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Biz 24] 韓, 美中 틈새서 '갈팡질팡'…혼란 틈타 日만 어부지리

공유
1

[글로벌-Biz 24] 韓, 美中 틈새서 '갈팡질팡'…혼란 틈타 日만 어부지리

동맹국 미국 배려하면서도 무역국 중국 건드리지 않는 지혜 절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한국이 가져야 할 이익은 모두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한국이 가져야 할 이익은 모두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은 양측이 충돌하는 틈새를 공략해 적절한 조치를 구사하고 있는데, 이와 너무나도 대조적이라 측은함마저 감돈다.

중국의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 테크놀로지에 대해 미국이 사실상 금수 조치를 강구한 며칠 후 중국 선전 근교에 있는 화웨이 본사에 한국 정치인과 경제인 등 100여명의 일행이 방문했다. 물론 이들의 방문은 오직 화웨이 방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텐센트와 DJI 등을 포함한 중국의 혁신기술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한국 측 방문단의 방중 모습을 "미국은 어떻게 생각할지" 혹은 "미국에 한국 방문단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지"가 우리 최대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실제 미국은 그리 험악하게 표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국 내부에서 지레 겁먹은 모습이 보였다.

삼성전자 등의 경제사절단은 화웨이의 차세대 고속통신 규격 '5G' 기기를 이용한 고속 로보틱스 데모와 스마트 시티의 시뮬레이션을 견학했다. 이번 견학에 대해서는 아시아 4위 경제를 자랑하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 연계 강화를 목적으로 한 이벤트의 일환으로 한국 정부도 지원했다.

하지만 개최 직전인 5월 중순 미국 정부가 자국의 IT 및 통신 기업에 대해서 화웨이와의 거래 금지를 결정하고, 전 세계 기업에게도 뒤따르도록 재촉한 것으로, 이미 이벤트 시작 전부터 큰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의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틈바구니에 빠진 것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화웨이 봉쇄,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미중 무역전쟁은 수출 의존국인 한국을 다시 곤경에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너무 과도한 걱정 때문에, 어느 곳에서도(미국과 중국) 환영받지 못하고, 어떠한 냉정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실정이다.

한국이 가장 적대시하는 일본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일본 정부는 지난달 27일 안전 보장상의 이유를 달아, 외국 투자자의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는 대상으로 IT 및 통신 관련 20개 업종을 추가 확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중국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의 일련의 조치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경 자세에 보조를 맞추는 것일 뿐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대서특필했다. 미국의 강압에 의한 것임을 강조해 중국의 심기를 풀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28일) 중국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전국 일본경제학회, 사회과학원 문헌출판사는 공동으로 '일본 경제 청서 : 일본 경제와 중일 경제·무역 관계 연구 보고서(2019)'를 베이징에서 발표했다. 청서는 중일 경제·무역 관계의 동향은 주로 세계 경제, 중국 경제, 일본 경제, 중일 관계 등 4가지 주요 요소의 변화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교묘하게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세계 경제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배려도 포함시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어 내용 곳곳에서 안정적이고 전진 흐름을 유지하는 중국 경제에 대한 찬사와 함께, 일본과 중국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한 반복됐다.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일본이 결코 등을 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지불식(不知不識)중에 강조하기 위한 전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술을 펼치는 데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와 조롱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태세다.

이에 반해 우리를 잠시 뒤돌아보면, 한국의 업계 관계자 및 정치인들은 매우 무력하다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다. 이들은 "중국과 지금까지와 동일한 비즈니스를 지속해야 하는 것 외에 선택사항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도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말밖에 내뱉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책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으며,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점이 자존심과 알량한 정의감, 그리고 당파싸움으로 얼룩진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다. 그리고 한국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한국이 가져야 할 이익은 모두 일본이 차지한다는 사실을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5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으로 몰려오던 크루즈 관광객은 모두 일본으로 몰려갔으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통한 반한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 일본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막대한 우리의 이익을 빼앗아 갔다.

이에 대해서도 "우리가 일본에 과연 빼앗긴 것일까" 아니면 "일본의 이익을 우리가 스스로 챙겨준 것일까" 두 관점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 사실을 간파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문제점을 도출조차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 국가와 국민들에게 이로운 현명한 판단을 내려, 실천에 옮겨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우리의 최대 과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