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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방은행, 틈새시장 공략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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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방은행, 틈새시장 공략 사활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제조업 경기 침체로 지방은행 위기
거점 지역 포트폴리오 구성비 차별화 전략 틈새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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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지방은행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거점 지역 포트폴리오 구성비를 차별화하고 틈새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2016년 초 조선·해운업에서 시작한 구조조정 여파가 지속하고 있는 데다가, 빠른 가계부채의 증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 등으로 지방은행의 건전성 이슈가 떠오르고 있어서다.
특히 4차산업 혁명, 핀테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 발전으로 지방은행도 프레임에 큰 변화를 맞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방은행은 조선, 해운, 건설, 자동차 등 지역 주력산업의 업황이 악화하고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부동산 경기 위축 영향으로 자산건전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방은행의 여신포트폴리오 중 중소기업여신 비중이 가장 크지만, 가계여신 비중이 최근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실례로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경남·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액(잔액 기준)은 2015년 약 745억원에서 작년 1650억원으로 증가했다.

연체액은 1개월 이상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원리금을, 연체율은 전체 대출액 가운데 연체액의 비중을 말한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연체액, 연체율이 크게 늘었다. 거제·창원·울산 등 조선·자동차 산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역 대부분을 거점으로 삼는 은행들이다.
부산은행은 2015년 176억원이었던 연체액이 지난해 504억원으로 2.9배가 됐다. 연체율은 0.2%에서 0.43%로 증가했다.

경남은행도 마찬가지다. 연체액은 이 기간 123억원에서 417억원으로, 연체율은 0.16%에서 0.39%로 각각 치솟았다.

광주은행과 대구은행도 비슷하다.

광주은행은 가계대출 연체액이 2017년 147억원에서 작년 238억원으로 60% 늘었고, 대구은행도 연체액이 187억원에서 지난해 261억원으로 40% 증가했다.

6개 지방은행 가운데 최근 수도권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전북은행만 연체율·연체액이 전년보다 줄었다.

지방의 부동산 경기도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를 제외한 영남(부산·울산·경남·경북) 지역의 주택매매가격의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이다.

이처럼 지방 가계여신의 건전성 저하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방은행들은 거점지역과 포트폴리오 구성비에 따라 차별화 전략을 펼치며 틈새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먼저 디지털·핀테크 바람은 지방은행이 지역적 한계를 넘는 방편으로 부상하고 있다.

부산은행이 개발한 ‘썸뱅크’가 대표적이다.

한국IBM 출신 정보전략 전문가를 영입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 같은 독립적인 모바일 전용 은행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썸뱅크다.

썸뱅크는 전화번호만으로 송금이 가능하고 롯데그룹과 제휴해 L포인트로 적금을 내거나, 대출이자 납부가 가능하다.

지역적 한계로 오프라인 고객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 편중돼 있지만, 썸뱅크 고객의 상당수가 타 지역 출신이다.

성장률이 한국보다 배 이상 높은 동남아 등 해외로 시선을 돌리는 지방은행도 있다.

전북은행은 모 회사인 JB금융지주가 해외시장을 위해 인수한 캄보디아 상업은행인 프놈펜상업은행(PPCB)이 2017년 126억원, 지난해 148억원 순이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베트남 공략에 집중하던 대형 시중은행과 달리 미개척지인 캄보디아 현지 중견은행을 인수, 소액 대출에 집중한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다.

전북은행은 앞으로 해외 이익 비중을 전체의 30%까지 늘리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부산은행과 BNK캐피탈은 칭다오, 호찌민, 뭄바이, 하노이 등 중국·동남아 지역 9곳에 지점과 사무소를 세웠다.

이들은 카자흐스탄에 캐피털사 법인을 열고 전략 요충지로 삼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앙아시아를 공략하겠다는 계획도 내 놓았다.

시장 성장성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한 서울과 수도권 영업력을 강화하고자 인적 쇄신에 나서는 지방은행도 생겼다.

대구은행은 최근 50대 이상 시중은행 퇴직자 경력 공채를 추진했다. 3년 이상 기업 영업을 했거나, 지점장 경험이 있는 퇴직자를 뽑아 고객을 직접 찾아 다니는 ‘휴먼 브랜치’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이들을 수도권 지점에 활용,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펼치겠다는 게 대구은행측의 구상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성장률이 한국보다 높은 동남아 등 해외로 시선을 돌리거나, 디지털 플랫폼으로 지역적 한계를 넘기 위한 노력 등 지방은행들이 저마다 살길을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거점지역 금융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타 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주영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ujulu@g-enews.com