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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에 낙이 온다. 비주류에서 주류로”…‘고진감래(苦盡甘來)형’ 식품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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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에 낙이 온다. 비주류에서 주류로”…‘고진감래(苦盡甘來)형’ 식품 ‘주목’

(사진 왼쪽부터) bhc치킨의 ‘달콤바삭 치즈볼’,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해태htb의 ‘갈아만든 배’, 오리온 ‘치킨팝’.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왼쪽부터) bhc치킨의 ‘달콤바삭 치즈볼’,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해태htb의 ‘갈아만든 배’, 오리온 ‘치킨팝’.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즐거운이 온다’는 말이다. 이 말은 인생사 뿐만 아니라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유통업계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출시 이후 오랜 기간 소비자들로부터 주목받지 못한 브랜드였지만 최근 들어 핫 아이템으로 거듭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들이 주인공이다.
특히 우리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에 제품들에는 이런 사례가 많다. 해당 제품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화제가 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치킨업계에서 고진감래 대표 제품으로는 bhc치킨의 ‘달콤바삭 치즈볼’이 있다. 지난해부터 치킨업계에서 가장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주연 못지않은 조연으로 등극했다. 현재 거세게 불고 있는 치즈볼 열풍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4년 치킨메뉴의 한 구성 제품으로 처음 선보였다. 출시 당시 바삭한 볼 안에 가득한 모차렐라 치즈의 고소함과 쫄깃한 맛이 잘 어우러졌지만 시기상조로 소수 마니아층에서만 주문됐다.

그러던 것이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중반부터 소셜서비스(SNS) 먹방 유튜버 사이에서는 반드시 먹어야 하는 메뉴로 추천됐다. 이어 매출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치즈볼의 인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8월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00% 성장했고 올해 2월에는 전년 대비 600% 뛰어 올랐다.

이에 bhc치킨 측은 지난 2월 치즈볼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뿌링클 시즈닝을 입힌 ‘뿌링 치즈볼’도 선보였다.
라면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있다.

이 브랜드는 지난 2012년 4월에 첫 출시됐다. 불닭을 콘셉트로 라면업계 최초로 매운맛의 정도를 알려주는 스코빌지수(SHU)를 도입해 매운맛을 강조했다. 너무 매운맛은 발목을 잡았다. 그해 한 대형마트의 6~8월 라면 매출을 보면 ‘불닭볶음면’은 30위권 내외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출시 후 7년이 흐른 지금 '불닭볶음면' 브랜드는 누적 판매량이 18억 개, 누적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2012년 4월 출시 이후 연간 75억 원에 불과했던 '불닭볶음면' 브랜드는 2016년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2825억 원에 달했다.

특히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12년 1억 원에 못 미쳤던 수출은 매년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7년부터는 내수 판매를 앞질렀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불닭볶음면' 브랜드의 성공 요인으로는 ‘중독적인 매운맛’과 ‘다양한 확장 제품’이 꼽힌다. 1년 동안 매운 소스 2톤, 닭 1200마리를 투입해 만든 불닭볶음면은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알려졌다. 이후 유튜브 등 소셜서비스에서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에 도전하는 ‘Fire noodle challenge’ 열풍이 불면서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음료 제품 중에는 해태htb의 ‘갈아만든 배’의 경우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가 SNS상에 화제가 되면서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등극했다.

1996년에 첫 선을 보인 이 제품은 국내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지만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숙취 해소 음료로 인기를 얻으며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 2015년 남성잡지 GQ 미국판이 숙취해소 효능이 좋다는 한국의 배 음료에 대해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에 실험을 의뢰한 결과 해당 음료를 마시면 실제 숙취해소가 가능했고 두통까지 감소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게다가 인기 유튜버 '영국남자'가 2017년 6월 숙취음료로 '갈아만든 배'가 인기를 글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해 현재 조회수 100만 회를 넘기는 등 관심이 급상승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외국인들이 숙취음료로 '갈아만든 배'를 즐기며 한글 '배'를 'idH'로 표기해 화제가 됐다. 배의 글씨체가 알파벳 IdH와 비슷해 한국어를 읽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눈에는 해당 음료의 이름이 IdH로 보인 것이다.

갈아만든배가 IdH 음료로 불리며 인기를 끌자 해태htb는 2017년 숙취해소 성분을 함유한 숙취해소 음료 ‘갈아만든 배 by 숙취비책’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탄산이 가미돼 청량감을 극대화한 '갈배 사이다'를 선보이는 등 제품 확대에 나섰다.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와 소비자의 큰 관심 속에 ‘갈아만든 배‘는 지난 1분기에 ‘갈배 사이다’의 호조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났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생산중단과 재출시를 거듭해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도 있다. 바로 오리온 ‘치킨팝’이 그 주인공이다.

오리온은 '치킨팝'을 지난 2월, 3년 만에 재출시됐다. 이 제품은 닭강정과 비슷한 매콤달콤한 맛과 팝콘처럼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1월 이천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생산 설비가 소실돼 생산이 중단되는 비운은 겪었다.

반면 이 제품의 독특한 맛을 인정한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재출시를 요청해 기존보다 양을 10% 늘리고, 맛과 패키지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한 제품으로 다시 선보였다.

편의점 등에서 부담 없는 가격인 1000원에 살 수 있어 가격에 민감한 10대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제품 재출시와 관련된 게시글의 조회 수가 급증하고, 제품 구매 인증 사진과 구매 후기가 이어지는 등 SNS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게다가 한 유명 아이돌그룹이 '우리들의 추억의 과자 치킨팝'이란 제목으로 '치킨팝'을 즐겨 먹던 연습생 시절을 추억하는 영상을 SNS에 게재해 인기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로 인해 아 제품의 최근 월 매출액은 이전과 비교해 2.5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에서 오랜 기간 많은 비용을 들여 연구하고 시장에 선보인 제품들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시나브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뒤늦게 SNS 등을 통해 기사회생하는 제품은 제조업체 입장에서 효자 중에 효자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정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jddud@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