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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사의 사모펀드 매각에 고용 불안 엄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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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사의 사모펀드 매각에 고용 불안 엄습

이효정 금융증권부 기자
이효정 금융증권부 기자


롯데그룹이 롯데카드를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회사 임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그동안 조용했던 롯데카드 노동조합은 사모펀드에 회사가 팔리면 그동안 사측이 약속했던 고용승계 약속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매각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으로부터 구두로 5년간 고용 안정 확약을 받았어도 사모펀드가 롯데카드의 새주인이 되면 투자를 줄이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한 것이다.

비단 롯데카드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계 사모펀드인 JC플라워가 대주주로 있는 애큐온캐피탈과 자회사 애큐온저축은행은 또 다시 다른 사모펀드사에 넘기는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임직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계속 팔리는 일이 되풀이 되는 꼴"이라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냉정하게 말해 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누구한테 매각할지는 선택의 문제다. 노조의 말처럼 무조건 인력 구조조정이 된다는 것은 현재로선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지, 확신은 아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사모펀드는 기업을 사들여 가치를 높인 후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업 가치를 높이고 투자한 원금 대비 이익을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롯데카드 등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비용 절감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어 더 그렇다.

사모펀드에 매각되면 기업가치에 주는 영향도 긍정적이지 않다. 롯데카드는 벌써 롯데그룹이라는 뒷배가 사라진다는 우려에, 신용평가기관들은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거나 하향 검토하기로 했다. 사모펀드에 넘어가는 스마트저축은행은 새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위한 절차에도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카드·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스마트저축은행 모두 연봉을 적지 않게 챙겨주는 금융사다. 누군가에게는 입사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고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는 소중한 일자리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임직원수를 보면 롯데카드는 1708명, 애큐온캐피탈 215명, 애큐온저축은행 400명, 스마트저축행 149명으로 총 2472명에 달한다.

여기에는 단순히 근로자 2472명의 운명이 달려있는 것만은 아니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가 어느 집의 가장으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 성인이다.

기업을 매각할 때 고용 안정 확약이 단순히 1명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가정까지 염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근로자 입장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할 수 있다. 다만 회사가 크든 작든, 연봉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주인이 바뀌는 회사에 몸담은 근로자가 고용 불안에 떨지 않는다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매각되는 기업에서 고용불안에 떠는 것은 사원부터 부서장, 임원, 최고경영자(CEO) 모두 마찬가지이고, 되레 직급이 높을수록 더 불안하다는 농담섞인 얘기가 씁쓸하게 전해진다. 사실 따지고보면 금융사의 전문경영인도 오너 일가가 아닌 이상 임기 만료 후 운명을 알 수 없는 계약직 근로자 아닌가.

기업을 매각할 때 경제 논리로만 얘기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분명해보인다. 사모펀드를 떠나 M&A를 통해 기업을 인수한 새 주인이 안정적인 고용정책을 이어가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이효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