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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은 없고 정부만 있다" 3기신도시 반대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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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은 없고 정부만 있다" 3기신도시 반대 '일파만파'

1,2기 신도시 일산·운정·검단 주민 지정철회 반대집회 갈수록 목소리 커져
같은 3기신도시 하남교산·남양주왕숙·인천계양 주민도 "생존권 위협" 가세
주민설명회마다 무산...애초 약속 어기고 환경등급부지도 개발 '불신 자초'

지난 16일 3기 신도시 조성을 반대하는 경기도 남양주시 왕숙지구 집회 현장. 사진=왕숙지구 주민대책위원회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6일 3기 신도시 조성을 반대하는 경기도 남양주시 왕숙지구 집회 현장. 사진=왕숙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정부가 서울로 몰리는 인구 집중과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3기 신도시 정책을 발표했지만 앞선 1,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지정된 3기 신도시마저 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지구, 하남 교산, 파주 운정 신도시지역 주민들도 철회를 요구해 '3기 신도시 정책' 자체가 시행 기로에 처하게 됐다.

이들 3기 신도시의 반발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첫째는 파주 운정처럼 서울과 비교적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정부의 주민 교통 인프라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택지개발과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과 접근성이 더 좋은 고양 창릉지구를 추가 지정함으로써 운정 신도시의 미분양과 교통소외로 집값하락이 불보듯 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둘째는 계양, 왕숙, 교산 3개 지역이 모두 농업 기반의 주거민 지역이라 신도시 개발이 외지 땅주인이나 개발업자에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나, 원주민들은 토지를 강제수용 당할 경우 생계터전 상실은 물론 보상금이 나오더라도 토지 시세에 밀려 더 나쁜 터전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애초 설명과 달리 수용토지의 등급이 달라 주민들로부터 불신을 자초하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천 계양의 경우, 지난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최의 주민설명회가 열린 계획이었으나 주민들이 지정 반대와 철회를 주장하며 원천봉쇄를 시도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어 16일 남양주시 왕숙지구 주민설명회도 주민들 반발로 10여분 만에 물거품 됐고, 다음날 17일 하남 교산 주민설명회 역시 주민대표들이 삭발을 감행하면서 3기 신도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청 앞에서 열린 일산·운정·검단 신도시연합회 주도의 3기 신도시 지정철회 3차 집회에서는 1,2기 신도시 주민뿐 아니라 인천 계양,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3기 신도시 주민대표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관계자까지 참가해 정부의 신도시 정책을 비판하고,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25일 일산운정검단 신도시연합회의 '3기 신도시 철회' 집회 모습. 사진=3기신도시 전면백지화 연합대책위원회이미지 확대보기
25일 일산운정검단 신도시연합회의 '3기 신도시 철회' 집회 모습. 사진=3기신도시 전면백지화 연합대책위원회

이처럼, 신도시 추가 지정에 반발하는 기존 신도시 지역의 움직임이 거세시자 지난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직접 나서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 개선 구상안을 내놓으며 '주민 달래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반대주민들로부터 '재탕삼탕 정책'이라는 비난과 함께 3기 신도시 철회 입장만 더 부추기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25일 일산 반대집회에 참가했던 남양주시 왕숙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서경수 사무국장은 "인천, 하남, 왕숙 등 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신도시 철회를 요청했더니 국토부에서 공청회나 설명회 '생략 공고'를 냈다"면서 "정부가 허술한 책자를 가지고 와서 형식적인 설명회를 하려고 하니까 주민들이 더욱 격앙된 것"이라고 전했다.

서 사무국장은 "25일 집회에서 주장한 3기 신도시 철회에 국토부는 공청회 때 발언하라는 입장이다. 30인 이상의 구성원이 모여 신청하는 공청회를 통해 국토부가 의견을 조율한다는 입장이라 이달 말까지 공청회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양주 왕숙지구의 원주민 대부분이 평생 농사로 생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토지강제수용의 절차가 진행되면 모두 오갈 데가 없어져 막막하다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서 사무국장은 "왕숙지구에 원주민들은 대부분 비닐하우스로 농사 짓거나 창고임대업을 하는 사람들로 수십년 동안 한 곳에 살고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해 왔다"고 현지 사정을 전한 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국토부에서 아파트를 짓는다며 다 나가라고 하니까 생존을 위협받을 지경에 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계양지구 거주민들도 대부분 농사 전업자들이 많아 왕숙지구와 비슷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한 왕숙지구 주민들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들어오면 모든 교통문제가 해결될 것 같이 얘기하는 것과 관련, "그저 말뿐이다. 강변북로나 북부간선도로 등이 확장이 안 된 상태에서 GTX랑 전철이 들어온다고 교통이 좋아질 리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근본 문제는 손 안 대고 엉뚱한 부분만 건드리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제3기 신도시반대대책위원회 홍희준 위원장은 "주민들이 삭발식까지 감행했던 하남 교산 설명회에서는 애초에 국토부에서 환경등급 자체로는 개발할 때 훼손된 3~5등급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왜 환경등급 1, 2등급을 가지고 3기 신도시 정책을 추진하냐고 주민들이 물었더니 농수산식품부와 협의하고 지침으로 해결하면 법적 문제가 없다는 안일하고 무성의한 대답만 돌아왔다"고 정부의 태도 변화를 비난했다.

홍 위원장은 "결국 김현미 장관이 처음 발언과 달리 환경등급 토지가 50~90%나 차지하는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을 택지로 개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홍 위원장은 "서울 주택안정 정책과는 무관한 3기 신도시 정책을 급하게 서두르는 정부의 처사는 단순히 금전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들, 즉 수십년 동안 살아온 삶의 터전을 하루 아침에 잃게 될 주민의 의견도 수렴도 하지 않고 일방 통보로 밀어붙이는 공권력 남용의 행태이며 헌법에 보장된 국민행복 추구권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오은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esta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