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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소프트뱅크, 美 통신사업에 '먹구름'…T모바일 합병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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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소프트뱅크, 美 통신사업에 '먹구름'…T모바일 합병 절실

전문가 "스프린트, 현재의 자본 구조에서는 단독으로 살아남지 못할 것"

스프린트의 실적이 추락해 80% 이상을 출자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미국 통신 사업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자료=로이터/뉴스1이미지 확대보기
스프린트의 실적이 추락해 80% 이상을 출자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미국 통신 사업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자료=로이터/뉴스1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미국 통신 사업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미국 이동통신사 스프린트의 실적이 추락해 이 회사에 80% 이상을 출자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에 악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손 회장은 스프린트를 T모바일US와 합병시켜 '非자회사화' 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4월 29일(현자 시간) 합병 절차 완료 시한을 3개월 연장했다. 손 회장은 지난 9일 기자 회견에서 "사업은 힘들면서도 일단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스프린트의 2019년 1분기(1∼3월) 순손익은 21억7400만 달러 적자로 전락했다. 전년 동기 6900만 달러 흑자에 반해 20억 달러(2220억 엔)에 달하는 감손 손실을 계상한 것 외에도 휴대전화 계약 수가 예상보다 감소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시장에서는 "값을 깎아줘도 손님을 끌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존속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뉴 스트리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조나단 채플린은 "스프린트는 현재의 자본 구조에서는 단독으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1년 전 소프트뱅크는 기사회생 방안으로 스프린트를 T모바일US와 합병시킬 계획을 내놓았지만 합병을 심사하는 미국 규제 당국의 움직임은 매우 느리게 대응해 왔다. 미 법무부는 합병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몸을 물어 뜯는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며 현재 형태로의 합병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는 과점화로 인해 시장 경쟁이 후퇴하는 것을 우려한 처사라 할 수 있다.

또 스프린트와 T모바일은 4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대해 합병하지 않으면 데이터 수요에 계속 대응할 능력이 없게 돼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며 "득이 없을 것"이라고 처지를 호소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이 "더 이상 단독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가혹한 현실을 인정하는 뜻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게다가 처지를 호소하면 호소할수록 불안 심리는 가중되었고 이 때문에 계약을 주저하는 소비자가 나올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손 회장은 "T모바일에도, 스프린트에도, 미국의 소비자에게도, 그리고 국가 전략으로 5세대(5G)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관점에서도 합병이 실행되는 것이 최고라고 믿고 있다"며 합병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9일 발표한 2019년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배인 2조3539억 엔이었다. 비전펀드와 델타펀드에서의 이익은 1조2566억 엔(전기는 3029억 엔)으로, 이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미실현 평가 이익이 포함된 것으로 만약 2000년대 초에 발생한 인터넷 버블 붕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이자지급 등 6000억 엔이 넘는 재무 비용이 압박을 가하게 된다. 게다가 4조 엔의 빚을 안고 있는 스프린트의 연결 제거에 실패하면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상황이 소프트뱅크의 현실이다.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 마스노 다이사쿠는 8일자 리포트에서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에 대한 회수 가능액은 연결 장부 가액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돼 향후 미국 휴대전화 시장의 동향과 스프린트의 수익 상황에 따라 종래 이상으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라도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어필해야 하는 소프트뱅크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