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칼럼] ‘50조 원’의 거금은 어디에 잠겨 있을까?

기사입력 : 2019-06-2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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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은 5만 원짜리 돈의 10번째 ‘생일’이다. 한국은행이 2009년 6월 23일부터 5만 원짜리 고액권을 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10년 동안 ‘엄청’ 많은 고액권이 풀렸다. 5만 원짜리 돈 발행 잔액은 5월말 현재 98조2000억 원으로, 거의 100조 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니까 매년 10조 원, 한 달에 거의 1조 원이나 풀린 셈이다.

장수로는 19억6000만 장, 얼추 20억 장이다. 단순 계산으로 5000만 국민 1인당 40장씩이다. 아이들을 제외하면 더욱 많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많은 국민에게는 5만 원짜리 돈이 흔하지 않다. 서민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10년 전, 한국은행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5만 원짜리 고액권 발행을 강행하면서 ‘국민 편리’를 내세웠다. 1만 원짜리 돈이 발행된 1973년 이후 국민 1인당 소득은 100배 넘게 늘었고, 물가도 13배나 치솟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1만 원짜리를 ‘고액권’으로 쓰고 있어서 불편하다는 논리였다.

물론 1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사용하면 되지만, 그 발행비용이 연간 2800억 원에 달하고 있다고도 했다. 따라서 5만 원짜리 돈을 찍으면 자기앞수표 사용에 따른 낭비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그 ‘국민 편리’라는 주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한국은행은 ‘2018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서 국민이 거래용 현금의 43.5%, 예비용 현금의 79.4%를 5만 원짜리 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또, 5만 원짜리 돈의 용도를 소비지출 43.9%, 경조금 24.6%로 나타났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서민들은 5만 원짜리 ‘고액권’을 그렇게 쓸 정도로 넉넉할 수가 없다. ‘쥐꼬리 수입’을 쪼개고 또 쪼개서 써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은행 이자를 갚고, 집 월세를 물기 위해서 알량한 수입을 조각내고 있다. 아이들 학비 때문에 그 얄팍해진 수입을 또 가르는 게 서민 살림이다. 월급쟁이들은 점심값 몇 천 원도 부담스럽다.

고액권을 펑펑 쓸 능력이 있는 국민은 대부분일 수가 없다. ‘억대 연봉’이 수두룩하다는 한국은행 직원 같은 ‘고소득층’이나 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서민들은 어쩌다가 ‘조금 많은 돈’을 쓸 일이 생겨도 고액권으로 지불할 필요도 없다. ‘신용카드’로 긁기 때문이다.

5만 원짜리 돈 덕분에 ‘진짜로’ 편리해진 사람들은 여전히 따로 있다. 부피가 작고 운반하기 좋은 고액권 뭉칫돈을 자주 사용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다.

몇 해 전, ‘마늘밭’에서 쏟아져 나온 무려 110억 원의 5만 원짜리 ‘검은 돈’이 국민을 놀라게 했었다.
이른바 ‘관봉(官封) 5000만 원’을 기억하는 국민이 아직도 적지 않다. 갓 발행된 5만 원짜리가 관봉(띠지)도 풀리지 않은 채 100장씩 묶여 있었다는 돈이다.

심지어는 5만 원짜리 돈 100장을 ‘택배’로 보낸 ‘사건’도 있었다. 한우선물세트에서 얼음주머니 한 개를 빼내고 그 자리에 비닐로 싼 5만 원짜리 돈을 숨겨서 ‘전직’ 국회의원 집에 보냈다는 사건이다.

검찰이 어떤 대기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5만 원짜리가 다발로 30억 원이 들어 있는 사과 상자 4개가 발견된 적도 있었다.

이렇게 많이 숨어 있어서인지, 5만 원짜리 돈은 ‘환수율’이 낮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풀려나간 돈이 한국은행으로 덜 돌아오는 것이다.

5만 원짜리 돈의 연간 환수율은 60%대에 그치고, 누적 환수율도 올해 5월말 현재 50%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100조 원 가까운 5만 원짜리 돈의 절반은 어딘가에 잠겨 있는 셈이다. 절반이면 자그마치 50조 원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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