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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삼성전자의 ‘내 탓’, 정부의 ‘남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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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삼성전자의 ‘내 탓’, 정부의 ‘남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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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을 ‘공시’했다.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의 15조6422억 원보다 무려 60.2%, 전 분기의 10조8006억 원에 비해서도 42.3% 줄어든 6조2333억 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매출액 자체도 작년 같은 기간의 60조5637억 원에 비해 13.5%나 줄어든 52조3855억 원으로 줄었다고 했다. 전 분기의 59조2650억 원에 비하면 11.6% 감소한 것이다. 매출액마저 줄었다는 것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의 ‘역성장’을 했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발표는 소비자에게 ‘충격’을 주지 않았다. 이미 ‘예고’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벌써 한 달여 전에 소위 ‘어닝 쇼크’를 예고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창립 50년 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영업실적을 일찌감치 ‘이실직고’한 삼성전자를 장사 잘못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양해를 얻을 수 있었다.

정부는 어떤가. 삼성전자와 대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이너스’ 성장률이라는 빵점 경제 성적표’가 나왔는데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며, 물가상승률, 실업률, 외환보유고 등 국가경제의 거시지표들은 안정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1분기의 부진을 극복하고 2분기부터는 점차 회복되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라고 했다는 보도다. 그러면서

“세계경제 둔화 등 대외이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세계경제 탓’이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남 탓’이었다. 지난달 말 라디오 방송에 출연, “1분기 실망스러운 성장률이 나온 데 대해서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약간의 변명을 덧붙인다면 여러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중앙정부가 재정 집행률을 올렸지만 지방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측면, ▲과거처럼 수출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환경이 된 점, ▲‘낙수효과’가 현저히 떨어진 측면 등을 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국민은 그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한국갤럽이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앞두고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경제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잘못하고 있다’가 62%에 달했다. 고용·노동의 경우도 ‘잘하고 있다’는 29%에 그친 반면, ‘잘못하고 있다’가 54%나 됐다.

물론, 정치와 경제는 다를 수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안심하도록 만들기 위해 경제의 기초체력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소비자에게 ‘내 탓’을 한 대기업 삼성전자는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남 탓’을 한 정부는 신뢰를 놓치고 있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