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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홍콩 송환법 시위 200만 시민이 거리로 나온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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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홍콩 송환법 시위 200만 시민이 거리로 나온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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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송환법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
중국이 끝내 굴복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꼬리를 내렸다. '범죄인 인도법'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

홍콩송환법 중단은 홍콩의 독자결정이 아닌 중국의 지시였다. 주중 미국 대사관의 부대사를 불러 "미국은 홍콩에서 손떼라"며 압박하던 중국이 갑작스레 태도를 바꾸었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또 하나의 전장이 생기는 데 중국이 부담이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740만 홍콩인 중 4분의 1 가까운 200만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홍콩의 민심도 한몫했다.

200만 홍콩인을 시위로 내몬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기 위해서이다. 송환법은 홍콩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8년 2월 홍콩인 천퉁자(陳同佳)가 대만에서 같은 홍콩인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쳤다가 붙잡혔다. 홍콩과 대만 사이엔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어 천을 대만으로 보낼 수 없었다. 이 대목에서 홍콩 정부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은 나라들을 상대로 ‘범죄인 인도법’ 체결을 추진했다.

문제는 여기에 ‘중국’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반체제 인사나 인권 운동가 등이 중국으로 송환되는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발을 몰고왔다

홍콩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넘어갔지만 ‘한 나라 두 체제(一國兩制)’란 덩샤오핑(鄧小平)의 구상에 따라 50년간 고도의 자치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을 받았다. 2047년까지는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港人治港)’가 이뤄진다.

홍콩 송환법이 확정될 경우 덩샤오핑이 50년 고도 자치를 약속했던 홍콩에서 두 발로 땅을 딛고 살아가는 그 어떤 홍콩인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이 홍콩인을 최루탄과 고무탄, 벽돌이 난무하는 시위 현장으로 내몰았다. 집회를 주도한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시위에 참여한 인원이 거의 20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주최 측 추산을 따른다면 홍콩인 10명 중 거의 3명이 거리로 나왔다는 얘기다.

지금껏 홍콩에서 벌어진 시위 중 최대 시위는 1989년 중국 본토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1989년 5월 22일 홍콩에서 벌어진 시위다. 당시 150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홍콩송환법 시위는 그때보다 더 크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검은 대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람 행정장관 하야를 요구하는 소리가 유난히 높았다. 시위대의 요구는 캐리 람이 사무실을 반드시 떠나고 송환법이 철회되고 경찰이 우리 시민들에게 극단적인 폭력을 사용한 것을 사과하는 것에 맞추어 졌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오후 8시 30분(현지 시간) 낸 성명에서 "정부 업무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홍콩 사회에 커다란 모순과 분쟁이 나타나게 하고, 많은 시민을 실망시키고 가슴 아프게 한 점에 대해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처럼 시민들에게 직접 사과 메시지를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송환법 시위의 저변에는 중국 공산당 독재에 대한 저항이 깔려있다.


김대호 기자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