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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가점 10점대 당첨은 ‘고득점자 전략적 청약 회피’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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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가점 10점대 당첨은 ‘고득점자 전략적 청약 회피’ 때문?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청량리역 한양수자인 최저가점 당첨에 해석 분분
‘9억 초과’ 고분양가에 실수요자 이탈, 투자자는 ‘더좋은 물건 없나’ 선택 유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의 견본주택 개관 첫날인 지난 4월 5일 방문객들이 주택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오은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의 견본주택 개관 첫날인 지난 4월 5일 방문객들이 주택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오은서 기자
올들어 지난 1월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에 이어 4월 초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에서 잇따라 청약가점 10점대로 당첨된 사례가 나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결제원 인터넷 주택청약 사이트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 전용 84㎡K 타입의 당첨 최저 청약가점이 18점이었고, 1순위 해당지역 경쟁률도 1.67대 1을 기록했다.
최저 청약가점이 10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 25일 분양했던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전용 84㎡E와 84㎡C의 최저 청약가점인 16점, 17점 이후로 석 달만이다.

지난 4월 5일 분양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의 경우, 분양가 9억 원 초과로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타입에서 청약가점 18점 당첨자가 나온 반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9억 원 이하 타입의 최저 청약가점은 47점으로 나타났다.

앞선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도 전용 84㎡E와 84㎡C의 최저 청약가점인 16점, 17점의 당첨은 다른 타입인 115㎡(실사용 면적 43평형) 1순위 물량의 청약 미달과도 무관하지 않다.

공급된 84㎡와 115㎡ 타입 모두 분양가가 9억 9000만원에서 15억 5600만원이어서 중도금 대출 대상에서 제외돼 84㎡는 10점대 청약가점 당첨자가 나오고, 115㎡는 1순위 미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의 1순위 청약 미달은 서울에서 2년 만에 대형 건설사 아파트가 초기 청약에서 완료 마감을 짓지 못하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분양가 9억원 초과 분양물량에 청약 이탈자(미계약)가 많아진 틈을 타서 자금력을 있는 주택 보유자가 무순위 청약을 통해 미계약 물량들을 주워 담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의 권일 팀장은 "분양가 9억 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공사(HUG)에서 분양보증 승인을 안 해 주기 때문에 분양금액을 오롯이 수요자가 부담하게 된다”면서 1순위 일부 물량의 청약미달 원인으로 높은 분양가를 지목했다.

권 팀장은 "가격 부담 때문에 더 적은 비용을 찾는 수요자에서 청약 접수가 갈라지고(떨어져 나가고), 자기자본이 많은 수요자도 상품 대비 높은 가격이면 강북이 아닌 강남 지역을 찾아 나서기 때문에 한 번 더 수요가 갈라질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한편, 청약가점 18점은 1인가구가 15년 동안 청약통장을 유지하면 받을 수 있는 최대 가점 17점과 차이가 없어 부양가족에 따른 가점 없이 무주택기간 점수만으로도 당첨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부동산시장에선 당첨 가점이 낮아진 현상을 고득점자들이 청약을 안했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청약 미달이 되지 않고, 청약도 다 했고, 경쟁률이 어느 정도 나온 상태에서 가점 고득점자가 청약에 안 넣었다는 것은 다음에 나올 더 좋은 물량을 공략하기 위해 청약 통장을 아껴두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일 팀장은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에서 고득점자들이 청약을 안 했다는 점은 사람들이 생각만큼 그 물량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청약 가점이 높은 사람들이 '여기는 꼭 넣어야겠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결국 청약 가점이 낮은 분들은 당첨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량리역 한양 수자인192과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모두 분양가에 진입장벽이 있었고, 강북권에 실수요자 선호도가 강남보다 미흡했던 점이 1순위 청약 미달이나 10점대 청약가점 당첨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또한 올해 전반적인 청약 분위기가 지난해 만큼 뜨겁지 않았다는 점도 청약 고득점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따라서 단순히 청약 가점이 낮아졌다는 현상만으로 분양시장 침체의 전조로 읽기 보다는 실수요자들의 합리적 선택으로 보는 견해에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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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esta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