직원들에게 공개했다.

A4용지 4매 분량의 ‘손 편지’에서 임 사장은 현재의 유통업계 불황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반성,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칫 불투명해 보일 수 있는 유통업의 미래 등 회사를 둘러싼 여러 상황에 대해 ‘소통’하고 여러 과제에 대한 성공의 ‘확신’을 심어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20개월간 점포와 물류 현장, 본사 사무실에서 마주했던 임직원들의 노력에 그저 벅찬 마음이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하다”며 “모두가 마음 깊이 이야기할 수 있고,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서로의 손을 따뜻하게 마주잡기를 기원하며 그 동안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음을 다해 나누어 보려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유통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작금의 상황은 전통 유통사업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위기”라며 “격한 경쟁 속에서 지속되는 매출 감소와 가파른 비용 상승으로, 유통산업 내 기업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시점에 서있게 됐음을 고백한다”라고 말했다.

임 사장은 “지난 7년 대형마트를 압박한 건 유통규제만은 아니다. 가장 정확히 바라봐야 했던 건 바로 변화하고 있었던 고객 그리고 더욱 크게 변화한 경쟁구도였다”며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발아한 결과이며 문제의 핵심은 업태나 정책보다는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과 시장, 경쟁구도에 있었다고 진단했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뿐만 아니라, 초가성비와 편의를 추구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시장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경쟁자의 수도 급증했다는 것이다. 특히 실제 ▲수많은 온라인 사업자 ▲일본보다 초밀도로 증가한 편의점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지역 대형슈퍼들 ▲지속 출현하는 전문점들 ▲초대형 몰과 아웃렛에서 ▲창고형 할인매장까지 산업간 경계는 사라지고 전통 유통의 울타리는 허물어지며 전방위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임 사장은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해왔던 과제’들이 홈플러스를 ‘차세대 유통의 지평으로 옮겨놓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새로운 비전 실행의 과정에 지치지 말고 모두 함께 참여해 줄 것을 주문했다.

임 사장은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랑스러운 우리의 유통 유산과 역량을 최대한 살리되, 우리가 안전하고 편하게 여기던 그 사업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진화를 시작했다”며 올해 중점 경영과제를 전 직원들에게 공개했다.

그는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강점을 융합해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는 ‘홈플러스 스페셜(Homeplus Special)’ 확대 ▲전국 각 점포가 지역별 온라인전용 물류센터의 역할까지 수행해 차별화된 배송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모바일 사업‘에 전사적 집중 ▲복합쇼핑몰의 경험을 전국 유통 거점으로 확대시키는 ‘코너스(Corners)’의 업그레이드 ▲신선과 먹거리를 중심으로 쇼핑 편의성을 높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Homeplus Express)’ 가속화 ▲미래 유통사업자의 절대적 신 역량인 ‘데이터 강자’가 되기 위한 결단과 몰입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가장 강력한 역량으로 키울 ‘신선혁명’에 집중하는 것 등 총 6가지 경영과제를 투명하게 제시했다.

임 사장은 이 같은 ‘진화’를 통해 “우수한 유통역량을 최대한 살려 낼 것이고, 그 누구보다도 지속 가능하고 효율화한 사업모델을 지향하고 있으며, 다시 새로운 유통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며 “이 전사전략을 실행한지 1년여 만에 우리는 경쟁을 앞서는 가시적이며 견고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줬다.

끝으로 임 사장은 “긴 세월 동고동락했던 회사와 동료와 함께 하는 우리 모두는 공동운명체로 모두가 하나되어 함께 할 때만이 우리가 원하는 바에 이르게 될 것이다”면서 “어려움 앞에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그리고 모두가 하나되어 믿음의 손을 잡는 모습을 꿈 꾼다”라고 전했다.

임 사장은 협력사와의 소통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협력사 대표들과의 릴레이 간담회를 시작했다. 변화는 임직원과 상품에서부터 시작된다는 판단에서다. 임 사장의 취임 이후 첫 공식행보도 지난해 2월 협력사 대표 300여 명을 초청한 간담회 자리였다.

특히 이번 간담회는 수백여 협력사를 한 번에 만나는 콘퍼런스 형식에서 벗어나 카테고리별 주요 협력사 대표를 소그룹으로 만나 장장 4시간가량의 ‘끝장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해 스킨십을 강화했다.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라 현장의 고충과 아이디어를 CEO가 직접 듣고 톱다운 방식으로 협업 방안을 모색해 파트너십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정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jddud@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