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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미국 검찰,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몰수 절차 돌입…북 선박 대상 첫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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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미국 검찰,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몰수 절차 돌입…북 선박 대상 첫 조치

미국 정부가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압류사실을 공개하고 몰수 절차에 돌입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중량톤수(deadweight) 2만7000t, 용적톤수 1만7061t의 대형 화물선이다. 북한 깃발을 달고 있는 화물선 중 와이즈 어네스트호보다 중량톤수가 높은 선박은 1척뿐이다. 두 번째로 큰 북한의 화물선이 몰수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인도네시아에 억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지난 3월27일 발릭파판 인근 억류지점에서 예인선에 이끌려 이동하고 있다.사진=VOA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에 억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지난 3월27일 발릭파판 인근 억류지점에서 예인선에 이끌려 이동하고 있다.사진=VOA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지난해 4월 북한 남포항에서 실은 석탄 2만6500t, 약 299만 달러어치를 운송하다 같은 달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됐다. 최근에는 와이즈 어네스트호에 실린 북한 석탄이 베트남 선사가 선주로 있는 동탄호로 옮겨져 논란이 됐다.

북한 선박이 미국 정부에 의해 몰수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제 3국 정부의 북한 선박 몰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4년 멕시코 정부는 자국 해역에서 좌초된 북한 화물선 무두봉 호에 대해 몰수와 폐선 처리 절차를 진행했다.

미국의 소리방송(VOA)은 9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 검찰이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자산 몰수를 위한 소장을 미국 법원에 제출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남부 연방검찰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가장 큰 화물선 중 하나인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불법적인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는 데 이용되고, 북한으로 중장비를 운송했다"면서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유지보수와 장비, 개선 작업이 미국 달러와, 관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미국 은행을 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현재 미국령 사모아섬으로 이동 중이라고 미 법무부가 밝혔다.

공개된 자산 몰수 소장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지난해 7월17일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압류를 허가하는 영장을 발급했으며, 이후 현재까지 미국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을 맡은 미 연방법원의 판단에 따라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최종 몰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연방검찰은 몰수의 근거로 와이즈 어네스트호와 관련 회사, 개인 등이 미국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사례를 제시했다. 특히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선주인 평양 소재 조선송이 무역회사의 대표 권철남은 석탄 운송과 관련된 비용 지불을 하면서 미국 금융기관에 연계된 계좌를 이용해 75만 달러를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금융기관의 소재지가 미국 뉴욕이며, 권철남과 관련 인물들은 이 같은 거래가 미국과 국제 제재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덧붙였다.

소장에는 이들이 이메일을 통해 주고 받은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권철남 등은 미국 달러가 아닌 중국 화폐로 거래를 시도하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제 3자가 보유한 미국 화폐 계좌를 이용하는 내용 등이 공개됐다.

소장은 또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북한 석탄 외에도 중장비를 북한으로 운송한 사실도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16년 11월1일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중국 산둥성의 옌타이 항구에서 대형 분쇄기와 원심 분쇄기를 남포로 운송하면서, 내용물을 드릴과 원뿔형 분쇄기 등으로 명시한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북한 석탄이 남포에서 실리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도 이번 소장에 공개됐다.

제프리 버만 뉴욕남부 연방검사장은 "오늘의 조치는 국제 제재를 위반한 북한 화물선에 대한 최초 압류라며 북한의 제재 회피 사이클에 큰 지장을 주게 됐다"면서 "제재를 회피하려는 북한의 기만적인 시도에 대한 탐지와 저지, 기소를 위해 모든 법 집행 도구를 활용할 용의가 있으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