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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대신 빛으로 작동하는 꿈의 광(光) 반도체 설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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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대신 빛으로 작동하는 꿈의 광(光) 반도체 설계 성공

세계 최초 빛 속도로 동작하는 초고속 뉴런 광소자 시뮬레이션 확인 개가
서울대, “트랜지스터 역할 뉴런 100억개로 발열없는 초고속 컴퓨터 기대”

우리나라 연구진이 사람 뇌 신호를 전달하는 뉴런처럼 빛(光)신호를 연산·처리해 주는‘뉴런 광 소자(일종의 반도체)’ 설계에 성공했다고 과기정통부가 4일 발표했다.그림 아래쪽은 생물학적 뉴런의 원리이고 윗부분은 빛으로 구동되는 광학 뉴런의 원리를 그린 것이다.     사진=서울대/과기정통부이미지 확대보기
우리나라 연구진이 사람 뇌 신호를 전달하는 뉴런처럼 빛(光)신호를 연산·처리해 주는‘뉴런 광 소자(일종의 반도체)’ 설계에 성공했다고 과기정통부가 4일 발표했다.그림 아래쪽은 생물학적 뉴런의 원리이고 윗부분은 빛으로 구동되는 광학 뉴런의 원리를 그린 것이다. 사진=서울대/과기정통부
우리나라 연구진이 사람 뇌 신호를 전달하는 뉴런처럼 빛(光)신호를 연산·처리해 주는‘뉴런 광 소자(일종의 반도체)’ 설계에 성공했다고 과기정통부가 4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대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뉴런 세포의 연산 동작을 빛의 흐름으로 설계해 냄으로써 뉴런 반도체 소자 개발에 한걸음 다가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뉴런은 뇌에서 작동하는 만큼 신경계의 프로세서로 불린다. 뇌의 학습 및 기억 능력 구현의 핵심기능을 담당하며 각각의 신호 처리 기능이 복잡한 신경망 네트워크를 통해 연계되면서 작동한다.
연구팀의 설계 내용은 '뉴로모픽 광뉴런 소자'로 불린다. 뉴로모픽(Neuromorphic)기술이란 생물학적 신경계 시스템에서의 신호처리를 반도체 및 광학분야 등의 하드웨어 시스템을 통해 모사(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을 말한다.

컴퓨터 상에서 구현된 이 칩 설계 기술은 발열이 없는 저전력 초고속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날로 미세화되면서 발열과 속도의 한계를 보이는 '무어의 법칙'의 장벽을 극복하게 해 줄 열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 대학 등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에서도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무어의 법칙이란 반도체칩의 집적도가 약 24개월마다 배로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든 무어 당시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1965년 일렉트로닉스 잡지에 처음 소개했다.

연구진은 빛의 세기에 따라 입력값과 출력값이 달라지는 비선형성을 갖는 메타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두뇌 내 뉴런과 같은 나트륨 채널과 칼륨 채널에 대응시킴으로써, 뉴로모픽 광소자에서의 신경 신호 처리를 광속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발표에 따르면 서울대 박남규 교수, 유선규 박사, 박현희 박사 연구팀은 컴퓨터 상에서 이른바 '패티리—시간 대칭'이라는 특이한 물리적 특성을 만족시키는 '증폭 손실 물질'과 특수한 '메타물질'을 함께 사용해 여러번 시뮬레이션 한 끝에 이 꿈의 광소자 설계에 성공했다. 메타물질이란 인위적 매질의 배열 구조를 통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된 물질로 투명망토 제작 등에 사용된다.

연구를 주도한 박남규 교수는 "뉴로모픽 회로의 단위 소자인 뉴런의 기능들을 빛을 신호 전달체로 하여 구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초고속 뉴로모픽 소자 및 인공지능 개발에 전기가 되는 것은 물론, 구현된 각 기능들은 높은 안정성을 갖는 레이저 등에도 응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선규 박사는 "현재 연구단계는 이 광소자 설계를 통해 수 픽셀(화소) 수준의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기존의 상업화된 반도체 수준, 즉 100억개의 뉴런을 갖는 네트워크(컴퓨터)를 갖도록 하는 데는 10년 정도가 걸리겠지만 뉴런 광소자수를 줄이고 빠른 속도를 구현함으로써 이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과정에서 나타난 빛알갱이를 이용한 연산 과정 시뮬레이션 내용대로 반도체소자를 만들면 기존의 전자를 이용한 반도체 대신 발열이 없고 초고속 연산을 가능케 해주는 미래의 이른바 뉴로모픽 소자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 신호가 외부 잡음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 세기를 유지하는 등 뉴로모픽 및 두뇌 모사 메모리 소자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능들을 빛의 흐름으로 구현할 수 있음도 이론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최초로 빛의 속도로 동작이 가능한 초고속 뉴런 광소자의 설계 개념을 정립한 것이다.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고속-저전력 뉴로모픽 반도체 소자 개발의 전기가 되는 이 연구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6월 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패리티 시간 대칭 시스템에서의 빛의 뉴로모픽 기능(Neuromorphic Functions of Light in Parity-Time-Symmetric Systems)'이다. 패리티-시간 대칭(Parity-Time Symmetry)이란 어떤 시스템에 공간상 반전 및 시간 축의 역전을 동시에 가했을 때 해당 시스템이 원래 시스템과 동일한 경우를 나타내는 대칭성이다.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서 지난 2015년 지난 10년간 10대 물리적 발견으로 선정된 개념이다.

박남규 교수는 "이 연구에서는 생물학적 구조의 동작 원리를 물리적 대칭성을 통해 해석하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광학 소자를 설계하는 다학제적인 접근 방식을 적용하였다"며 "뉴로모픽 회로의 단위 소자인 뉴런의 기능들을 빛을 신호 전달체로 하여 구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초고속 뉴로모픽 소자 및 인공지능 개발에 전기가 되는 것은 물론, 구현된 각 기능들은 높은 안정성을 갖는 레이저 등에도 응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 주목받는 딥러닝 기반 AI 기술은 두뇌의 뉴런 네트워크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소프트웨어적으로 베낀(모사, 시뮬레이션)것으로서 안정적 효율적으로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SW적 접근 외에, 뉴런의 동작과 네트워크 자체를 하드웨어적으로 모사한 인공지능 전용 뉴로모픽 칩의 개발도 필수적이다.

서울대 연구팀의 연구성과는 과기정통부 글로벌프런티어사업(GFP, 파동에너지 극한제어 연구단)과 교육부 대통령 포스트닥, 펠로우십 과제(PPD) 사업, 해외우수신진연구자유치사업(KRF)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