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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운정·검단 "3기 신도시 철회" 18일 2차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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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운정·검단 "3기 신도시 철회" 18일 2차 집회

12일 파주 1차집회서 "기존 신도시 교통마비·집값하락 피해 초래" 주장
국토부, 지정철회 대신 "내년 상반기까지 2기 신도시 추가 교통대책 마련"

12일 '3기 신도시 철회' 집회에 나선 일산·운정신도시 연합회 주민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12일 '3기 신도시 철회' 집회에 나선 일산·운정신도시 연합회 주민들. 사진=뉴시스

정부가 지난 7일 3기 신도시 신규택지로 고양시 창릉동 일대를 추가한다고 발표한 이후 인근 기존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1,2기 신도시도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는데 서울과 더 가까운 곳에 신도시를 조성할 경우 교통 마비, 집값 하락 등 기존 신도시 주민들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산·운정·검단 3개 신도시 주민들로 구성된 연합회 500여명은 지난 12일 파주 운정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3기 신도시 OUT(아웃)’, ‘3기 신도시 전면 백지화’, ‘김현미(국토교통부 장관)·이재준(고양시장) 아웃’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으며, 서명 운동도 진행했다. 오는 18일 2차 집회도 열 예정이다.

운정신도시 주민들 “2기 신도시 교통인프라 개선이 우선”

이처럼 기존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기존 신도시 지역의 낙후된 교통 인프라의 개선 대책 없이 정부가 인근 지역에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집회에 참석한 운정신도시연합회 관계자는 “턱없이 부족한 자족도시 기능과 열악한 광역교통망으로 서러움을 느낄 때 정부는 창릉동 3기 신도시 지정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며 “2기 신도시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것은 기존 신도시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운정신도시에 6년째 거주 중인 직장인 강 모씨는 “출근시간에는 자유로뿐만 아니라 제2자유로까지 차들로 꽉 막혀 자가용으로 직장까지 이동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해도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어 교통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고통을 털어놓았다.

실제 파주 운정, 양주 옥정 등 2기 신도시에 거주하는 가구들의 생활교통비 부담은 분당 등 1기 신도시에 비해 크다는 연구기관의 보고서도 나와 이를 입증해 주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지역별 생활교통비용 추정 및 격차 해소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기 신도시가 있는 파주, 양주 등 최근 신규택지로 개발한 도시들은 평균 월 소득에서 생활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으로, 5%대인 분당, 안양 등 1기 신도시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여기에 국토부가 3기 신도시에 광역교통망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하며 3기 신도시 조성과 교통망 확충을 서두르겠다고 밝히면서 2기 신도시 주민들은 더욱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2기 신도시 10곳 중 판교와 광교 2곳을 제외한 8곳은 계획됐던 주요 교통망 대부분에서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일산에 거주하다 8년 전 운정신도시로 이사 온 전업주부 이 모씨는 “정부와 고양시가 현재 대화역이 종점인 지하철 3호선을 운정신도시까지 연장해 달라는 주민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서울과 인접한 창릉지구에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밝힌 것은 이곳 파주 주민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일산·검단 주민들 “3기 신도시 조성시 집값 하락, 미분양 불 보듯”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창릉 일대에 신도시가 조성되면 서울에서 더 멀고 오래된 아파트가 많은 기존 신도시의 집값이 크게 내려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1기 신도시인 일산은 최근 뚜렷한 개발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아파트가 날로 노후화하고, 인근 삼송 등 고양 택지지구에서 주택 공급이 잇따르며 집값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일산 서구의 아파트 값은 1년 전에 비해 2.6%, 일산 동구는 1.9% 하락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고양 향동지구, 지축지구에서 1만 가구 넘는 아파트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고, 내년에 덕은지구, 장항지구에서도 주택 공급이 잇따른다.

일산 서구의 A공인중개사 대표 임 씨는 “일산은 이미 매수세가 실종되고 호가를 낮추는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한 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로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으로 일산 주민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검단신도시가 위치한 인천 서구는 지난 3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선정한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이미 지정된 바 있다. 검단신도시에 거주중인 주민 윤 모씨는 “현재 집값이 분양가를 유지하기는커녕 더 떨어지고 있다”며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검단의 경우 3기 신도시 조성에 따른 후폭풍이 그 어느 지역보다 거셀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하기 보다는 기존 2기 신도시의 교통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달 중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개최해 2기 신도시의 교통실태조사에 착수해 오는 2020년 상반기까지 보완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천 계양~강화 고속도로와 3호선 연장, 한강선 등 2기 신도시들의 추가 교통대책도 지자체 등과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