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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미중 무역전쟁과 1929년 세계경제 대공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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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미중 무역전쟁과 1929년 세계경제 대공황

김대호 박사 진단.
김대호 박사 진단.
미중 무역전쟁이 1년을 넘기면서 두 나라의 싸움이 단순한 경제전쟁을 넘어 나라의 주권과 운명을 건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로 비화하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역전쟁이 영토와 주권 문제로까지 확산되면서 그야말로 죽고 살기 식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 나스닥지수, S&P 500지수와 국제유가, 국제금값에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영토와 주권 전쟁으로 비화하게된 결정적 계기는 미국 국방부의 대만 국가 표기이다. 펜타곤은 최근 발간한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 대만을 싱가포르 등과 함께 하나의 완전한 하나로 표기했다. 이는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고 있는 베이징 당국을 놀라게 하는 일대 사건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1970년대 수교할 때 중국 땅에서는 베이징 정부 만을 하나의 중국으로 인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속에서 미중 수교가 이루어졌다. 이후 미국은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왔다.

미국 국방부의 대만 국가 표시는 미중의 기본 원칙을 어기는 것이 된다.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만 국가 표기가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중대 도발로 간주할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과 무역전쟁 중인 미국이 대 중국 외교 원칙으로 고수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폐기하는 수순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20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찬성한다고 밝혔다.
부두에서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선적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부두에서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선적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최근 워싱턴에서 데이비드 리 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총장을 만나 미국과 대만의 국방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대만이 고위급 안보회담을 개최한 것은 1979년 외교 관계가 단절된 이후 처음이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미국을 겨냥해 "누구라도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쪼개려 한다면 중국군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또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가 티베트 지역을 방문해 중국 당국에 티베트 불교에 대한 탄압 정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외국 외교사절이 티베트를 방문하거나 이 지역의 불교 탄압, 소수민족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모두 금기시해 왔다. 그 금기를 깨고 중국을 코너로 몬 것이다. 지난 주에는 위구르족 독립운동 지도자 돌쿤 이사가 미국에서 민주주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상은 미국 의회가 자금을 대고 미국민주주의재단(NED)이 수여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이 중국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위구르족 문제를 부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장 웨이우얼자치구는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시진핑 정부가 이슬람에 대한 통제 정책를 강화하면서 인권 문제가 제기돼 왔다.

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중국의 감시카메라 제조업체인 하이크비전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도 중국으로서는 매우 아픈 대목이다. 하이크비전은 얼굴 모양새, 신체적 특색 또는 걸음걸이만으로도 사람들을 추적해 내는 감시카메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감시카메라로 중국 인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중국은 기술발전과 함께 점점 더 자국민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그 핵심에 하이크비전이 있다. 감시카메라를 핵심 동력으로 삼아 세계 최대의 감시체계 수출국으로 거듭난다는 야심을 품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크비전이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업체들은 하이크비전에 부품을 수출할 때 정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같은 조치는 하이크비전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기술 지원을 정부가 언제라도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로, 최근 상무부가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5G의 선두주자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가한 제재와 같다. 특히 문제가 된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는 하이크비전이 수백 만대 설치되어 있으며 이 카메라로 신장위구르 지역 전체 인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중국은 서북부 신장(新疆)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에서는 아예 경찰국가 수준의 치안 체계를 구축하고 무슬림들을 감시하는 데 안면인식 체계, CCTV 카메라를 동원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문화와 종교를 차별하고 탄압해왔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이크비전이 기술수출 제한 목록에 오르면 미국 정부가 무슬림이 많은 지역인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집단수용소와 감시를 문제로 삼아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첫 사례로 기록된다. 미국의 하이크비전에 대한 공격에 대해 중국 매파들은 중국 주권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흥분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의 무슬림 탄압에 연루된 기업들을 제재하라고 초당적으로 행정부에 요구해왔다. 최근에는 정부에 서한을 보내 상무부가 중국의 무슬림 탄압 기업에 기술수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중국은 자국민들을 빅브라더처럼 감시하는 차원을 넘어 개발된 감시체계를 에콰도르, 짐바브웨,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중국이 일부 무슬림 소수민족을 박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이들 상당수가 강제 수용소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엔위원회는 신장지구 위구르 무슬림을 비롯해 무슬림 단체들이 신장 지구 서부 지역에서 억류된 채 '갱생 교육'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포착했다. 미국의 신장 위구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중국으로서는 아킬레스 건을 크게 얻어 맞은 셈이다.

미국의 하이크비전에 대한 공격에 대해 중국 매파들은 중국 주권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흥분하고 있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미국이 중국을 여러나라로 나누어 국력을 약화시키려 한다는 의심을 품어왔다. 미국이 대만과 신장 위구르 지역의 분리파들을 지원해 중국 갈라치기를 할 수 있다고 보아온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표기하고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운동을 지지하는 것을 베이징 당국은 미국의 중국 갈라치기로 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도저히 물러서기 어려운 마지노 선이다.

지난해에만 하더라도 미국의 관세폭탄에 보복 수위를 최소화하던 중국은 최근 들어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봉쇄에 대응해 중국은 대미 희토류 수출제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80%를 차지하며, 미국은 첨단 전자제품과 군사 장비 등에 쓰이는 희토류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또 중국은 화웨이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보낸 화물이 미국 페덱스 본부로 보내진 '배달 사고'를 이유로 페덱스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자국민에게 '미국여행 주의보'를 발령해 연간 3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방문 중국인 관광객을 무기화하고 나섰다. 중국이 강경론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미국의 '핵심 이익' 공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해 타협을 거부하는 영토와 체제 문제를 미국이 건드리자 전에 없던 직설화법으로 미국에 대항하고 있다.

중국은 13억의 인구와 55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다민족 국가이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부의 통제 아래에서도 일부 소수민족들은 분리·독립 또는 자치 확대를 위한 투쟁을 벌여왔다. 광대한 자치구를 형성하고 있는 티베트(Tibet, 西藏/Xizang)와 위구르(Uighur, 新疆/XinJiang)가 대표적인 분리주의 투쟁지역이다.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도 반중시위가 발생한 바 있다. 대만은 사실상 독립국가의 지위를 갖고 있다. 이들 중 하나라도 떨어져 나가면 중국 전체가 갈기갈기 찢겨나갈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보다라도 통일 중국의 시기보다 분열 중국의 시기가 훨씬 더 길었다.

이달 말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미중 관계에 큰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이 회의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을 추진해왔다. 여기서도 무역협상 합의안을 도출해내지 못할 경우엔 양국이 보복 조치를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일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예고한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화웨이 외에 다른 중국 기업에 대한 거래금지 조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중국은 내놓을 반격 카드는 희토류 수출 금지, 미국산 농축산물 검역 강화, 미국 기업 블랙리스트 작성 등이 거론된다.

뉴욕증시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9개월 안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고 최근 경고하고 나섰다. IMF도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올해 중국 성장률이 6.3%에서 6.2%로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나마 이것은 무역전쟁이 경제전쟁에 머물때를 가정한 것이다. 무역전쟁이 영토와 주권전쟁으로까지 확산된다면 대공황이 야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선택이 주목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