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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삼성의 ‘야성적 충동’에 누가 돌을 던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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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삼성의 ‘야성적 충동’에 누가 돌을 던지나

삼성전자 133조원 ‘통 큰 투자’ 박수 칠 일...정치, 기업 발목 잡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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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1936년에 내놓은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에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야성적 충동은 동물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본능적으로 사냥을 하듯 기업인도 사업 경험과 직관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적 투자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을 경영할 때 이성(理性)에만 머물지 않고 자신의 판단과 본능에 따라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업가정신을 뜻한다.
한국은 한 때 세계인이 부러워할 만큼 야성적 충동이 넘쳐났다. 한국경제를 일으켜 세운 창업 1세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반도체사업에서 13년간 적자를 봤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여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 반도체업체로 만들었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자동차 독자개발을 포기하라는 미국 정부 압력을 뿌리치고 개발을 밀어붙여 현대·기아차를 세계 5위 자동차업체로 육성하지 않았는가.

만일 두 창업자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주판알만 튕겼거나 외압에 못 이겨 쉬운 길을 걸어갔다면 ‘한강의 기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야성적 충동은 어느새 빛바랜 추억이 됐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지만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 선뜻 지갑을 열려는 기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점은 박수칠 만한 일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한 비메모리에서 절대강자로 등극하겠다는 도전과 야심을 내비친 것은 야성적 충동이 어떤 것인 지를 보여준 좋은 예 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제의 최대의 적은 정치’라고 하지 않았던가. 삼성의 담대한 포부에 일부 정치권은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곧 있게 될 대법원 판결에서 선처를 받기 위한 ‘환심용 투자’ 라며 폄훼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은 이 부회장 대법원 판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는 회계처리로 문제가 없다고 금융감독원이 2년 전 결론을 내린 사안이다. 그런데 이를 또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같은 사건을 두 번 재판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뒤흔드는 초법적 행태다. ‘2년 전에는 아니지만 지금은 그렇다’는 식으로 회계기준을 이헌령 비헌령 식 논리로 해석하면 사법권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 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가 고용·투자·수출·생산·민간소비 무엇하나 온전한 게 없는 ‘퀸튜플(quintuple·5중) 위기’를 겪어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로 가고 있다는 국내외 경제학자 경고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국내 1등 기업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미국 최대 금융회사 JP모건체이스 회장 제이미 다이먼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성공한 대기업 없이 부강해진 나라는 역사상 없다”고 설파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대기업, 한 번 걸리기만 해봐라”는 인민재판식 여론몰이에 매몰된 정치세력은 다이먼 회장의 말이 귀를 막고 싶은 ‘불편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