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칼럼] ‘정주영 소떼’와 북한 짝사랑

기사입력 : 2019-06-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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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끌고 ‘방북’하던 당시부터 대한민국은 환상에 빠졌다. 통일이 ‘코앞’일 것이라는 환상이다. 금강산의 절경을 관광하고,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경하면서 우리는 그 환상을 더욱 키우고 있었다.

노무현 정권은 “아무리 퍼줘도 남는 장사”라며 ‘퍼주기’를 서둘렀다. 대규모 에너지와 식량 지원, 경제특구 개발 등을 통해 북한 경제를 회생시켜주겠다는 ‘중대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제안에는 러시아의 전기를 사다가 북한에 주겠다, 연해주에 농장을 만들어 북한 주민을 ‘이민’시키겠다는 등의 방안도 있었다. 이를 ‘북한판 마셜플랜’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통일이 되면 북한의 핵도 ‘우리 것’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돌아온 것은 “남조선 불바다” 위협인데도 그랬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환상’은 다시 커지고 있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북한 광물자원 개발·신경제지도·대륙철도 연결·비무장지대에 환경 관광벨트·금강산 관광 재개·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경제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5년 동안 우리 경제가 연평균 0.81%포인트 추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경련 전망도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우리 중소기업이 북한 근로자 55만 명을 고용해서 1인당 2000만 원을 북한에 송금하도록 하면, 연간 100억 달러 정도가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1년 전인 작년 6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기대감은 더욱 부풀었다.

그러나 정확하게 1년이 지난 지금, 그 떠들썩했던 장밋빛 전망 중에서 ‘진도’가 나간 것은 ‘별로’다. 미사일을 ‘발사체’라고 덮어주는 성의를 보였는데도 ‘진도’는 지지부진이다.

회담 또는 상담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이익도 고려해줘야 이루어질 수 있는 법이라고 했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어야 거래가 성립되는 것이다. 일방적인 거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북한은 예외였다. 자기들에게 필요한 만큼만 문을 열어주면서 일방적인 이익만 챙기려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북한이 언젠가는 문을 활짝 열어줄 것을 기대하며 ‘짝사랑’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얻은 이익은 거의 없었다. 있다면 ‘긴장 완화’라는 이익 정도였다. 물론 긴장 완화라는 이익은 돈을 주고는 살 수 없는 ‘중요한 이익’이기는 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긴장 완화라는 이익 대신, 안보에 주름이 가는 손해를 본 것도 사실이다. 어지간한 위협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버리는 ‘안보 무감각증’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주적 개념’까지 흔들어버리고 있다.

그보다도 더 큰 손해는 아마도 ‘국론분열’이다. 진보다, 보수다, 좌파다, 우파다 하면서 싸움질이다. 그 때문에 똘똘 뭉쳐도 어려울 나라꼴은 한심해지고 있다.

이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았다는 “아름답고 따뜻한 김정은 친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고, 남북·북미 간 대화의 계속을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기에 조만간 남북·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이정선 기자(데스크)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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