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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전기요금 원가 공개" 국민 불신 없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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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전기요금 원가 공개" 국민 불신 없앨까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서 "이르면 하반기에 원가 청구서에 기재 추진"
국민은 '누진제 폐지' 지지, 전문가는 "여름철 누진구간 확대가 현실적"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 질의응답 시간에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가 한전의 적자경영 문제점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 질의응답 시간에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가 한전의 적자경영 문제점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정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발전연료 원가를 포함해 전기요금과 관련한 거의 모든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를 열고 앞서 지난 3일 발표했던 전기요금 3가지 개편안의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했다.
전기요금 누진제 3개 안은 '전기요금 누진제 민관태스크포스(TF)'가 폭발적인 전력수요 시즌인 여름철을 앞두고 전기요금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3일 제시한 바 있다.

3개 안은 ▲(제1안) 현행 3단계 누진제 틀을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누진구간을 확대 ▲(제2안) 여름철에만 누진제 3단계 중 가장 높은 제3단계를 폐지해 2단계로 운영 ▲(제3안) 누진제를 폐지해 단일요금제로 운영 등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한전은 회사 홈페이지로 진행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관련 의견수렴 게시판' 운영현황을 발표했다.

한전에 따르면, 10일 자정까지 집계된 총 703건의 의견 가운데 제3안 '누진제 폐지안' 지지 의견이 약 90%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전 관계자는 "누진제 폐지안과 관련해 '사용한 양만큼 납부하는 것이 가장 공평한 방법'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누진제 폐지안은 1구간과 3구간 사이인 125.5원/kWh으로 요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이를 채택하면 전기 사용량이 적은 약 1400만가구의 전기요금은 오르게 된다. 누진제 폐지로 할인 혜택을 받는 약 890만 가구보다 요금인상 가구가 더 많은 셈이다.

따라서 포용적(보편적) 복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현실적으로 누진제 폐지가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고, 실제로 이날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도 대체로 제1안(누진제 유지, 여름철 누진구간 확대)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진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제1안의 경우, 할인적용을 받는 가구 수가 많고, 지난해 여름 한시적으로 실시했던 할인제도를 상시화하는 것이라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민관TF 위원장인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게시판 국민 의견과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모두 취합해 최종안을 결정, 산업부와 한전에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청회에서는 전기요금 정보공개의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독일의 경우 전기요금이 비싼 편인데도 국민들이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는 이유는 전기요금 명세서에 발전비용, 온실가스에 따른 정책비용 등이 상세히 나오기 때문"이라며 "충분한 정보를 공개해야 요금 불만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 방청객은 "원가를 반영하지 않는 3개 안의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비판하며 "용도별 전기요금의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로 참석한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은 "전력판매를 독점하는 한전의 독특한 지위로 그동안 정보 부족이 큰 문제였다"고 인정하면서 "소비자가 전기요금제를 선택하는 방안과 더불어 정보제공 확대를 위한 중장기적 개선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도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전기요금의 원가가 어떻게 구성되는 지 관련 정보를 청구서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수용의사를 밝혔다.

이날 공청회의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전 소액주주들의 거센 항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는 "법적으로 한전은 원가와 투자·보수비, 적정이윤을 포함한 총괄원가를 1년에 한 번씩 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적자가 날 수 없는 기업"이라고 지적한 뒤 "적자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한전의 직무유기다. 조만간 배임 혐의로 한전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할 것"이라며 소액주주의 집단소송 대응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장 대표는 "정부투자기관인 한전의 자율경영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처럼 할거면 아예 상장폐지하고 국영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정부와 한전에 향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민관TF가 산업부와 한전에 개편 최종안을 권고하면 한전 이사회 의결, 전기위원회 심의, 산업부 인가를 거쳐 6월 말 최종안으로 확정,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