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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국내 증시에서 목소리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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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국내 증시에서 목소리 높인다

대기업에서 엔터 등 중소형사로 전선 확대

주주행동주의 목표. 자료=미래에셋대우이미지 확대보기
주주행동주의 목표. 자료=미래에셋대우
국내 업계에도 마침내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그간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행동주의 펀드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체 등 중소형사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해 주주들에게 그 이익을 돌려준다는 원칙에 근거해 기업에 지배구조개선, 배당확대 등을 요구하는 펀드를 말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제안서를 제출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대표 주자다.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이 올해 본격화하면서 행동주의 펀드는 물을 만난 물고기와 같다. 대량으로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견제하거나 수탁자로서 기관투자자가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7일 주식시장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성부 펀드인 KCGI는 최근 행동주의 펀드 대표 주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 지분을 추가매입 했다. KCGI는 지난달 28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의 지분율이 14.98%에서 15.98%로 늘렸다고 밝혔다. 최근엔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 허용관련 가처분신청을 하는 등 경영진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개선과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주주서한을 보냈다. 가수 출신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좌지우지해 온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이 그 발단이다. 이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라이크기획은 음악 자문 등의 명목을 내세워 에스엠으로부터 연간 100억 원 이상을 받아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반면 주주가치제고는 낙제점을 받아 행동주의 펀드의 주목대상이 됐다. 에스엠은 지난 2000년 4월 상장 이후 한번도 주주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었다.

KB자산운용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에스엠에 수취하는 인세는 소액주주와 이해상충에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라이크기획과 에스엠 간 합병, 30%의 배당성향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KB운용은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경영권 견제에 대한 뜻도 분명하게 밝혔다.

에스엠 지분 5.06%를 보유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주주서한 등 내부 대응방안을 준비중이다. 에스엠이 주주가치제고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KB자산운용과 힘을 합쳐 대대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주행동주의가 본격화되며 오랫동안 지속됐던 코스피의 저평가도 해소될 것으로 긍정 평가한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의 펀더멘탈과 주가와 격차가 큰 데, 이는 주주환원 소홀, 계열사 지분투자 등 자본배분과 효율성의 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이라면서 "행동주의를 통해 배당확대 등 주주가치가 제고될 경우 증시 저평가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간섭 비판을 비정상 경영의 정상화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투자자는 문제가 없는 기업에 명분 없는 싸움을 걸지 않는다"면서 "성과가 저조하거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기업(성장 한계, 자본활용, 리스크, 지배구조, 비즈니스 모델 등)이 주요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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