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람이든 동물이든 먹기 위해서는 먹을 ‘거리’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 모든 낱말풀이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인용한다.) ‘거리’는 ‘반찬거리’처럼 ‘내용이 될 만한 재료’를 뜻한다. 그렇다면 ‘먹을거리’는 사람과 동물에게 공통으로 적용하는 낱말일 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 실상을 ‘먹을거리, 먹이, 먹거리’의 세 낱말을 비교하면서 살펴보자.
다음으로 ‘먹이’는 ‘동물이 살아가기 위하여 먹어야 할 거리, 또는 사육하는 가축에게 주는 먹을거리’를 뜻한다. 여기서 사람에게 사용하는 ‘먹을거리’를 동물의 ‘먹이’ 설명에 사용하기 때문에 모순이 생긴다. 이 모순의 해결방법으로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방법은 ‘먹을거리’와 ‘먹을 거리’를 구별하여, 붙여 쓰는 ‘먹을거리’는 지금처럼 사람에게, 띄어 쓰는 ‘먹을 거리’는 사람과 동물의 ‘material to eat’의 뜻으로 쓰는 방법이다. 즉 ‘먹이’의 풀이를 ‘……가축에게 주는 먹을 거리’로 수정하면 된다. 다만 이 방법은 이미 붙여 쓰는 ‘먹을거리’를 띄어 쓰는 ‘먹을 거리’로 구별하는 것이 인위적이고 불편한 점이 문제다.
둘째 방법은 ‘먹이’의 낱말풀이를 ‘먹을거리’가 아니라 ‘things to eat’에 해당하는 ‘먹을 것’, 즉 ‘……가축에게 주는 먹을 것’으로 수정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것’은 ‘사물, 일,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이르는 말’이기 때문에 구체적이라야 할 표현이 추상적으로 두리뭉실해진다는 점이 문제다.
셋째 방법은 ‘먹을거리’의 풀이에서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음식 또는 식품’ 대신 동물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거리’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즉 ‘먹을거리’의 풀이를 ‘먹을 수 있거나 먹을 만한 거리’로 수정하면 된다. 현실언어세계에서는 ‘먹을거리’를 동물에게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이 방법은 ‘먹을거리’는 사람에게 사용한다는 사전적 기준을 흔들 수 있는데, 이 문제는 ‘먹거리’ 낱말의 활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 ‘먹거리’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하여 먹는 온갖 것’으로 ‘사람’에게 적용한다고 명확히 풀이하고 있고, ‘전통 먹거리’처럼 ‘먹을거리’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별도의 표준어로 인정되었다.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