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르노삼성, 이제는 안심 못한다

공유
0

르노삼성, 이제는 안심 못한다

車 판매 감소, FCA·르노 합병 ‘눈앞’…비용절감 위해 조직·시설 통폐합 추진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이달 중순 한국 경영 계획 등을 발표했다. 사진=연합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이달 중순 한국 경영 계획 등을 발표했다. 사진=연합
“르노는 한국에서 절대 철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철저하게 이윤 논리 논리로 접근하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프랑스 르노의 기업 문화가 다르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프랑스 기업 문화가 사회주의적인 성향으로 공공의 이익과 공공의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당장의 이득과 손해를 고려해 기업을 폐쇄하거나 법인 철수를 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종전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GM은 철저하게 자본 논리로 움직인다. GM은 유럽 판매가 저조하자, 2010년대 초 자사의 대중브랜드 쉐보레의 유럽 철수를 단행했으며, 스웨덴 사브, 독일 오펠, 호주 홀덴 등도 정리했다.

아울러 지속적인 적자 기업이던 한국GM 역시 지난해 철수를 추진했지만, 우리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철수를 잠정 보류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다만, 향후 르노삼성(사장 도미닉 시뇨라)의 한국 존속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이 르노그룹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은 양사 모두 세계 시장에서 판매가 하락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FCA가 제안한 것이다.
◇ FCA·르노 합병 추진…조직 통폐합 가능성 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중국 등 신흥 시장 침체로 올해 1분기 FCA와 르노는 세계 시장에서 각각 114만대와 91만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보다 14%, 5.6% 판매가 줄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폭스바겐과 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의 완성차 업체가 된다. 양사의 합병비율은 50대 50이다.

현재 FCA의 경영진에 미국 ‘빅3’이던 크라이슬러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고, 현재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고비용·저효율에 빠진 시장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어 르노의 한국 철수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FCA는 현재 중국에 8곳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르노가 FCA의 합병 제안에 기술과 지적재산권, 판매 네트워크·생산 시설 등을 공유하는데 동의한 점을 고려하면 르노가 부산공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할 이유가 없다.

◇ FCA, 中에 8개 공장 가동…합병시 부산 공장 존폐 위기

현재 국내 자동차 산업 역시 성조노조로 고비용·저생산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부상했다.

실제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8개월 간 파업을 종료하고 이달 초 회사와 전년 임금과 단체협상에 잠정합의 했지만, 21일 찬반투표에서 합의안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27일에 대의원 34명을 지정해 주간조와 야간조 근무에서 모두 빠지도록 하는 지명파업에 들어갔고, 노조는 부산공장 앞에서 천막농성도 시작했다.

현재 르노삼성이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아, 자칫 파업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이로 인해 회사의 정상화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은 이달 중순 노사 합의 직전에 르노그룹의 핵심 연구자원인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가 지역본부 개편으로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것이라고 천명했다.

◇ 르노삼성, 지역본부 개편으로 핵심 사업장 부상…‘차질’

이는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가 한국시장 전용 모델뿐만이 아니라 해외 전략모델을 개발한다는 뜻이다.

르노삼성차가 최근 르노그룹에서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AMI 태평양) 지역본부로 소속이 변경된데 따른 것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르노의 한국 존속을 장담하기 어렵다.

2010년 르노삼성은 모두 27만1480대를 판매한 이후 매년 부침을 겪다 지난해에는 22만7562대로 8년 전보다 판매가 16.2%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국산차 판매는 5.5%(423만6912대→400만1997대) 줄었다

이어 르노삼성의 판매는 올해 1∼4월 27만1480대로 전년 동기보다 18.2%(4만3918대) 줄면서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르노가 FCA와 합병할 경우 르노삼성의 한국 존속을 장담할 수 없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연합이미지 확대보기
르노가 FCA와 합병할 경우 르노삼성의 한국 존속을 장담할 수 없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연합
김 교수는 “우리나라 차 산업은 환율, 강성노조, 고비용·저생산의 3중고에 빠졌다”면서 “르노삼성은 제한적인 라인업 운용으로 판매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노조 의견과 협상안 등을 검토해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한편,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노조 파업 기간에 부산시와 부산시 상공회의소 등을 찾아 회사 철수를 일축했으며,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강화할 것을 밝혔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