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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항공, 한진칼 경영권 분쟁 해결사로 등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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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항공, 한진칼 경영권 분쟁 해결사로 등장하나

델타, 한진칼 지분 4.3% 매입...조원태 회장 든든한 지원군 얻어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 첫 번째)이 지난 2017년 6월 인천시 그랜드하얏트인천에서 에드 바스티안(Ed Bastian) 델타항공 최고경영자(오른쪽 두 번째), 스티브 시어(Steve Sear)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글로벌 세일즈 전무(오른쪽 첫 번째)와 태평양 노선 전략적 제휴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 첫 번째)이 지난 2017년 6월 인천시 그랜드하얏트인천에서 에드 바스티안(Ed Bastian) 델타항공 최고경영자(오른쪽 두 번째), 스티브 시어(Steve Sear)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글로벌 세일즈 전무(오른쪽 첫 번째)와 태평양 노선 전략적 제휴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양측 공방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요 항공사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4.3% 매입… "지분율 10%까지 높일 것"


미국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전략적 관계) 제휴를 강화하기 위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에드 바스티안(Ed Bastian)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세계 최고 환태평양 합작회사를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이번 투자는 우리가 합작 회사 가치를 계속 쌓을 때 우리 관계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델타항공은 또한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바스티안 CEO는 "양국 규제 당국 허가가 나오는 대로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년지기 델타항공' 덕분에 조원태 회장,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파란불'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파란불이 켜졌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고 KCGI가 15.98%로 뒤를 쫓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20%까지 늘리며 견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KCGI와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앞으로 델타항공이 예고한 대로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늘리면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40%에 육박해져 사실상 경영권 논란이 일기 어려운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의 20년에 걸친 인연이 이번 지분 매입의 배경이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최대 항공사 중 하나로 꼽히는 델타항공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우호·협력 관계를 맺어온 항공사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돈독한 인연을 기반으로 지난해 5월 조인트벤처를 체결해 양국 간 직항 13개 노선과 370여 개 지방도시 노선을 함께 운항하고 있다.

양사는 미주노선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취항도 확대했다. 델타항공은 지난 4월 인천공항발 미국 미니애폴리스행을 신규 취항하고 대한항공도 인천발 보스턴행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양사는 앞으로도 협력을 이어가며 공동운항 노선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조 회장이 그룹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향후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아킬레스건인 26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제 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KCGI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에 대한 환영의 뜻을 전달했다. KCGI는 "델타항공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최대주주이며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시장 지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지분취득은 적법하고 투명하게 이뤄졌을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KCGI는 이어 "한진그룹이 글로벌 항공사 대비 높은 비효율성을 없애고 경영 투명성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강화하도록 감시와 견제 역할을 동료 주주로서 함께할 것을 델타항공에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KCGI는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의 백기사로서 지분을 취득했다는 항간의 소문"이라며 "투자 결정이 단지 총수 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델타항공이 그동안 쌓아온 명예와 스스로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65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