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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른 음악은 복종·사랑의 계시로 직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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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른 음악은 복종·사랑의 계시로 직조된다

미래의 한류스타(58) 임현택 들숨무용단 대표·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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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흥무(2015)
하얀 라일락이 보라색 꿈을 꿀 때/ 현(絃)은 믿음의 사과나무를 노래한다/ 밤을 울며 떨던 선율이 새벽별과 조우하면/ 죽음보다 깊은 잠을 청하곤 한다/ 영혼은 청춘을 삭힌 순수보다 맑고/ 음악은 몽유도원의 화사를 불러오고 있다/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찬란한 의지의 아침/ 진주 알갱이 위로 피는 아침 햇살이 리듬을 조율한다/ 늘 푸른 음악은 복종과 사랑의 계시로 직조된다/ 오월의 젊음으로 피어나는 신비의 음악은 춤을 위한 완전체이다

임현택(林玄澤, Lim Hean Taek)은 아버지 임종열(林鍾烈), 어머니 고현순(高賢順)의 2남 3녀 중 차남으로 정유년 오월 스무 아흐레(음) 서울 개포동에서 출생했다. 서울 양재천변의 아름다운 시골생활을 즐겼던 그는 언주초교, 경기중・고교, 서울대 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교적 엄격함과 상명하복의 조직 시스템에서 그가 찾아낸 여유는 음악을 통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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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산 59'(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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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산 59'(2018)

​유교적 엄격함과 상명하복 조직에서
그가 찾아낸 여유는 음악이 유일
움직임·호흡 있는 춤은 좋은 대상

치열한 입시를 통해 선택된 소수의 영재들은 성장과정에서 음악이나 창작 같은 예술활동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채 사회에 진출했다. 임 감독은 이 점이 늘 안타까웠고, 그가 작품을 제작하고 음악감독으로 나선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늘 뭔가 허전한 듯한 느낌에 빠져 있다가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승화된 지적산물인 예술작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시간은 자신을 완성시키며 위로받는 시간이 되었다. 움직임과 호흡이 있는 춤은 좋은 대상이 되었다.

스위스 쮜리히나 이탈리아 베로나 등 해외에 거주할 때는 역사적 사실을 무대 위에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오페라를 즐겨 보고 좋아했다. 몇 년 전, 우연히 한국무용예술가와의 예술적 논의를 계기로 한국음악의 제한성보다 서양음악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국 무용예술을 펼쳐 보인다면 새로운 창작예술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음악에 대한 해박함을 바탕으로 음악을 주제에 밀착시키겠다는 자신과의 아름다운 약속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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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산 59'(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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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산 59'(2018)
임 감독은 순애보를 써내려가는 심정으로 음악을 많이 듣고 스스로 선곡하며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편인데, 가능하면 작곡가의 동시대적 배경과 그들의 환경, 심리상태 등에 관한 자료를 찾아 이해하고 음악을 듣는 편이다. 관객들이 한국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음악을 선곡하고, 무용 대본 역시 무용수들이 한국무용예술을 이해하기 쉽게 잘 표현할 수 있게끔 창작한다. <목멱산 59>는 남산과 그 주위를 10여 차례 오르면서 자료를 이해하고 창작한 작품이다.

2017년 창단된 들숨무용단 음악감독으로서 임현택은 <장현수의 춤 여행>(2017.09.26.~27), <둥글게 둥글게>(2017.12.24.~25), <상상력>(2018.04.11.~12), <목멱산 59>(2018.06.29.~30), <우리춤과의 만남>(2018.10.25.~28.), <춤의 흥과 멋>(2019.03.08.)에 참여했으며, 앞으로 <목멱산 59>(2019.05.29.~31), <화사(花史)>(2019.06.12~15)의 음악감독으로서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임현택은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함께하며 웃음을 찾기를 바라면서 창작한 <둥굴게 둥굴게>를 가장 아낀다. 공연장의 부재로 지방에서 공연한 대작으로써 임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다. '현대인들은 산업과 사회의 발달로 인해 척박한 환경에서 자아와 신뢰를 잃고 맹목적으로 살아간다. 대부분의 도시인들이 예민하고 반사적이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치명적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모두의 마음을 둥글게 만들고 싶은 작가의 희망을 담은 무용극이다.

임현택 들숨무용단 대표(음악감독)이미지 확대보기
임현택 들숨무용단 대표(음악감독)

수요춤전 '풍류'(2019)이미지 확대보기
수요춤전 '풍류'(2019)

우리 춤과의 만남(2018)이미지 확대보기
우리 춤과의 만남(2018)

​음악에 대한 해박함을 바탕으로
작곡가 동시대적 배경 찾아 이해
많이 듣고 선곡, 머릿속에서 정리

임현택은 로시니의 오페라 <이집트의 모세>(2017), 에바 알버슨의 '행복전시회', 임제의 '무어별(無語別)'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듯하다. 그는 늦게 관심을 갖게 된 예술을 완성도 높게 이해하고 성숙된 안목으로 바라보고 분석하여 방향을 잡는다. 그가 제작을 하고 음악감독을 맡은 작품은 상업적이지 않고 예술적 품격을 소지한다. 작품 구상이 잘 되지 않으면 전국의 오솔길을 차로 여행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하며 머리를 정화시킨다.

임현택은 10여 편의 무용공연 작품을 제작했고, 한국무용예술가들을 지지하고 함께 고민하는 들숨무용단대표・제작자・연출가・음악감독・대본작가이다. 그는 예술의 가치와 필요성, 방향을 잘 알고 있으며 한국무용예술을 유럽에 알리고 있다. 그의 앞으로의 꿈은 지속적 한국무용극 제작, 한국무용 전용극장 설립과 한국무용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선한 뜻으로 한국전통춤을 기반으로 한 춤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그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구순 노부모를 모시고 살 정도로 효심이 강한 임현택은 자부심이 강한 예술가들과 친교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잘 알고 있는 그가 지금까지 본 예술계의 현실은 지나칠 정도로 예술외적 요소들이 많이 작용하여 예술의 확장성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관계자들의 인지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관람 기회 제공과 춤 연기자들의 일자리 창출 같이 큰 뜻으로 세상을 열어가는 임현택 대표의 예술작업이 무궁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