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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한국경제 이대로 안된다] 국부창출 기업·수출에 달렸는데 '소득주도성장’만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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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한국경제 이대로 안된다] 국부창출 기업·수출에 달렸는데 '소득주도성장’만 집착

해외매출 비중 70%대, GDP 대비 매출 비중 44% ‘기업의 힘’
선진국-신흥국 ‘샌드위치’ 신세...내수진작만으로 위기극복 한계

그래픽=윤수민 아트디렉터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픽=윤수민 아트디렉터
대한민국 경제가 기로에 서 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3% 감소하며 10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10.8%'의 마이너스를 보이며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성적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고개를 숙인 수출 실적은 올 들어 4월까지 반등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정부는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를 글로벌 경기 부진이라는 해외요인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경제 전문가들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수출주도성장'이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인식를 기반으로 그 대안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전개하고 있다. ‘국부창출’ 성장의 원동력을 수출 신장보다는 내수(구매력) 증대에서 찾는다는 정책이다.

그러나 여러 경제지표에서 드러나듯 소득주도성장은 무역 의존도가 높고 자영업 비중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에서 ‘소득 재분배’ 효과보다는 기업투자 위축을 초래해 ‘저성장’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240여년 전 ‘국부론’을 쓴 영국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는 화폐로 가치가 매겨진 임금과 이윤, 지대가 국부를 구성한다고 했지만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21세기의 대한민국은 기업이 국부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총 매출액은 695조 6000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65.9%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이었다.
나아가 상위 5대 기업의 해외매출 비중은 72.9%로 더 높았다.

기업별로 지난해 매출 1위 삼성전자는 전체 매출 중 86.1%가 해외매출이었다. 지난해 매출 243조 7700억원 중 약 210조원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인 셈이다.

2위 현대자동차는 62.0%, 3위 LG전자는 63.5%, 4위 SK이노베이션은 50.1%, 5위 기아자동차는 66.9%의 해외매출 비중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7위인 SK하이닉스의 경우, 해외매출 비중이 무려 97.9%에 이르기도 했다.

또한 국내 10대 기업의 매출 합계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9월 조사발표한 ‘2017년 매출 기준 국내 상위 10대 기업의 매출액’ 자료에서 10대 기업의 매출 규모는 총 6778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GDP 1조 5308억 달러의 44.3%에 해당하며, 2년 전인 2015년 비중 41.5%와 비교해 2.8% 더 높아진 수치다.

주요 기업들이 국가재정에 기여하는 바도 상당하다. 매출 상위 10대 기업이 지난해 국내에서 낸 법인세는 18조 9000억원에 이른다. 이들 기업이 고용한 근로자들의 근로소득세를 더하면 그 기여도는 더 커진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혁신, 인재혁신, 경영혁신 등 전면적인 변화를 꾀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세수와 고용 등 국부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활력 방안으로는 법·제도 정비, 지원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일·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중국·인도·아세안 등 후발신흥국에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샌드위치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기업의 경영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올해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402조 678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3%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4분기의 -3.3% 이후 10년 3개월만에 최저였다.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도 –10.8%로 외환위기 1998년 1분기 이후 2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같은 마이너스 성장 쇼크의 원인을 정부는 외부 여건 탓으로 돌리지만, 전문가들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김승욱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3년차 경제정책 방향 국회포럼'에서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에도 '임금주도 성장'은 한국처럼 자영업자가 많거나 수출을 많이 하는 개방경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비판했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 경제의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3월 발표한 '2019년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는 중국·유로존의 경기둔화, 미-중 통상마찰, 경제심리 악화 등 영향으로 글로벌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제시했던 전망치(2.8%)보다 0.2%포인트 낮춘 2.6%로 하향 조정했다.

GDP 성장을 대외무역을 통해 실현하는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 4월 488억 6000만 달러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2.0%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부터 꺾어진 수출이 5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 경기 둔화 지속 등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세계경제 리스크도 여전히 우려를 낳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지난 1월 발표한 '2019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The Global Risks Report 2019)'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이 글로벌 리스크로 ▲미-중 통상마찰 ▲다자간 무역협정의 훼손 ▲강대국 간 정치적 마찰을 꼽은 것에서 알 수 있듯 ‘미-중 갈등’을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실제로 조만간 타결될 듯 하던 미-중 무역협상은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밝혀 앙국 무역협상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 리포트는 남-북-미의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으로 '군사적 충돌 위협'을 글로벌 리스크 요인으로 꼽은 전문가가 종전 79%에서 44%로 낮아졌지만, 오는 2020년 이후에는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가장 큰 글로벌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2019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경기 둔화의 영향이 반도체 경기를 통해 증폭되어 나타나면서 국내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하향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 뒤 "저출산 지속, 고용부진, 설비투자 위축 등 수요를 이끌어갈 부문이 없어 2%대 초반의 저성장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3월 '경제주평(Weekly Economic Review)' 보고서에서 대외여건 악화 리스크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유지하는 반면, 수출입 증가율 전망치는 대폭 하향 조정해 0%대를 제시했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성장세 유지와 투자활력 제고를 위해 규제 완화 등 투자촉진 방안 마련,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착공 등 통해 건설투자 활성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중기·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정밀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즉, 부가가치가 높고 글로벌 잠재수요가 큰 전략산업을 장기적 관점에서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학회 회장인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원하는 지표만 골라보면서 엄중한 경제 현실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상황에 맞춰 경제정책을 바꾸는 것은 잘못된 일도, 창피한 일도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