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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vs 쿠팡, 신유통 무한경쟁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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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vs 쿠팡, 신유통 무한경쟁 승자는?

우아한 형제들, 쿠팡이츠 공정거래위원회 신고·경찰 수사 의뢰

배달 앱 서비스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 광고영상. 사진=배달의민족이미지 확대보기
배달 앱 서비스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 광고영상. 사진=배달의민족
그동안 고유한 영역에서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공생해 온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 전면전을 앞두고 있다. 두 업체는 그동안 각기 음식 배달 서비스와 이커머스의 강자였다.

전초전의 기운은 최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준비하면서 감지됐다. 쿠팡의 신규 사업 진출 소식에 ‘배달의 민족’을 운용하며 배달 앱 시장 1위의 자존심을 지켜왔던 ‘우아한 형제들’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우아한 형제들의 반격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경찰 수사 의뢰로 본격화됐다.
공정위 신고와 경찰 수사 의뢰의 표면적인 이유는 쿠팡이 기존 음식점들을 상대로 배달의 민족과의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와 독점 계약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또 매출 최상위 50개 음식점과 매출 정보를 확보해 영업 활동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쿠팡은 공개된 주문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시장조사로 위법한 행위를 저지른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역 침범’에 대한 기선 제압 차원으로 보이는 표면적 이유와 달리, 장기적으로는 무한경쟁에 노출될 국내 배달 시장을 둔 유통업계의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는 과정으로 보인다.

배달의 민족은 우아한 형제들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배달 주문 서비스 브랜드명이다. 지난 2010년 11월에 안드로이드 앱 개발·발표하고, 다음해 3월 주식회사 우아한 형제들로 법인을 전환했다.

지난달 배달의 민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030만 명으로 배달 앱 최초로 1000만 명을 넘었다.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시작한 지 9년 만에 일군 성과다.

배달의 민족의 앱 출시 2년 만에 2012년 100만 명을 넘어서고, 2014년 300만 명, 2017년 500만 명, 2018년 말 900만 명으로 급성장했다.
배달의 민족의 월간 주문수도 지난달 말 현재 3000만 건에 이른다. 직원수는 2014년 119명에서 현재 700명 이상이 근무하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성공한 스타트업 회사이다.

우아한 형제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3192억 원으로 2017년 대비 96%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585억 원에 달했다. 이 또한 2017년에 비해 170% 성장한 것이다. 이같은 성장세를 기반으로 국내 배달 앱 서비스 시장의 60%를 점유할 수 있었다.

로켓배송 등을 내걸고 신장을 거듭해 온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4227억 원이었다. 2017년에 비해 65% 성장했다.

쿠팡은 지난 2010년 김범석 대표가 창업했다. 김 대표는 미국 경제 전문매체 패스트 컴퍼니가 발표하는 '2019 가장 창의적인 기업인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창립 3년여 만에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기록하였고, 2015년에는 세계 1조 클럽에 포함되었다.

쿠팡은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 ‘이커머스 강자’로 부상했다. 로켓배송으로 하루만에 배달상품을 집앞까지 해주는 직배송 시스템과 배송기사 직접고용 방침은 다른 이커머스 경쟁자들을 뒤처지게 만들었다.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장점으로 온라인 업체, 유통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쿠팡은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지난해 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2조40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받아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여왔다.

쿠팡은 배달앱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배달 파트너를 모집중이다. 사진=쿠팡
쿠팡은 배달앱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배달 파트너를 모집중이다. 사진=쿠팡
하지만 2개 업체 모두 안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서며 선공에 나선 것은 쿠팡이다. 쿠팡이 식음료 사전주문 서비스인 쿠팡이츠를 준비한 것이다. 제3의 심판자를 불러낸 경쟁 속에서 우아한 형제들과 쿠팡의 싸움이 어떻게 결론날지는 모른다. 하지만 싸움은 한판으로 끝날 분위기가 아니다.

공정위와 수사 기관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미래 시장 장악’을 놓고 벌일 싸움은 이어질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의 내수시장은 극히 제한적이다.

중간 역할을 하던 유통사들이 자체 상품과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제조사의 영역까지 넘보는 것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오프라인의 강자로 군림하던 롯데와 이마트 등 대형 유통사들은 온라인으로의 진출을 선언하고 전사적인 힘을 쏟고 있다.

온라인 위주의 이커머스 업체들은 과거 택배사들이 점유하고 있던 배송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안전하게 제품을 배송할 수 있어야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공산품은 물론 신선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송 시스템을 갖춰가는 중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활용도 필수다.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회사의 직원 중 개발자가 40%에 달하면서 정보통신기술(IT) 회사와 같은 면모를 보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택배업체들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물류센터 선진화에 나서고 있다. 로켓배송을 운영 중인 이커머스 쿠팡의 경쟁자 중 하나로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이 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영역을 벗어난 업태 간 경쟁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한국의 내수 시장이 포화인 상태에서 플레이어는 늘고, 또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다 보니 업체 고유의 정체성은 희미해지고 다양한 갈등 전선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는 업체 간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유전자(DNA)가 다른 산업 간 충돌이 일어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명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yo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