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發 매운 맛 열풍, 세계를 뒤흔들다

불닭볶음면 등 불닭브랜드 15억개 판매…美 소비자에 '매운 맛' 추억 선사

기사입력 : 2019-05-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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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치킨은 혀끝이 찡한 독특한 마라의 향미를 첨가한 매콤달콤 바삭한 중화요리풍 치킨을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사진=BHC치킨
'입안이 얼얼해질 정도로 자극적인 맛을 느끼고 싶다.'

국내 시장에서 '매운 맛' 바람이 불고 있다. 식품·외식업계는 강력하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덕분에 매운 맛을 내는 원료도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마라, 고추냉이(와사비) 등 원료의 범주가 그만큼 넓어지고 있다.

식품·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매운 맛이 한층 강화된 메뉴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매운 맛 열풍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에서 시작됐다. 불닭볶음면을 향한 초기 열풍은 곧장 마라탕, 핫치킨 등 다양한 메뉴로 확산되고 있다. 매운 맛의 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광고업계의 여신으로 불리는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삼은 BHC치킨의 새로운 광고에 눈길을 주고 있다.

광고에서 전지현은 '중국어 간판'이 들어선 거리를 걸으며 "살면서 말아먹은 적 있어?"하면서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 후 새롭게 출시된 마라칸 치킨을 한입 베어문다. 그리고 나서 '마라향이 훅, 얼얼함이 짱'하면서 매운 맛에 중독된 마니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라는 매운 맛을 내는 중국 사천 지방 향신료다. 사천은 습하고 기온차가 심한 기후를 자지고 있어 음식이 쉽게 부패해 마라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었다.

마라는 '저릴 마(麻)', '매울 랄(辣)'의 한자 뜻처럼 매우 강한 향과 맛을 지닌 원료다.

마라 향신료에는 육두구, 후추, 정향, 팔각 등이 함유돼 있다. 이 때문에 마취한 듯 얼얼하면서 독특한 매운 맛을 낸다.

중국에서는 마라가 들어간 탕 요리인 마라탕과 각종 재료를 마라 소스에 볶아 만든 요리인 마라샹궈가 유명하다.

마라탕 음식점은 그간 서울 구로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 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대학가와 도심 번화가 등을 중심으로 곳곳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매운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편의점과 제과, 라면업계도 매운 맛 열풍의 큰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편의점 CU는 자체브랜드(PB) 제품 '마라탕면' '마라볶음면'을 올해 초 출시했다. GS25도 매운 맛의 강도를 높인 PB 라면 '인생라면'과 '불닭볶음면' 소스를 활용한 '불닭&후랑크김밥'으로 선보였다. GS25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매운맛 라면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하는 등 매운맛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도 최근 '맵단(맵고 단)', '맵단짠(맵고 달고 짠)' 등 매운맛 기반의 식품을 즐기는 소비자 증가 추세를 포착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내놓은 게 '상어밥 매콤한맛'이다. 빙그레는 이달 대표 스낵 브랜드인 꽃게랑에 매운 맛을 더한 '꽃게랑 청양고추'를 선보였다.

매운 맛 열풍을 주도했던 삼양식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국물 없는 볶음면 형태의 라면 '불닭볶음면'을 출시하며 매운 맛 열풍을 주도한 경험을 살려 불닭 브랜드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엔 스코빌(매운맛) 지수를 1만2000로 극대화해 7주년 한정판 '핵불닭 볶음면 미니'를 출시했다. 이 지수는 매운 라면의 원조라 불리는 신라면(2700 스코빌)보다 약 4배 높다. 스코빌 지수는 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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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라면에서 7주년 한정판으로 나온 '핵불닭볶음면 미니'. 사진=삼양라면

국내에서 가장 매운 제품으로 꼽히는 '핵불닭 볶음면 미니'는 출시 1개월 남짓만에 100만개가 넘게 팔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불닭볶음면은 일부 '매운 맛 마니아' 층의 인기 상품이었지만, 매운 맛의 대중화로 이제는 불닭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면서 "지난해에만 불닭 브랜드 국내 매출이 45% 증가하는 등 매운 라면의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고 말했다.

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불닭떡볶이 등을 포함한 불닭 브랜드는 2012년 첫 출시 이후 이달 초까지 15억개 이상 판매됐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운 맛은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과 인증 문화가 결합되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셜미디어(SNS)와 '먹방(먹는 방송)'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동조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인은 매운 맛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며, 특히 요즘 젊은층은 극단적으로 매운 맛을 새로운 경험이나 도전으로 여기며 즐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매운 맛 열풍에는 쌓인 스트레스를 음식 섭취로 해소하려는 현대인의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 히어로'는 "지난 3~4월 국내 5대 도시의 주문건수를 집계해 보니, 스트레스가 많은 월요일에 떡볶이, 불족발, 핫치킨, 마라탕 등 매운음식 주문건수가 다른 날에 비해 3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주말 이후 출근 등 때문에 월요병으로 스트레스를 겪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매운 맛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입맛도 사로잡고 있다. 미국에서 신라면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매운 맛에 반한 미국 소비자들은 유튜브 등에 '강렬한 매운 맛'의 추억을 남기기도 한다. 유튜브를 통해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등을 시식한 뒤 얼마나 매운지를 설명하거나 누가 더 많이 이들 라면을 먹을 수 있는지 대결하는 모습을 남긴다. 이들 영상의 조회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게 나온다. 바야흐로 한국에서 시작된 매운 맛 열풍이 세계를 흔드는 시대다.


유명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yoo@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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