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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보는 남과 여 DNA(2)] 소동파 소식(蘇軾)은 무병 장수로 왜 소식(小食) 주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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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보는 남과 여 DNA(2)] 소동파 소식(蘇軾)은 무병 장수로 왜 소식(小食) 주장했을까?

오래 산다는 것은 인간의 꿈이다. 그러면 무병 장수를 위한 최고의 양생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평생의 양생법으로 소식(小食)을 꼽는다. 적게 먹어야 병 없이 오래 산다는 것이다. 세계 유명 건강식단들을 보면 대부분 소식이다. 저탄수화물, 저 단백질, 그리고 저지방 등이 그러한 식단들에 포함된다.
세계 첫 손에 꼽히는 장수촌은 적게 먹는 일본의 오키나와다.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노인이 28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심장병이나 암, 전립선 질환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은 ‘하라하치부(腹八分)’라는 전통을 지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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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사람들은 왜 오래 살까?


사족을 달자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위)에 80% 정도 차면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또한 어릴 때부터 운동과 명상을 실천하고 낙천적 사고를 한다.

오키나와 장수노인들의 첫 번째 특징은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한다. 육체적인 노동 뿐만 아니라 정신적 운동도 많이 한다.

오키나와의 장수 비결은 식생활에 있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콩을 많이 섭취한다. 오키나와 장수노인들이 섭취하는 콩의 양은 하루 평균 60~120g정도에 이르는데 보통 일본인은 30~50g, 중국인은 10g, 미국인은 `제로'에 가깝다.
오키나와 장수노인들의 식습관 가운데 또 다른 특이점은 소식(小食)이다. “10분 의 8”만큼 먹는다. 다시 말해서 위가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이 100일 때 80%만 먹는다.

조금 더 먹고 싶은데 수저를 놓는다는 섭식 철학을 갖고 있다. 이들의 하루 섭취 열량은 1800㎈다. 미국인들의 평균 섭취량의 2500㎈에 비해 현저히 낮다.

최근의 연구결과는 소식에 의한 식이 조절이 활성산소의 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소식을 한 쥐는 같은 연령의 정상식을 한 쥐보다 활성산소의 양이 현저히 감소해 있다는 것이다.

오키나와의 높은 장수률이 생활습관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외지에서 생활하는 오키나와인들의 수명을 추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외지에서 오키나와 생활습관을 버리고 외지 생활습관을 따르며 사는 오키나와인들은 한 세대 이내에 수명이 줄고 암과 심장발작 발병률은 증가한다.

오키나와에서 사는 젊은이들조차 미국식 라이프스타일을 따르다 보니 기대수명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위에 80% 차면 더 이상 안 먹어”


우리의 자랑스러운 음악 장르인 판소리 다섯 마당에 적벽가가 있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蘇東坡)의 시 적벽부(赤壁賦)에서 유래한다. 적벽은 삼국지의 적벽대전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곳에서 관리로 일을 할 때 옛날을 회상하면서 흥에 겨워 쓴 시가 적벽부다. 적벽 대전은 위 촉 오 3국이 대립하던 208년 양쯔강(揚子江)을 사이에 두고 촉의 유비, 오의 손권의 12만 연합군이 조조가 인솔하는 위나라의 80만 대군을 무찌른 전쟁으로 삼국지의 하이라이트다.

소동파의 원래 이름은 소식(蘇軾)이다. 천성이 자유인이었던 그는 필화사건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송나라 정권을 주무르고 있던 왕안석(王安石)의 신법에 짜증이 난 그는 “독서가 만 권에 달하여도 율(律)은 읽지 않는다”고 해서 미움을 사 6년 동안이나 귀양살이도 했다. 율은 법을 의미한다. 반역죄로 몰려 호된 옥살이를 해야만 했다.

황주(黃州)에서 6년간 가난하고 우울한 귀양살이를 하면서 그는 동쪽(東) 언덕(坡)에 있는 황무지를 일구었다. 그래서 동파(東坡)라는 호를 짓고 스스로를 동파거사(東坡居士)라고 불렀다. 소동파라는 애칭은 이렇게 생겼다.

소동파는 동파육(東坡肉)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동파육은 그가 즐겨 먹었던 돼지고기에서 유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소동파가 하루는 음식점에 들려 돼지고기와 술을 가져오라고 주문했는데 잘못 들은 요리사가 돼지고기에 술을 넣은 요리를 가져왔다. 본래 호탕했던 그는 요리사의 실수를 나무라지 않고 그대로 맛을 보았다. 그런데 그 맛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 소동파의 동파육에서 나온 보쌈 돼지


“黃州好猪肉,價賤如泥土,貴者不肯吃,貧者不解煮淨洗鍋,少著水,火候足時它自美(황주의 맛있는 돼지고기, 값은 진흙과 같이 싸네 / 부자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가난한 이는 요리할 줄 모르네 / 물을 조금 넣고, 약한 불로 잘 삶으면, 그 맛이 비길 데 없네)”

억울하게 귀양살이를 하게 되어 외롭고 가난하지만 간사한 무리가 맛볼 수 없는 값싼 돼지고기를 즐기면서 자위한 내용이다. 우리로 치면 동파육은 삶은 돼지고기인 편육이나 보쌈 정도인 것 같다.

기질적으로 법이나 규율에 얽매이기 싫어했던 그는 불교와 선(禪) 속에서 인생을 찾고 유유자적하게 지내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양생법을 창안했다. 바로 소식이다. 미식가로도 많이 알려진 그는 적게 먹는 것이 양생, 오늘날로 치면 최고의 다이어트라고 주장했다.

최근 소식이 지구의 미래를 구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연구가 미국 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인가 증가로 인한 식량위기, 고유가, 그리고 지구온난화 등 지구촌이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낼 묘안이 바로 소식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 소비되는 총 에너지의 19%는 식료품 생산과 수송에 사용된다. 특히 육류를 비롯해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에 훨씬 많은 자원과 연료가 든다.

예를 들어 햄버거 하나에 5000ℓ의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개인의 양생만이 아니다. 지구촌의 양생을 위해서도 소식이 필요한 때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양생법이다.

풍요가 제공하는 그 언저리에서 일어나는 불상사다.


김형근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hgkim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