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달아오르는 여신금융협회장 선거…후보들 "가맹점 수수료체계 문제 있다"

공유
0

달아오르는 여신금융협회장 선거…후보들 "가맹점 수수료체계 문제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 임유 전 청와대 행정관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 임유 전 청와대 행정관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선거전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최종 후보자 명단인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보들 사이에서 최종 면접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저마다 전략에 따라 치열하게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후보들은 회장이 되면 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임기 3년간 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손질, 최근 카드업계가 요구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한편 카드업계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날이 경쟁이 심화되는 캐피탈업계에 대해서도 영업 환경의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계획이지만 임유 후보와 정수진 후보는 카드-캐피탈업계의 난제를 푸는 방법론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다.

◆ '민-관 두루 섭렵' 임유 후보 "홍보 강화…규제 완화 추진"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캐피탈사 대표로 구성된 여신금융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30일 10명의 후보 가운데 직무수행 계획서 등을 검토해 관료 출신인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민간 출신인 임유 전 청와대 행정관,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 등 3명을 후보로 선출했다. 회추위는 오는 7일 후보자 3명에 대해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 1명을 결정, 이달 중순 회원 총회에 천거할 예정이다.

최종 면접을 앞두고 후보들은 면접 준비 등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가운데 임유 전 청와대 행정관은 여신업계에서 쌓은 현장 경험과 정부 관료로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강조하며 소위 말하는 민-관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고 자부한다.

임 전 행정관은 글로벌이코노믹과 전화 통화에서 "1989년 여전업계 신입사원에서 시작해 11년동안 팀장까지 하면서 (업계의) 흥망성쇠를 다 봤다. (이에) 자기소개서의 제목을 '운명'이라고 지었다"며 "최근 10년을 보면 여신금융업계가 힘들어져 생존의 문제에 봉착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다. 이런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꼈고, 나아가 마지막 숙제로 여기에 (협회에서)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이든, 관료든 협회장에게 요구하는 자질이 (금융당국 등과의) 관계성, 업무 지식이나 현안 대처 능력 등이라고 하면 그 대목에서 더 자신이 있고 업무적 지식과 기본 인적 네트워크도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64년생으로 서울환일고등학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옛 한일리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노조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퇴사 후 벤처사업가로 변신했다가 노무현 캠프에 참여했다. 참여정부 때 2002년 9월부터 약 2년간 대통령 비서실에서 몸담으며 홍보·제도개선 행정관을 지냈다.

더욱이 그는 여신금융협회 상무를 지낸 바 있어 협회의 구조나 속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시흥시 시민호민관을 지내기도 했으며, 2017~2018년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비서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회장이 된다면 카드업계의 요구와 함께 가맹점 수수료 체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함께 여론 개선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대외협력·홍보 분야 역량을 강화해 회장 직속 부서로 두겠다"며 "홍보 대상을 다변화해 국민들의 소통, 업권을 알릴 수 있는 '홍보 종합 전략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맹 수수료 체계 자체가 왜곡돼 있다. 정치권에서 (업권을) 잘 몰라서 그런 측면도 있다. 임기 3년동안 장기적으로 인식을 바꾸고 단기적으로 이에 대한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 카드사 노동조합의 요구는 업계의 요구로 보고 있다. 레버리지배율 등 카드사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들도 보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캐피탈업계에 대한 계획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중요한 사안을 일일이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먹거리 창출에 힘쓰겠다"며 구체적으로 "캐피탈에 대한 자동차 리스, 할부 규제, 대출 총량 규제, 캐피탈의 보험대리점 진출 등 영업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한다면 한다' 정수진 후보 "현안 선제적 대응…일하는 협회"

하나카드 성장의 주역인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도 가맹 수수료 체계 변화, 영업 규제 완화 등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최근까지 카드업계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하는 협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우선 차기 여신협회장이 되면 장기적인 로드맵을 설정하고 현안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선제적으로 이슈에 대응하는 능동적인 협회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정 전 사장은 글로벌이코노믹과 통화에서 "현직에 있을 때 여신금융협회가 과제는 산적해 있는데 이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여전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해 협회를 제대로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 출마하게 됐다"며 "카드, 캐피탈 업계 현안이 생기면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 로드맵을 가지고 준비해야 여전업계 어려움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협회는 금융업계의 한 축이자 업계의 지속가능성 발전 도모해야 하는 곳으로 여전업계의 어려운 현안을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카드업계의 경우) 2021년 가맹점 수수료 체계 손질에 대비해서 지금부터 금융당국과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준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협회에서 상시적으로 토론회, 심포지움을 개최해 전문가, 국회, 관료 등이 머리를 맞대고 여전업계를 제대로 들여다볼 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점차 사회적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는 물꼬를 터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바탕으로 여전업계에 유리한 영업 규제 완화에 추진하면서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금융산업의 역사는 규제 혁파의 역사다"라면서 "(카드업계는) 가맹 수수료가 더이상 내려가게 않도록 준비하면서 힘든 캐피탈업계는 자동차금융시장에서 은행권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산업이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막겠다는 것보다 받아낼 것을 제대로 받아내겠다"며 "입법이 필요한 감독 규정을 개정할수 있도록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도록 (국회, 관료 등) 설득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최근까지 현업에 몸담았다는 장점이 크다. 하나카드 사장으로서 3년간 몸담으면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5년생으로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은행에 입행, 하나은행 리테일영업그룹 부행장, 채널1영업그룹 부행장을 거쳐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6년부터 올해 초까지 3년간 하나카드 대표로서 회사를 이끌면서 1Q카드 시리즈 흥행 등을 통해 경영실적을 크게 끌어올리는 등 추진력과 성과도 보였다.

그는 "3년간 업계와 동고동락하면서 현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체감하고 있다"며 "그동안 업계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당선이 되면 현안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관료 출신 후보로 분류되는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선거전에서 언론과의 접촉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그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금 시점에서 언론 인터뷰는 적절치 않다"며 "최종 인터뷰(면접) 준비에 노력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1958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행정고시 25회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동기다. 금융당국을 두루 거치면서 경험을 쌓은 것이 장점이다. 당국과 소통에 유리하지만 관료로 오랫동안 지낸만큼 정부의 입장이 아닌 카드업계 입장에서 얼마나 현업의 목소리를 대변해줄지가 관건이다.

그는 재정경제부 관세국, 국제금융국 등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과 과장 등을 지냈다.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까지 역임한 후 2012년부터 약 3년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냈다. 2016년부터 작년 초까지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로 있었다.

관료 출신 후보에 대해서는 노동조합들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모 후보의 경우 과거 모피아의 썩은 동아줄을 활용해 투표권이 있는 회원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현재 여신금융협회 부회장(전무)은 기재부 공무원 출신이다. 또 다시 협회장으로 관료출신이 선출되면 협회장과 부회장 모두 이른바 모피아 출신이 장악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관료 출신의 입김으로 회장이 되면 선거과정에서 자신을 도운 관료 출신 인사나 금융당국에 보은하기 위해 정부 정책의 나팔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효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