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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미사일이 진보∙보수 구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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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미사일이 진보∙보수 구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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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왜병은 조총을 휘둘렀다. 조선 조정은 조총에 대한 정보를 물론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했다. 기껏 ‘새나 잡는 총’이라며 ‘조총(鳥銃)’이라고 깎아내렸다.

우리 무기가 우수하니 걱정할 것 없다고 깔아뭉개기도 했다. 그러나 조총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무서웠다.

게다가 조총알에는 눈이 없었다. 조총알은 풍신수길(豐臣秀吉)을 좋게 평가하고, 일본이 쳐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동인(東人)이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조총알은 당파를 가리지 않았다. 동인도, 서인(西人)도 따지지 않았다. 조총의 ‘유효사거리’에서 보면 모두가 하얀 옷을 입은 조선 사람이었다. 조총알은 무차별이었다.

그들은 풍신수길의 지시로 조선 사람의 코를 베어갔다. 코 역시 당파를 가리지 않았다. 동인의 코라고 무사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아기를 갓 낳은 산모의 집으로 쳐들어가서 산모의 코를 잘랐다. 옆에 누워 있던 갓난아이의 코마저 베어갔다. 산모와 아기는 피투성이가 되어야 했다.

풍신수길은 그렇게 베어간 코를 한꺼번에 묻었다. 그리고 ‘코 무덤’이 아닌 ‘귀 무덤’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풍신수길은 정유재란을 도발했을 때 이렇게 지시하기도 했다.

“전쟁이 이렇게 오래 가는 것은 전라도 사람의 집단행동 때문이다. 전라도 사람이 가장 심하게 저항하고 있다. 우선 전라도로 진격해서 일시에 남김없이 모조리 죽여라.”

정유재란 역시 동인과 서인을 가리지 않았다. 전라도에도 동인과 서인이 있었을 테지만, ‘일시에 남김없이 모조리 죽이라’고 명령했다.

우호적인 세력에게 조총을 쏠 때는 하늘을 향해 발사하라는 지시 따위는 없었다. 자기들이 써먹을 수 있는 기술자만 생포해서 끌고 오라고 했을 뿐이다.

풍신수길은 조선 지도에 색칠을 해서 점령계획을 세웠다. 전라도에는 빨간색을 칠했다. 경상도에는 하얀색을 입혔다. 그래서 전라도를 ‘적국(赤國)’, 경상도를 ‘백국(白國)’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진주를 전라도로 잘못 색칠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진주는 싹쓸이였다.

‘6·25전쟁’ 때에도 대포알에는 눈이 없었다. 대포알은 좌익, 우익을 가리지 않았다.

대포알은 좌익이라고 사정을 두지 않았다. 비켜가지도 않았다. 건너편 산등성이에서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대포알은 눈이 어두웠다. 좌익도, 우익도 한꺼번에 비틀거려야 했다.

지금은 대포알 정도가 아니다. 미사일이다. 대량살상무기다.

미사일은 까마득한 곳에서도 날릴 수 있다. 그러면 그들의 표현처럼 ‘불바다’다. 진보도 보수도 당하는 수밖에 없다.

‘6·25전쟁’을 악착같이 ‘한국전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인도적으로 쌀을 지원한 사람도 도매금이 될 수밖에 없다. ‘주적(主敵) 개념’을 지운 사람도 다를 것 없다. 미사일 역시 눈이 없기 때문이다.

눈이 있다고 해도 진보와 보수를 구분해서 봐줄 틈도 없다. ‘워 게임’하듯 멀리서 스위치만 누르면 그만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