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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톈안먼 주역 마샤오팡 인터뷰 “지금의 중국엔 시진핑 목소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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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톈안먼 주역 마샤오팡 인터뷰 “지금의 중국엔 시진핑 목소리밖에 없다”

중국에서 최초이자 지금으로서는 마지막이 되어버린 민주화의 열기가 용솟음쳤던 1989년 6월의 톈안먼 광장의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에서 최초이자 지금으로서는 마지막이 되어버린 민주화의 열기가 용솟음쳤던 1989년 6월의 톈안먼 광장의 모습.


30년 전 민주화의 기대에 부풀었던 청년은 지금의 중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1989년 6월 3일부터 4일까지 인민해방군은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외치던 학생들의 무력 진압에 나선다. 이로써 학생들의 열정과 민주화에 대한 기대는 총탄 앞에 무너졌다.
무력진압 9일 후 중국 당국은 왕단(王丹)과 우얼카이시(吾爾開希) 등 학생지도자들 21명을 지명 수배했다. 다수는 망명 등으로 지금은 해외에 살지만 마샤오팡(馬少方·54) 씨는 중국에 남는 것을 택했다.

마샤오팡 씨와 접촉한 것은 지난해 8월 선전에 있는 낡은 다세대 주택에서였다. 한 동만 사람의 출입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마 치안당국이 붙인 것이 분명해 보이며 마 씨의 집이 그 동의 1층에 있었다.

마 씨는 나를 초대하자 먼저 창문과 커튼부터 쳤다. 혹시나 모를 밖에서의 감시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등불을 켜 놓은 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많은 책이었다. 원래 독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독서밖에 없다며 마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 나는 살아있지만, 사라진 사람

지명수배를 받은 뒤 마 씨는 치안당국에 자진 출두했다. 그리고 반혁명 선전·선동죄로 3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 후엔 베이징에 사는 게 허용되지 않아 선전으로 왔다. 하지만 여기서도 들어간 회사나 자신이 세운 회사는 모조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또 외국의 요인이 방중 할 때나 톈안먼 민주화운동이 있었던 6월4일이 다가오면 이유 없이 구속을 받아 왔다.

그는 “그들이 지켜보는 것은 제가 언론에서 소리 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나는 살고 있지만 (중국정부에)의해 사라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 중 마 씨는 문득 탁자 위에 있는 재떨이와 같은 장식물을 가리켰다. 기다란 홈을 4마리의 돼지가 들여다보고 있다. 이를 두고 마 씨는 “지금 중국인은 돼지처럼 산다.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그걸 먹고, 배불리만 먹으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1989년 이전에는 생각해야 한다고 모두들 생각했는데...”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탄식했다.

■ 자택에는 류샤오보의 사진이

책장에 점거되지 않고 조금 남은 방 벽에는 류샤오보(刘晓波) 씨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류 씨는 톈안먼 사태 때 학생들과 함께 행동했고 이후 민주화를 요구해 온 지식인. 마 씨는 당시부터 교류가 있었던 류 선생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으며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2010년 노벨평화상을 받지만 본인은 옥중에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고속철도도 신칸센만큼 빨라지고 건물 역시 도쿄만큼 훌륭해 졌잖아요. 그런데 왜 우리는 답답한가. 그것은 우리 정치체제가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현실의 중국지도부를 비판했다.

이어서 “정치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무력진압이라는 수단으로 무너뜨린 중국 공산당은 일당 지배를 지켜냈다. 그리고 국내의 통제를 강화하며 경제규모 세계 두 번째 대국으로 끌어올렸다. 지금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 청년들에게 당의 얘기만 듣고 당을 따라가 애국주의의 위대한 깃발을 높이 치켜들어야 한다고 고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 리더가 국내 머무르는 이유는?

국내에서 성장과 변화를 보고 온 톈안먼 사건 당시 학생 리더 마 씨는 중국은 30년 전보다 “확실히 후퇴했다”라고 단언한다. 그 이유로 “거짓말과 공포가 통치를 유지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거짓말은 자유로운 생각을 해치고 공포가 자유로운 행동을 짓뭉개버린다. 정상적인 사회에는 누구나 말할 권리가 있지만 지금의 중국에는 한 명(시진핑)의 목소리밖에 없다. 확실히 나빠지고 있다”고

그래도 마 씨는 중국에서 계속 생활한다. 왜인가 물었더니 그는 “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