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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 희토류 수출금지해도 미국 끄떡없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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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 희토류 수출금지해도 미국 끄떡없다…왜?

미국·캐나다·인도·호주·브라질, 매장량 많지만 가공 생산 않을 뿐
화학의 비타민...조금만 섞어도 각 산업제품들에 활력주는 원소

중국이 미중무역분쟁 속에 희토류 광물자원 무기화를 시사하고 있지만 생각만큼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희토류 광물분말(사진=위키피디아)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미중무역분쟁 속에 희토류 광물자원 무기화를 시사하고 있지만 생각만큼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희토류 광물분말(사진=위키피디아)


최근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에 중국 관영 매체들이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희토류 광물은 중국이 생각하는 만큼의 비밀 무기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중국정부가 직접 희토류무기화 경고를 낸 적은 없다.) 희토류 원소(Rare Earth Element)는 말그대로 ‘희귀한’ 자원이지만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드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당사자인 미국은 물론 캐나다, 호주,인도,브라질 등에도 상당히 많은 희토류 광물이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더버지,아스테크니카 등은 지난달 중국의 환구시보와 신화통신 등이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을 잇따라 암시, 또는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이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미국이 지난 1월부터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희토류 광산을 재가동했으며 미상원 의원들이 지난 4월 희토류에 대한 법안을 재발의 했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중국정부, 미중무역전쟁 무기로 희토류 카드 생각하고 있지만


환구시보의 희토류 무기화 암시 보도 이후 6일 만인 지난 21일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1일 중국최고 경제자문가인 류허 국무원 부총리를 대동하고 중국 장시성 간저우(赣州)에 있는 JL매그(JL MAG)희토류 공장을 방문했을 때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과시했다.

중국 정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최고지도자가 관련 산업 정책을 조사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모두가 이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논평을 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전쟁은 수년간 조용히 고조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서로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상대편을 향한 치킨게임에 돌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때 중국 IT산업의 떠오르는 스타였던 화웨이가 미국 반도체와 OS업체들의 금수조치에 몰리면서(현재는 90일간 유예) 사실상 주춤한 상태다.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겠지만 여러 가지 옵션이 제시된 가운데, 현재 IT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악몽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희토류 요소는 첨단 기술 제조에 필수적이다. 약간만 첨가해도 각 기술 산업분야 기기 성능과 효율을 높이며 강력한 힘을 내게 해주기에 ‘화학의 비타민’이라고 불린다. 여기에 세륨을 뿌리고 저기에 네오드뮴을 조금 넣으면 TV 화면이 더 밝아지고 배터리가 더 오래 지속가며 자석의 힘이 더 강해진다.

만약 중국이 갑자기 이러한 물질들을 금수조치하게 된다면 IT산업을 몇 십 년 뒤로 후퇴시키게 될 것이다.

특히 혼란스러운 한 가지 경우라면 중국이 미국 전자제품,전기차 엔진, 군사용 기기 및 인공위성용에 사용되는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는 이들 광물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다. 또한 희토류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전기차 엔진,풍력 터빈, 인공위성,미사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사용된다.

예를 들어 희토류가 없으면 기존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스크린 터치식폰 대신 버튼터치식 폰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에 중국의 관영 환구시보(Global Times)는 이미 지난달 16일자 보도에서도 ‘희토류는 베이징 당국의 손에 쥐어진 에이스카드패’라는 표현과 함께 희토류의 무기화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은 왜 중국 희토류 수입에 의존해 왔나?


하지만 더 버지에 따르면 미국의 이 분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훨씬 덜 우려하고 있다. 사실 미국에도 충분한 희토류 자원이 있다.

전직 희토류 무역업자이자 일용품 블로거였던 팀 워스톨은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정말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면 단기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들은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희토류가 중국의 손에 든 '에이스 카드' 패가 아니라 '망가진 플러시패'카드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무수히 많지만 가장 큰 원인은 희토류가 그리 드물지만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17개의 희토류 원소 집단에 대해 “웬만큼 풍부하다”고 묘사하고 있다. 희토류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이 지구 지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소, 실리콘, 철처럼 흔하지는 않지만 일부는 구리,납 같은 원소들과 거의 대등하게 많기에 아주 이국적이거나 희귀한 원소로 여기지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에는 상당한 양의 희토류광물이 매장돼 있지만 브라질, 캐나다, 호주, 인도, 미국에도 상당한 량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

현재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게도 희토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환경문제를 생각해 생산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자료=USGS)이미지 확대보기
현재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게도 희토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환경문제를 생각해 생산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자료=USGS)

다만 희토류 생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이들이 농축된 덩어리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화학적으로 잘 화합하는 원소로서 흔히 다른 화합물,광물과 결합돼 흙속에서 발견된다. 이 때문에 일반 광물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려면 길고도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희토류 원소를 캐고, 정제하고 재활용하는 공정을 조심해서 처리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 발생 문제를 떠안게 된다. 이 공정에는 산성물질로 광물을 씻어내는 일련의 공정, 그리고 건강에 해로운 양의 방사능 유출 공정이 포함된다. 특히 토륨이나 우라늄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방사능을 내 뿜는 선광이 그 위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희토류 전문가이자 노틀담 대학의 정치학 부교수인 유진 골츠는 “희토류를 일단 땅속에서 꺼내면 가장 힘든 일은 채굴이 아니라 희토류를 바위에서 꺼내 분리된 원소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과 같은 나라들이 희토류 생산을 기꺼이 중국에 양도한 이유 중 하나다. 지저분하고 위험한 사업이어서 다른 나라가 하도록 놔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건비 절감과 희토류를 부산물로 생산하는 중국내 광산의 존재 등도 이에 한몫했다.

전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이 휩쓸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최근의 일이다. 실제로 지난 1960~1980년대에는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대부분이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광산에서 생산됐다. 이 광산 처리공장은 1998년 유독성 폐수 처리 문제로 문을 닫았고, 지난 2002년 전체 부지가 일시적으로 폐쇄 처리됐다가 올 1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중국이 희토류 금수 카드 꺼내든 과거에도 별 효과는 없었다


중국이 관련 환경 비용과 함께 희토류 생산 대부분을 부담한 것은 1990년대 이후부터다. (지난 2010년 중국정부는 자국의 산업계가 매년 2205만 톤의 유독성 폐기물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흔히 언급되는 수치는 중국이 이제 전세계 희토류의 95%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골츠는 이 통계가 “광범위하게 시대에 뒤진 것”이라고 말한다. 미지질조사국(USGS)는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여전히 전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이들이 중요한 상품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만일 중국이 대미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다면 어떻게 되느냐다.

다행히도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기에 우리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지난 2010년을 보면 중국은 외교적인 사건은 저인망 어선의 센카쿠 제도 분쟁 사건에 이어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했다. 골츠 교수는 지난 2014년 이 사건 여파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고 중국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희토류 금수 조치는 사실상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당시 일본이 희토류 대체물질 개발해 중국에 대응했던 사실또한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당시 중국의 밀수업자들은 계속해서 희토류를 수출했다. 일본 제조업자들은 희토류를 덜 사용하는 방법을 발견했고, 전세계 다른 지역에서의 생산량으로 중국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에 따른 부족분을 벌충하기도 했다.

골츠 교수는 “세상은 유연하다”며 “다른 나라에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공급을 제한하려 할 때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적응한다”며 "2010년처럼 희토류 산업을 조사한 결과 2019년의 결론도 거의 같다"고 말한다.

만약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중단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군과 같은 필수부문에서는 충분한 민간 및 공공 비축물량이 있을 것이다.

또한 골츠 교수는 금수 조치가 첨단 기술과 정유 같은 희토류에 의존하는 산업분야의 가격상승을 이끌 수 있지만, 몇 마이크로그램의 이트리움이 없어 다음번에 나올 스마트폰을 사지못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한다. 그는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그럴 듯 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희토류 수출 금지는 현 시점에서 추측에 불과하지만, 기업들은 중국의 새로운 제한에 따른 선매권을 얻기 시작했다. 미국의 화학회사인 블루 라인사와 호주의 희토류 채굴회사 라이나스는 이미 미국내 새 생산 시설을 제안했고, 전 세계의 희토류 주식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급등했다.

그는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금지가 이뤄질 경우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 중 하나는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일 것이다. 비록 중국 희토류 가격 인하 후 광산이 폐쇄됐지만 그 시설은 온전하며 지난 1월에 생산을 재개했다. 최근의 추정에 따르면, 이미 이 광산은 세계 희토류 광석의 10분의 1을 공급하고 있으며, 금수 조치가 있을 경우, 마운틴 패스의 생산속도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골츠 교수는 “만약 혼란이 있었다면 현재 더 많은 희토류를 출시하는 가장 싸고 빠른 방법은 캘리포니아에 앉아 있는 것 뿐이다. 원래 없던 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워스톨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희토류 농축물을 만드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며 “나, 또는 다른 경."라고 그는 말한다. "나 또는 다른 적임자라면 어떤 필요량도 시작시점부터 6개월 이내에 생산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두 사람 모두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 것인가가 문제"라고 말한다. 특히 미국에 건설된 모든 희토류 정제 및 분리 공장은 훨씬 더 높은 환경 기준을 충족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웨이를 비롯한 트럼프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은 기업들을 볼 때 향후 닥칠 진짜 문제는 앞으로 적응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현재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와중에서 정작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미국정부의 화웨이 제재 동참을 요구받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계가 될 수도 있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