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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전세계 디지털 원주민 'Z세대', 꿈과 현실 사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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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전세계 디지털 원주민 'Z세대', 꿈과 현실 사이 흔들린다

美, 내집 마련 꿈 실현 첫 과제…日, 근검절약 실천

한국 Z세대들이 타 국가에 비해 독보적으로 큰 경쟁력을 지닌 부문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정보력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Z세대들이 타 국가에 비해 독보적으로 큰 경쟁력을 지닌 부문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정보력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Y세대)의 뒤를 잇는 인구 집단으로 현재 18∼25세의 젊은이를 가리킨다. 또 이들 세대는 Y세대의 특징이었던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가 혼재된 환경을 완전히 탈피해 오직 디지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로 불린다.

그런데 이러한 Z세대의 특징이 한국을 비롯한 일부 디지털 선진국에서만 보이는 특징으로, 전 세계 선진국에서는 완전히 다른 특징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가 온라인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이들이 추구하는 행복은 지역과 사회, 문화 등에 의해 상당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전 세계의 Z세대는 미래에 어떤 소원을 가지고 있을까"에 대해 글로벌이코노믹이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 미국, 저축을 통한 '내집 마련의 꿈'이 첫 번째 과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IT 선진국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미국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최선봉에 서 있다. 하지만 차세대 업계를 이끌어야 할 Z세대는 의외로 첨단 기술이나 IT에 대한 관심보다는 '안정적인 삶'과 '환경과의 조화' 등을 추구하고 있으며, 특히 '내집 마련의 꿈'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방송사 NBC의 지난 5월 2일(현지 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Z세대는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일찌감치 저축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BofA의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Z세대가 5년 내 내집 마련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계약금으로 사용될 5000달러(약 560만 원)를 모으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또한 미국의 Z세대는 이 목표를 위해 호화 결혼식이나 쇼핑, 레저 등에 돈을 지출할 생각은 없으며, 특히 Z세대의 과반수가 가정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장 '안정적인 삶'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이들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부업을 생각하고 있으며, 학비가 싼 대학에 다니거나 독립을 포기하고 부모님의 슬하에서 저축에 전념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미국 Z세대들이 자택 구입을 검토하는 연령층이 됨에 따라 경쟁이 격화되면서 향후 10년간 비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실제 미국 부동산 정보 업체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35세 전후의 미국인(Z세대 포함)은 4500만명에 달해 지난 10년에 비해 310만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즉, 잠재적인 자택 구입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재고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생애 첫 주택의 구매 타이밍이 점점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중국, '왕홍 경제' 주체와 소비자 모두 Z세대


2019년 접어들어 중국의 Z세대는 소비에서 Y세대를 완전히 제쳤다. 특히 명품 쇼핑에서는 지난해 이미 핵심층으로 부상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런던에 거점을 둔 글로벌 컨설턴트 OC&C가 중국인 명품 구매자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 말까지 1년간 명품 구입에 5만 위안(약 861만 원) 이상을 사용한 Z세대는 5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Y세대는 32%를 기록했다.
이는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부모로부터 부유한 환경을 물려받아 거침없는 소비성향을 보이는 1억명에 달하는 Z세대 출생자들의 자유분방한 소비성향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5년 전부터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비롯한 IT 대기업들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디지털산업 소비가 급격히 확대됐으며, 그 주역이 바로 중국의 Z세대인 셈이다.

중국 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폰과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광고에 특히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연예인-팬' 계층에서 발생하는 문화 활동을 통한 소비 활동도 매우 독특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모바일 콘텐츠 활용과 지식을 겸비한 해외 유학파가 늘면서, 실시간 온라인 정보를 통한 세계화 흐름에 녹아들기 시작했으며, Z세대의 정보력은 중국 정부가 설치한 '디지털 만리장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것이 중국의 대표 마케팅 수단인 '왕홍(网红)' 마케팅이다. 왕홍은 인터넷을 뜻하는 '왕루오(网络, wǎng luò)'와 유명인인 '홍런(红人, hóng rén)'이 합쳐진 말로, 최소 50만명 이상의 팬을 거느리고 있어야 왕홍으로 불린다. 바로 이 왕홍의 팬을 구매력으로 전환시킨 것이 '왕홍 마케팅'이며, 이를 통해 발생하는 소비를 통해 '왕홍 경제'가 탄생했다.

현재 중국의 왕홍 경제 규모는 한화 약 18조 원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으며, 이들 왕홍의 연수입은 20억 원에서 최대 5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왕홍 경제를 이루는 주체와 소비자 모두가 Z세대이며, 따라서 중국을 포함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그들의 왕성한 소비와 경제력을 활용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 일본, 소비 지상주의보다는 '근검절약' 실천


몇 년 전부터 Z세대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소비 지출 세력이 되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경제체에서 많은 기회를 의미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지역의 Z세대는 근검절약에 힘쓰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일본의 Z세대들이 소비 지상주의보다는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성장률이 낮은 많은 국가 내에서 소매업체와 브랜드 업체들이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 세계 톱 클라스에 든다고 할 수 있는 일본 내에서 주 소비계층인 Z세대들의 주머니는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이는 일본의 Z세대가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 속에서 성장한 탓이다.

물론 유럽과 미국, 중국도 이러한 위기는 동시에 겪었다. 하지만 그중 일본이 가장 현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여러 차례의 경기 침체를 거쳤으며, 그 결과 젊은이들이 소비를 촉진하는 계층이 아니라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인색한 집단으로 탈바꿈됐다.

35년 전인 1984년 당시 25세 이하의 일본 소비자는 1달러를 벌었을 때 88.7센트를 소비에 사용해, 전 세계 평균 수준인 86.2센트를 웃돌았다. 그러나 일본 내각이 2017년에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2014년에는 Z세대의 이 수치가 76.8센트까지 하락해, 전 세계 평균 수준인 78.4센트를 밑돌았다.

한편, 이러한 근검절약 지상주의를 택한 일본 Z세대가 미래의 잠재적인 고객인 동시에,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본 내에서 점차 보편화 되고 있다.

아베 정부는 미래투자전략으로 2023년까지 우리 돈 1조 원이 넘는 1100억 엔의 예산을 통해 벤처기업 20여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위한 핵심 계층은 단연 Z세대다. 그리고 이들 Z세대에 대한 투자가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서서히 위축되어 가는 일본에 다시 한번 활기를 불어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이버 고등학교로 참신한 교육방식이 정평 나 있는 N고등학교(참고로 N은 New와 Next를 뜻함)의 관계자는 일본의 Z세대에 대한 논평에서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간단히 습득할 수 있어, 관심 분야에 대한 도전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노하우와 자금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 인도, 환경보호와 여성인권, 취업에 주목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째 진행되고 있는 인도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계층이 바로 Z세대 젊은이들이다. 인도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35세 이하의 인구는 3분의 2 정도로, 올해 처음 투표에 참가하는 18,19세 인구도 1500만명이 넘는다. Z세대가 인도 총선의 전국 득표수를 좌우하는 거대 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 젊은 유권자들은(적어도 인도의 수도에서는) 구세대처럼 카스트 제도나 종교 등의 문제에 주목하고 있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오히려 인도의 Z세대는 ▲대학 졸업 후의 취업 ▲공기와 물이 깨끗한 도시에서의 삶 ▲여성의 안전 ▲미중일(美中日) 등 세계 최고 경제대국들과의 경쟁 등 일련의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인도 선관위가 뉴델리 내 젊은 유권자들의 관점을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누구도 적극적으로 파고들지 않았던 오염이라는 문제에 대해 많은 대학생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한 학생은 "지금까지 델리에서 생활해 왔다. 흡연한 적이 없는데, 나의 폐는 이제 끝장이다. 담배를 하나도 피우지 않고도 폐암으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심리학을 전공하는 여학생은 '여성의 안전'을 가장 주목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누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여성과 아이를 살리고, 여성과 자녀를 교육하라"는 등의 슬로건마저 생겼다고 한다. 다만 "여전히 이러한 개념이 사회인들의 마음속에 파고들지 않았다"고 그녀는 호소했다.

또 많은 인도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고용의 기회이며, 새로운 산업으로의 고용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정당에 투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졸업과 동시에 "내가 곧 취업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 한국, 스마트폰을 활용한 정보력 '세계 최고'


최근 발표된 국제금융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05년 사이에 태어난 한국의 Z세대는 약 64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5%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들도 앞서 다룬 일본의 상황과 같이 IMF 위기와 경기 침체 등을 겪으면서 소비력은 그리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게다가 일본 Z세대보다 근검절약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못하며, 미국의 Z세대가 가진 ’내집 마련의 꿈‘과도 거리가 멀고, 인도 청년들이 가진 정치에 관한 관심도 부족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 Z세대들이 타 국가에 비해 독보적으로 큰 경쟁력을 지닌 부문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정보력이다.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면서 시작된 빅데이터와 핀테크의 확산에서 IT 정보력보다 핵심적인 경쟁력은 없다. 그 분야에서 한국의 Z세대들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 최대 속도를 가진 통신 기술이 이러한 Z세대의 정보력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기업들과 금융계, 나아가 국가적인 사업으로 확대해, 디지털 개성에 특화된 Z세대를 미래의 인재로 키우고, 조직을 기민한 시스템으로 바꿔 혁신을 촉진하는 전략을 펼친다면, 한국의 미래는 그 어느 나라보다 밝다고 할 수 있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